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동물원의 교육적 목적? 우월 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건 아닐까?

너의길을가라 2015. 1. 20. 08:00
반응형


-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우와, OO아! 저기 봐봐. 코끼리다, 코끼리!" 동물원은 흔히 아이들의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되곤 한다. TV나 책을 통해 접할 수밖에 없는 사자, 호랑이, 곰, 기린, 펭귄 등의 동물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동물들을 만지기도 하고, 먹이를 직접 주기도 하는 등 체험 활동을 통해 낯선 동물들과 친숙해질 수도 있다. 이렇듯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야 할 동물들을 동물원이라는 좁은 공간에 가두고 '사육' 당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가 진정으로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 즉 동물학대의 범위를 정하는 것 또는 동물의 자유를 어디까지 지켜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논쟁적이고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다면 좀더 쉬운 질문을 던져보자. 동물들은 혹독하게 훈련시켜 각종 묘기들을 선보이는 서커스는 어떨까? 지난 17일 <채널A>는 북한의 동물 서커스단의 묘기 장면을 방송하면서 '지난 2012년 영국 대중지 더선은 북한 동물 서커스단을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서커스'라고 혹평'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바라보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렸을 때에는 위와 같은 장면들이 신기하게 여겨졌겠지만, 저런 묘기를 익히기 위해 동물들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지금에는 그저 슬프다는 생각이 앞선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동물 학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훈련'이라는 명목 하에 동물들을 학대하는 서커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졌다. 물론 서커스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러한 장면을 목격할 수 없게 된 측면도 있다.


한편, '돌고래 쇼'의 경우에는 서울 대공원을 비롯한 여러 동물원 등에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2014년) 말에는 '생태설명회'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돌고래 쇼'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이 '돌고래가 학대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황현진 핫핑크돌고래 대표는 "시민들의 의식은 변화하고 있는데 대기업이나 쇼 업체에서는 더 많은 돌고래들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제 다시 동물원 이야기로 돌아가자. 지난 18일에는 '호주 동물원 속 호텔'이라는 제목이 달린 사진 기사가 화제가 됐다. 호주 캔버라 국립동물원 속에 세워진 자말라 야생호텔에서는 '사자와 함께 저녁을 먹고, 곰이 지켜보는 욕실에서 목욕하며 객실 발코니에서 기린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이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의 내용은 "인간보다 고등한 생명체가 나와서 인간을 저렇게 가둬놓고 먹이주면서 구경하면 퍽도 즐겁겠다. 동물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일텐데 꼭 저렇게 해야 돈을 많이 벌고 돈을 잘 쓰는걸까"라는 씁쓸한 자조(自嘲)였다. 일반적으로 동물원이 '교육적 목적'으로 정당화되는 데 반해 위의 모습들은 그저 인간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지구라는 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로서 인간이 가진 최소한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의 사진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동물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벤트의 한 장면을 담은 것이다. 이 동물원에서는 약 4만 3000원만 내면 관광객들에게 사자우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돈을 내고 이벤트에 참가할 사람들은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를 마음껏 만지고 우유를 주는 등 다정한(?) 포즈를 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진 속의 사자는 아무리 봐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사자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사자라고 항상 갈기를 세우고 표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 관람객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사자는 약에 취했거나 혹은 진정제를 맞은 것처럼 보였다"는 내용의 글을 여행전문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내용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동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의 우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것일까? 동물은 미개하다는 생각은 옳은 것일까? 『동물을 깨닫는다』의 저자 버지니아 모렐은 '동물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라는 화두를 안고, 6년동안 11개 나라에서 동물 인지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을 만나 심층 취재를 했다. 책에 담긴 내용들은 충격적일 만큼 놀랍기 그지 없다.


개가 1022개에 이르는 어휘를 사용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나방이 자신이 애벌레였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면 어떨까? 개미의 경우에는 선생과 학생으로 나뉘어 교육하는 체계가 시스템화되어 있다고 한다. 정말이지 놀라운 일 아닌가? 다양한 매체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코끼리는 가족의 죽음을 애도하는 등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동물이다.



버지니아 모렐은 6년 간의 취재를 통해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믿지만 인간과 동물은 '다를 뿐'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그리고 그러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구를 나눠 쓰는 존재인 동물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못된 교육, 미성숙한 교육을 통해 주입됐던 동물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들을 버려야만 '공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동물에 대해 혹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을 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글의 도입부에서 던졌던 질문을 다시 떠올려보자. 과연 동물원의 교육적 효과는 무엇일까? 혹시 그것이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이고, 그렇기 때문에 동물들을 가두는 등 인간의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건 아닐까? 그러한 인식이 나보다 약한 존재(사람도 포함)에 대한 지배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배워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바로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와 배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과 공명(共鳴)하는 공감 능력은 아닐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