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대한항공의 나쁜 사과문, 조현아 부사장의 변명문인가?

너의길을가라 2014. 12. 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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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이른바 '땅콩 회항'에 대해 대한항공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현아 부사장이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회항(回航)시키고, 해당 승무원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대한항공의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조현아 부사장의 횡포, 일그러진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다) 우선 사과문 전문을 확인해보도록 하자.


한국경제TV


1. 승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


▲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

▲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2.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습니다.


▲ 사무장을 하기시킨 이유는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이 하기 조치한 것입니다.

▲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습니다.

▲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입니다.


3. 철저한 교육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습니다.


▲ 대한항공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승무원 교육을 더욱 강화해 대 고객 서비스 및 안전제고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과연 이것을 '사과문'이라고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아무리 들여다 봐도 조현아 부사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잡한 '변명문'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부사장의 행동을 '지나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굉장히 느긋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땅콩 회항'은 지나친 정도가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대한항공이 밝힌 것처럼, 대한항공 임원들에게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또, 사무장이 변명과 거짓으로 둘러댔다고 하더라도 과연 출발하던 비행기를 되돌리고 사무장을 하기 조치한 것이 정당한 일일까? 조현아 부사장 측의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므로)을 100% 수용하더라도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임원에게 '점검의 의무'가 있고, '문제 제기 및 지적'이 당연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비행기를 회항시키고 사무장을 하기 시킬 의무와 권리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일반 승객들도 '땅콩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승무원을 하기시키기 위해 비행기를 회항시킬 수 있는지를 물어보면 된다.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조현아 부사장이 기내식과 객실, 기내 판매 등 기내 서비스를 총괄하는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월권'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답답한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쁘다. 앞서 언급했지만, '점검의 의무'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점검'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승무원에게 모욕을 준 것은 잘못이고, 이는 '항공보안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할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핵심은 고객의 편의와 안전이 무시된 회항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애꿎은' 승무원 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이 아니라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대한항공을 이용하게 될 잠재적 고객인 대한민국 국민들이 '분노'하는 까닭은 '땅콩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승무원 때문이 아니라, 부사장이라는 이유로 갑(甲)질을 서슴지 않고, 비행기 내에서까지 전횡(專橫)을 일삼을 수 있는 대한항공의 기업 문화 때문이다.


앞으로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임원(특히 조현아 부사장) 탑승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보는 준비성을 갖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에는 어떤 매뉴얼을 문제 삼아 비행기를 회항시키고 승무원을 하기 시킬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시간적 손해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오로지 승객의 몫이니 말이다. 아예 대한항공이 자체적으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건 어떨까? "현재 이 비행기에는 조현아 부사장님이 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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