버락킴의 극장

<돼지의 왕>, 씁쓸하고 꿉꿉하지만 응시해야만 하는 이야기

너의길을가라 2012. 6. 5. 14:56
반응형






돼지의 왕.
 
<돼지의 왕>은 '청소년 관람불가'다. 매력적이다. 장르는 스릴러. 더욱 매력적이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나 SF(Science Fiction) 등이 그 소재가 되곤 한다. 꼬마들을 위한 것이거나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 그런 면에서 <돼지의 왕>은 의외의 선택이다. 
 
제목과 포스터를 통해서 느꼈겠지만, <돼지의 왕>은 시종일관 우울하고 음울하다. 아주 꾸물꾸물하다. 감상하면 알게 되겠지만, 폭력적이고 잔혹한 장면들이 여럿 등장한다. 실제로 예고편 심의가 두 차례나 반려되었을 만큼 그 수위는 꽤 높은 편이다. 
 
<돼지의 왕>은 단편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2008)>을 만들었던 연상호의 작품이다. 또, <똥파리>로 각종 감독상과 신인남우상,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던 양익준이 목소리로 참여했다. 다른 목소리 연기도 성우가 아닌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 등 독립영화계의 여배우들이 직접 맡았는데, 보다 실감나는 목소리를 통해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내용을 소개하긴 좀 그렇고.. 스포일러를 지양하는 필자의 성향을 이해하길 바란다. '돼지의 왕'이 되었던 그리고 돼지가 되기를 거부했던 철이의 몇 마디를 싣는다. 
 
"무서운 거, 나 무서운 거 있다. 그게 뭔지 아냐? 너네가 10년이나 20년이 지나 어른이 됐을 때, 지금을 생각하면서 야~ 그 때 참 좋았었지 않냐? 그 때가 그립다. 이딴 소리를 할 게 너무 무서워."
 
"돼지가 될 순 없어. 난 말이야. 진짜 악당이 되어 가고 있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악당이 되는 걸로 부족해. 괴물이 되어야 해. 괴물. 진짜 괴물 말이야."
 
그리고 정말 괴물이 되어 버린.. 그렇게 이어지는 충격적인 반전들..! 
 
마주하기 힘든 시나리오와 실감나는 목소리, 거칠고 투박한 그림체 등이 한 데 어우려져서 <돼지의 왕>은 보는 사람을 정말 괴롭게 만드는데, 최근 대구 등지에서 발생한 (이미 예전부터 있어 왔던) 학교 폭력과 그로 인한 자살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우리의 이야기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할 것인가, 폭력을 묵인할 것인가, 폭력을 묵인한 자신을 묵인할 것인가.. 괴물이 되어야 하는가, 괴물이 되도록 만든 것은 무엇인가.. 
 
<돼지의 왕>은 정말 강추하지만, 결코 추천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돼지의 왕>은 우리가 응시해야만 하는 이야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