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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섣불리 백종원과 김수미의 우열을 가리려 하는가?

너의길을가라 2018. 10. 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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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유형의 장인(匠人)이 존재하는 듯하다. 첫째는 고민과 분석을 통해 자신만의 기준을 개량화한 후 그 수치를 매번 철저히 지킴으로써 일정함을 유지하는 타입이다. 둘째는 기본에 충실하되 유연함을 추구함으로써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융통성을 찾아가는 타입이다. 둘은 지향하는 방향성이 다르다.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느 쪽이 더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tvN <집밥 백선생>에서 완벽히 계량된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고 자신있게 외쳤던 백종원은 요리의 신기원을 열었다. '정말 이게 맛있을까?'라고 의심했던 수많은 시청자들을 '맛'으로 승복(承服)하게 만들었다. 백종원은 요리에 관심이 있어도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던 수많은 요리 무식자들에게 신비로운 '교과서'를 선물했다.


무엇보다 그는 음식의 '맛있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자신의 '앎'을 사람들에게 간단하고 쉽게 설명했다. 계량화된 레시피와 공식화된 조리법은 완벽한 내비게이션이었다. 덕분에 요리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남성들조차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누구라도 '오늘은 내가 요리사!'라 말할 수 있었다. 가히 혁명적이었다. 백종원을 첫 번째 유형의 장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유형의 장인은 누구일까? 질문과 동시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김수미다. tvN <수미네 반찬>에서 엄마의 맛이 듬뿍 담긴 집밥을 선보이고 있는 그의 레시피는 유별나다. 김수미는 한 숟가락, 한 컵과 같은 계량된 레시피를 가르쳐주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후추! 조금 눈둥만둥. 눈둥만둥 뿌려! 네, 그게 내 레시피입니다~"라며 자신의 길을 달려간다. 


실제로 김수미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려운 간장게장조차도 김수미는 순식간에 그것도 손쉽게 만들어낸다. 새삼스럽지만, 김수미는 정말 '엄마' 같다. 어린 시절에 식사 무렵이 되면 뚝딱뚝딱 찌개와 반찬을 만들어내 식탁을 가득 채웠던 엄마의 마법을 보는 듯하다. 오랜 경험으로 숙달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수미는 두 번째 유형의 장인이다. 


혹자들은 백종원과 김수미를 비교하면서 '섣불리' 우위를 가리려 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유형의 장인이다. 장인이라는 표현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백종원과 김수미가 일정한 수준의 경지에 올랐다는 사실마저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추구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므로 그 차이를 두고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달리 표현해 보자면, 백종원은 대중화에 필요한 (요리의) 기초반이고, 김수미는 실력 향상을 위한 심화반으로 비유할 수 있다. 요리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이나 요리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백종원이 필요하고, 그 단계가 지나 조금은 능숙해진 사람들은 김수미를 찾기 마련이다. 프로그램의 구성만 봐도 <집밥 백선생>의 경우 요리 초짜들이 패널을 구성했던 반면, <수미네 반찬>에서는 최고의 셰프들이 제자로 출연하고 있지 않은가?


일각에서는 백종원의 레시피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맛을 찾기보다 레시피만 따라하게 됐다고 우려한다. 심지어 '맛의 획일화'라는 거대한 문제제기까지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조금 과도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김수미처럼 현란하게 요리를 할 수는 없다. 역시 기초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기 마련이다. 


어느 쪽이 절대적이라 말할 수 없다. 당연히 우열을 가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울렁증'을 없애기 위해서는 기초반 수업이 꼭 필요하다. 물론 기초반 수업을 마스터하고 일정한 내공이 쌓인 후라면 뭔가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터. 그럴 때는 조금 더 많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심화반 김수미를 찾으면 될 일이다. 이는 두 사람의 역할이 다른 것일 뿐,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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