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사회, 그로부터 나는 자유로운가?

너의길을가라 2013. 4. 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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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한겨레>가 정리한 것을 발췌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후보자의 경우에는 결국 사퇴했지만, 나머지 분들은 당당하게 한자리씩 차지했다. 정리된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답답한 마음이 드는 까닭은 단지 저들의 의혹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저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대한민국 1%의 민낯이자, 곧 대한민국 전체의 민낯이기 때문이다.


저들은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이다. 사회적으로도 높은 지위까지 올라갔고, 재산도 넉넉하게 장만했다. 끗발 좀 날리는 사람들이고,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소위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사회지도층이라는 말은 너무 우스운 말이 아닌가? 누가 누구를 '지도'한다는 것인가?) 청문회 등을 통해 그들의 '민낯'을 확인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에서 저 자리까지 올라가려면, 누구나 저런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좀더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저들은 특별히 탐욕스러운 사람들인가? 저들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선 사람들일까?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어 보인다.)



타인을 손가락질 하는 것은 쉽다. 그들의 흠을 들춰내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잣대를 나에게 들이댄다면? 물론 하우스 푸어나 렌트 푸어에 해당하는 우리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증여세 납부를 기피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똑같은 상황이 우리에게도 주어진다면 어떨까? 불법한 행위, 부정한 행위에 대한 유혹은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있는 일 아닌가. 아주 사소한(?) 범죄이지만,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은 큰 죄책감 없이 다들 저지르는 것처럼.. 회사에서는 직장 상사의 부정한 행위에 눈감기도 하고, 혹은 간단한 선물을 건네기도 한다. 승진을 위해 뒷돈을 대는 경우도 생각보다 흔하다. 단지, 이런 것들은 비교적 사소(!)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가난(?)하고 사회의 밑바닥(?)을 구성하는 우리들이 맞닥뜨리는 '불법'은 고작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돈이 조금 많아지면 전혀 다른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 통장에 돈이 10억 정도 된다고 하자. 당장 '투자(혹은 투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다. 아파트를 사거나 땅을 산다고 가정해보면, 당장 거래를 해야할 텐데, 갖가지 유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다. 물론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안 된다. 하지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엮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에 우리가 중심을 잡고 버텨낼 수 있을까? 


우리의 도덕관념, 준법정신은 저 그림이 등장하는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뛰어난가? 저들은 처음부터 저 따위(!)로 살았을까? 처음에는 '당연한 일', '관행', '다 그런 거야'라는 식으로 점차 익숙해지진 않았을까? 물론 그들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저들 중에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살아온 사람도 많다. 성접대 파문 같은 경우에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문제라고 본다. 반면에, 법을 지키고 선량하게, 자신의 맡은 바를 충실히 이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의 삶에는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극과 극을 구성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그 중간 지대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경우는 어쩌면 매한가지인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처하는 상황이 다를 뿐.. 가령, 누군가는 잘 부탁한다는 인사와 함께 과일을 건네고, 누군가는 잘 부탁한다는 인사와 함께 사과박스(를 꽉 채워서)를 건네는 차이 말이다.


이쯤에서 '마이클 센델' 교수의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자신의 책 『왜 도덕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제 중심의 사회가 낳은 폐해는 심각하다. 도덕적 해이와 거짓말, 각종 로비와 공징자의 부패, 경제인의 각종 특혜와 비윤리적인 이권개입, 일반 시민의 도덕 불감증 등 경제 논리에 가려 어느 정도의 비도덕은 묵인할 수 있다는, 근거가 빈약한 관용이 사회 저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우리가 저들에게 분개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들이 '고위공직자'가 되고자 했기 때문인가? 혹은 그들의 의혹(불법)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인가? 그것은 단지, 고위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자격과 삶에 관한 문제였을까? 


분명히 기억하자. MB를 탄생시킨 것은 우리들의 '탐욕'이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 그것은 돈에 대한 욕망이었다. 그것을 부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것을 완전히 지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당장 내 눈 앞에 수 억원의 돈이 왔다갔다 한다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도덕 불감증은 단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 우리에게도 이미 만연해있다. 씁쓸한 이야기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그렇다고 두손 놓고 있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히 고위공직자들의 불법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최근의 불법에는 더욱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또한, 거대한 불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만큼이나 우리 주위의 사소한 불법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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