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대한민국을 점령한 보수 기독교, 인권헌장도 종교인 과세도 무너뜨리다

너의길을가라 2014. 12.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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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등 시민사회단체는 서울시의 '서울시민 인권헌장' 폐기 결정과 "동성애는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 등에 대해 반발하며 지난 6일부터 서울시청 1층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논란은 더욱 거세졌고, 시민 사회까지 불길이 번져갔다. 박 시장의 정확한 워딩은 "시민사회단체가 역할에 따라 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성소수자 문제를 '지지/반대'의 프레임으로 접근한 것에 대해 시민사회는 격분했다.



민변과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과 정의당 등 13개 정당 · 시민사회단체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혐오 금지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인권헌장 폐기는 민주주의 원칙 훼손"이라며 박 시장을 압박했다. 결국 10일, 박원순 시장은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인해 서울시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를 표명한다. 이 과정에서 성소수자 등 시민사회단체가 농성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과했다.


"저는 늘 핍박받는 사람들, 늘 외로운 사람들, 힘든 사람들을 돕고 배려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고통받는 사람의 입장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핍박하는 입장은 동의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2010년 11월,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성소수자 인권 지지 프로젝트 인터뷰)"라고 말했던 '진보적인' 박원순 시장이었기에 시민사회의 배신감이 더욱 컸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집중하고 싶은 것은 박원순 시장이 '어디에서' 그런 발언을 했고, 그러한 입장을 밝힌 의도(밝혀야 했던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는 돌 맞을(?) 발언을 한 곳은 바로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임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이쯤되면 대충 대충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만든 일차적인 책임은 박 시장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발언을 한 것도 박 시장이고, 시민위원회가 과반이 넘는 찬성으로 의결한 성 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담은 인권헌장에 대해 만장일치를 요구하며 인권헌장을 제정하는 것을 거부한 것도 박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권(大權)을 위한 기독교인의 표를 의식했던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서울시장을 굴복시킬 만큼 강한 보수 기독교의 엄청난 힘이다.



보수 기독교는 '동성애 합법화=성경의 불법화'라는 논리를 앞세워 '차별금지법'을 반대했고, 11월 17일에는 서울역에서 '동성애 차별금지법' 반대집회를 열었다. 민족복음화운동본부 총재인 이태희 목사는 "공산주의나 이슬람보다 더 무서운 것이 동성애"라는 내용의 설교를 했고,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는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제정하여 동성애를 옹호 · 조장·확산하려는가?'라는 성명을 낭동했다.


또,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가 열렸던 11월 20일에도 "동성애 지지하는 사회자 바꿔!", "동성애자 더러운 것들 나가!"라며 고함을 치며 방해하고 나섰다. "한국이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하는 첫 번째 아시아 국가가 되길 바란다"는 발언까지 했던 박 시장이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180도 바뀔 수밖에 없었던 원인에는 어찌됐든 '보수 기독교'가 자리하고 있다.



한편, 정부가 꽤나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종교인 과세도 결국 엎어지게 됐다. 새누리당은 10일 개획재정부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소득세법 시행령의 적용을 2년 더 늦춰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장은 "형평성의 문제도 있고 좀 더 검토하거나 여론 수렴이 필요해서 그 기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라는 뻔한 이야기로 변명했다.


앞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을 때, 천주교와 불교계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조세소위원장인 새누리당의 강석훈 의원도 "과거보다는 의견차가 좀 더 좁혀졌다고 본다. 많은 개신교계에서 과세에 찬성하고 있지만 일부가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일부 개신교계의 반대가 '종교인 과세'를 뒤집어 엎은 꼴이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1.3%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던가? 과연 새누리당에서 말하는 '여론 수렴'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천주교와 불교계, 그리고 많은 개신교계가 찬성하고 있고, 다수의 여론이 이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왜 하필이면 소득세법 시행령의 적용을 '2년' 미뤄달라고 한 것일까?


1년을 미룰 순 없는 것일까? 그렇다. 1년은 결코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2016년에는 20대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결국 해답은 '표'였다. 그렇다면 그 때는 종교인 과세가 성공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2017년에는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을 알면서도 새누리당이 일부 개신교의 손을 들어준 것은 그만큼 개신교의 힘이 막강하다는 방증이다.



박근혜 정부도 (애초부터 그런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종교인 과세'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무릎을 꿇었다. 박원순 시장도 다르지 않았다. 다수의 국민들은 개신교를 '개독교'라 부르며, 보수적인 기독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넘어 혐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보수 기독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한 듯 보인다. 엄청난 권력과 힘을 마음껏 휘두르며, 정치권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채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우리는 그 현실을 목도(目睹)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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