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진실 공방, 2014년의 마무리는 진실 공방과 함께?

너의길을가라 2014. 12. 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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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마무리하는 12월에 난데없이 '진실 공방' 열풍(?)이 불고있다. 내용적으로 보나 치열함으로 보나 내재(內在)되어 있는 파급력이 메머드급이다. 이미 미스 미얀마 아웅, 성접대 강요 주장은 사실? 부끄러운 진실 공방 라는 글을 통해서 '미스 아시아 퍼시픽 월드 2014'에 참가해 우승했던 미스 미얀마 아웅이 한국에 있는 동안 전신성형과 접대를 강요받았던 사실을 알린 바 있다. 현재 이 사건은 대회 관계자들끼리의 내부 분쟁으로 번졌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이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진실 공방이 아닐 수 없다.



연예계 발(發) 진실 공방의 주인공인 에니스 카야는 장문의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진정성이 결여된 내용으로 인해 여론의 반응은 오히려 더 냉담해졌다. "최근 저와 관련된 일들로 저에게 보내주신 여러분들의 사랑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입히게 되어 죄송한 마음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는 말로 시작된 사과문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었다. 이미 자칭 피해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고 있는 시점에서 다소 안일한 대처는 아니었을까?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에네스 카야가 '싱글남 행세'를 하면서 다수의 여성들과 교재를 했다는 것이고, 대중들의 거센 분노의 이면에는 조선의 선비보다 더 보수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터키 유생' 에네스 카야에 대한 배신감이다. 연예인(혹은 방송인)과 대중들 사이의 '신뢰'가 '배신감'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아직까지 진실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재단(裁斷)하지 말고 지켜보기로 하자.



도대체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성희롱, 욕설, 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은 박현정 대표이사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 감사, 검찰 조사, 삼자대면 등으로 모든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받을 것"이라면서 "모든 결정이 정(명훈) 감독 위주의 조직"이라면서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느낀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이 배포한 호소문이었는데, 이 호소문에는 박 대표가 지인의 자녀나 제자를 채용하고, 무분별하게 인사 규정을 개정하는 등 인사 전횡을 일삼아 왔으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다. 장기라도 팔아야지",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 팔면 좋겠다", "술집마담 하면 잘할 것 같다" 등의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아 왔다고 주장이 담겨 있었다.



박 대표는 인사 전횡에 대해서는 명확히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폭언, 성희롱 등에 대해서는 "제가 취임 초반에 야단을 많이 친 것은 사실이지만 말투는 거칠지 몰라도 욕은 안한다. 또 '미니스커트', '마담' 등의 단어는 썼을 수 있지만 어떤 맥락에서 썼는지는 기억을 못하겠다"며 사실상 인정하는 뉘앙스로 대답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나태한 공 · 사 구분이 없는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체계화·시스템화 시키려는 내 목표나 의도와 갈등이 있었다"면서 지금의 갈등의 원인을 설명했다. 또, "서울시향 대졸 초임이 3000만원으로 연봉이 적지 않은데 6~7년차 직원이 엑셀 하나 할 줄 모르더라. 8년간 연주한 곡목 리스크가 없어서 그걸 정리하라고 하니 내 잡(job)이 아니라고 해서 알바생을 채용해 정리를 해왔다"면서 직원들의 무사안일함도 지적했다.



결국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이사를 둘러싼 논란은 진실 공방의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어느 한 쪽이 일방적 진실의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박원순 시장과 정명훈 예술감독 간의 갈등을 비롯해서 방만 경영, 사무국 직원들의 느슨한 업무 환경도 이번 논란을 통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는 숙제다. 또, 사건의 발단이 됐던 박 대표의 폭언과 성희롱 문제 역시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에네스 카야에 대한 배신감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서울시향을 둘러싼 논란이 아무리 시끄럽다고 한들,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만큼 자극적일 리도 없고 중요할 리도 없다. 그 어떤 진실 공방도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개입을 둘러싼 진실 공방보다 대한민국과 국민들의 삶과 맞닿아 있지 않다. 이 의혹들이 풀리지 않는다면 결국 인사 전반의 신뢰성 문제로 확대되고, 급기야 국정 혼란으로 치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세계일보>의 용기 있는(?) 보도로 시작된 이른바 '정윤회 게이트'는 다른 언론들의 후속 보도를 통해 '입증'의 단계로 접어 들었다. 당시 <세계일보>가 보도한 내용은 정윤회 씨가 '비서관 3인방', '십상시(十常侍')로 지칭된 청와대 보자진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문건의 실체였다. 이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은 문건유출 파문과 권력암투설을 '찍고',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개입 의혹으로 번졌다. 청와대가 미처 방어할 틈도 잡지 못할 만큼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다.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리스트이자 정윤회 씨의 딸인 정유진 씨가 승마협회로부터 특혜를 받았고, 그 배후에 정윤회 씨와 청와대가 있다는 는 주장은 그동안 <시사저널>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때문에 2013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를 벌었던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노 국장과 진 과장은 그 해 9월 산하기관으로 발령 조치됐다. 모든 문제는 그 '공교로움'이 실제로는 전혀 공교롭지 않다는 데 있는 법이다.


ⓒ 국민일보,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게 건네진 쪽지. 작전은 실패!


<한겨레>는 4일 박 대통령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해당 국 · 과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다"라며 '직접' 좌천성 인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고, <조선일보>는 유 전 장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디서 들었는지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다"라고 확인을 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인사개입 의혹은 '개연성'이 확보됐다. 앙숙과도 같은 사이인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예기치 않은 팀플레이(?)가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소문과 의혹이 어느새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고, 꼬리를 자르고 손발을 털어낼 틈도 없이 '몸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발등에 떨어진 불에 깜짝 놀랐던 모양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인사는 장관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지만, <조선일보> 발(發) 유 전 장관의 폭로가 이어지자 보다 구체적인 해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물론 의혹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부풀어오르고 있다.



진실 공방은 조심스럽다. 한 쪽의 말만 듣고 판단하면 과거 '채선당 사태'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고, 양 측의 의견을 편견 없이 충분히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실의 범람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본디 진실이란 어느 한 쪽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기 마련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진실은 얼마든지 각색된다. 따라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연말을 맞아(?) 선물 폭탄이 쏟아지는마냥 사회 곳곳에서 진실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에서부터 사회적인 문제, 급기야는 청와대와 대통령을 둘러싼 것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어느 것이 더 중(重)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국정 운영의 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청와대 발(發) 진실공방에 눈을 떼선 안 될 것이다. 청와대를 열린 공간, 맑고 투명한 공간이 아닌 '구중궁궐'로 리모델링한 박근혜 정부가 '당연히' 맞이할 위기가 도래했다. 자승자박이라고나 할까? 그런데도 또 다시 '버릇처럼' 남탓으로 일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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