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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견 가정의 망나니 행패견, 강형욱은 파양의 아픔을 원인으로 꼽았다

너의길을가라 2020. 12. 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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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링턴 테리어는 KBS2 <개는 훌륭하다>에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요즘 들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견종이다. 비숑 프리제나 푸들처럼 뽀글뽀글한 털을 가진 베들링턴 테이어는 18세기 영국의 베들링턴 지방에서 광부들 사이에서 쥐잡이견으로 길러졌다. 특유의 체형 덕분에 달리는 속도가 빠르고 수영 실력도 뛰어나다. 다만, 어릴 때 입질이 잦고 고집이 세서 훈련을 잘 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현재 보호자의 집에는 3마리의 반려견이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노화가 온 푸들 쿠키(수컷, 14살)와 에너지가 넘치는 슈(수컷, 12살)는 십여 년을 함께 한 가족이었다. 결혼 후 태어난 아이와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올해 5월 베들링턴 테리어 바비(암컷, 4살)을 입양했다고 한다. 다견 가정이 된 것이다. 바비는 매우 활발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다견 가정으로 지내는 게 어려운 일 같아요." (장도연)
"쉽지 않아요. 개들 생각에는 내 것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빼앗긴다고 생각해요. 반려견은 다른 개랑 사이가 좋아서 사는 게 아니라 보호자를 위해 같이 사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보호자가 애정이 비율이나 빈도를 잘 생각해서 주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애정을 다 퍼주게 되면 한 마리만 편애하게 될 수 있어요." (강형욱)

보호자는 바비를 입양한 후 평화가 깨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약 2~3주가 지났을 때부터 싸움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번은 바비가 슈를 물어 큰 상처가 생긴 적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그 싸움의 원인은 보호자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일 가능성이 높았다. 흔히 다견 가정에서 많이 나타나는 갈등이었다. 게다가 슈와 바비의 경우 파양의 경험이 있다보니 보호자의 사랑에 민감했으리라.


바비의 공격성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보호자의 집을 찾아온 남동생이 슈를 품에 안고 있자, 바비는 그 상황이 못마땅했는지 슈를 노려보며 짖기 시작했다.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보호자가 제지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보호자를 물고 슈에게 달려드는 게 아닌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한 상황이었다. 보호자는 그런 일촉즉발의 순간들이 매일마다 펼쳐진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개들을 공격하는 개들은 사람에게도 공격성을 보이기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보호자가 언급한 바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었다. 하루는 바비를 데리고 공원에 가게 됐는데, 차량 조수석에 있던 바비가 뒷좌석에 앉아 있던 아이에게 달려들어 입술 윗부분을 물어버렸다는 것이다. 발장난을 쳤던 게 도화선이 됐다. 정말이지 아찔한 상황이었으리라.

"개는 개를 좋아하지 않고 사람을 더 좋아해요. 개들끼리 두면 무조건 싸워요. 보호자가 예상을 다 해야 했어요. 반드시 싸워요." (이경규)

바비의 행패는 점점 심해졌다.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한 보호자는 어쩔 수 없이 쿠키와 슈를 다른 방에 분리시켜 놓아야 했다. 기력이 쇠한 쿠키의 경우에는 아예 방을 벗어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보호자는 쿠키와 슈의 경우 노견이라 보호와 휴식이 필요한데, 바비와의 잦은 싸움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정말이지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바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던 강형욱 훈련사는 바비가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인에게 사랑받는 반려견 중에는 보호자의 유무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애정을 보이는 사람을 따르는 경우가 있는데 바비가 딱 그러했다. 또, 보호자가 없을 때 과장된 행동을 많이 했는데, 그건 사람의 관심이 고프다는 표현이었다. 아마도 파양의 아픔이 바비의 마음을 허기지게 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고민견들과 마찬가지로, 바비도 어김없이 집안의 중심인 소파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현재 집 안에서 바비의 서열을 확인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보호자와의 관계도 짐작할 수 있었다. 강형욱은 바비가 보호자를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바비는 보호자도 이런 관계를 원한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저 집착이라고만 생각했던 보호자는 충격에 빠진 눈치였다.

바비는 보호자의 '내려가!'라는 지시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보호자가 한발 다가서자 곧바로 입질을 했다. 바비는 위협적인 입질이 너무도 익숙한 상태였다. 사회성이 부족한데다 올바른 대화를 배우지 못한 탓이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으니 짜증을 부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던 것이다. 보호자에게 너무 많은 애정을 받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기도 했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통제 훈련을 전수했다. 우선 소파 위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고, '기다려'를 통해 움직임을 제지했다. 평소 마음대로 살아왔던 바비는 당황스러워 했지만, 보호자의 단호한 태도가 이어지자 조금씩 적응해 갔다. 처음에는 호시탐탐 소파를 노리던 바비는 보호자가 한쪽 구석에 쿠션을 내려놓자 그곳으로 몸을 옮겼다. 이제 머물 공간이 정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바비는 왜 그토록 슈를 공격했던 걸까. 강형욱은 사람이 그리웠던 파양견 슈가 보호자의 사랑을 듬뿍 받자 부럽고 질투가 났을 것이라 추측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공존은 가능한 걸까. 강형욱은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슈와 애정을 나눌 때는 다른 개가 다가오지 못하게 해야 했다. 개별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개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이경규의 말이나 '반려견은 다른 개가 좋아서가 아니라 보호자가 좋아서 같이 사는 것'이라는 강형욱의 말처럼 다견 가정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겪기 마련이다. 이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단호함이 필요하다. 한 마리를 편애하지 않는 건 기본이고, 모든 반려견에게 동등한 애정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보호자가 된다는 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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