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대장균 시리얼을 재활용한 동서식품, 불매운동은 당연한 결과

너의길을가라 2014. 10. 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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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이른바 '우지 파동'으로 삼양식품은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긴다는 익명의 투서로부터 비롯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삼양식품이 수입해 사용하던 우지가 농심이 사용하던 팜유보다 식품영향학적으로 볼 때 더 좋은 식용기름이라는 판정이 나왔음에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추락한 신뢰는 쉽사리 만회되지 않았고, 덕분에 농심은 라면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그 흐름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우지 파동'만으로도 삼양식품은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해 갖고 있는 예민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욱 조심하고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단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목적에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러하다. 이는 결국 기업의 양심의 문제이자, 기업과 소비자 간의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



'불량품을 새로 만들어지는 시리얼에 10%씩 투입하라'

'야, 야 오늘은 먹지마, 오늘은 그거 한 날이야.'


최근 동서식품이 보여준 행태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SBS <8뉴스>는 '못 믿을 먹거리들…'대장균 시리얼' 재활용 판매'라는 꼭지를 통해 동서식품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고발했다. 사건을 취재한 김종원 기자는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취재의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내용을 함께 확인해보도록 하자.


▷ 한수진/사회자 : 제가 앞서 간단하게 말씀드렸는데, '대장균이 검출된 시리얼을 재활용 해왔다.', 이걸 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면, 어떻게 해왔다는 거죠.


▶ 김종원 취재 기자 / SBS 경제부 : 일단 제품이 나와요. 이런 대기업 공정은 원재료를 투입을 하면 포장이 돼서 나오는 과정까지 사람의 손을 안탑니다. 컨베이어 시스템이라서 말 그대로 모든 제품들이 컨베이어를 타고 자동으로 이동을 하면서 하나하나 공정을 모두 기계가 하게 되어 있고요. 사람은 중간 중간 혹시 잘못 되어 있는 게 있는지 감시 정도만 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나오는 완제품, 소비자가 포장 된 걸 받을 테니 포장까지 된 단계에서 출고 전에 검사를 하게 됩니다. 불량 검사를 하거나, 이거 전 제품을 전수검사를 할 수 없으니까 1시간에 하나씩 샘플을 뽑아가지고, 랜덤검사이죠, 그렇게 검사를 하는데 거기서 나와선 안 되는 세균이 나왔다거나 쇳가루가 나왔다거나, 곰팡이가 있는 게 발견이 됐다거나, 이런 경우는 랜덤 검사이기 때문에 어디서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서 같은 원료를 투입한 전 제품을 모두 회수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 식품 위생법상 안 되는 것은 사실 폐기를 해야 되는 거죠. 그런데 이거를 동서식품은 어떻게 했느냐면 다 상자를 뜯어서, 포장을 뜯어서 아까 말씀드린 위생적으로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모두 봉지에 섞어서 다시 제조 공정으로 되돌린 거죠, 다시 집어넣은 거죠.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다. 보도가 나가고,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식약처는 13일 동서식품이 제조한 시리얼 제품인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의 유통 · 판매를 잠정 금지한데 이어 14일에는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등 3개 품목에 대해 추가로 유통 · 판매를 잠정 금지했다.


게다가 동서식품은 동일한 내용의 '전과'도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모닝플러스 든든한 단호박 후레이크'에서 대박균군이 검출돼 식약처가 7,440kg 물량에 대해 회수조치를 한 바 있다. 이러한 전례가 있음으로 미뤄보건대, 동서식품이 '상습적'으로 위생 불량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해 온 것이라는 의혹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동서식품 측의 안일하고도 무책임한 태도다. 즉각적으로 대국민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국에 동서식품 관계자가 내놓은 황당한 해명은 소비자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대장균 같은 경우는 생활 도처에 엄청 많이 있다. 그런 것들에 (시리얼이) 오염되면 이건 버리기엔 너무 많다. 거기서 재가공이 들어간다" 과연 이것이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관계자가 할 말일까?


너무도 당연하게도 소비자들은 '동서식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지난 14일 다음(DAUM)의 아고라 청원게시판에는 '동서식품 불매운동' 서명을 제안하는 글이 올라왔다. '먹는 음식으로 장난하는' 기업에 대한 분노에 황당한 해명을 내놓는 등 안일한 대처로 일관하는 동서식품에 대한 불신이 합쳐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불매운동에 대한 여론의 움직임이 폭발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미 쌓이기 시작한 불신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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