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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금쪽이의 등교 거부, 오은영은 주체성 부족을 지적했다

너의길을가라 2022. 7. 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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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저학년의 경우에는 등교 준비부터 등굣길 배웅까지 일거수일투족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별 탈 없이 학교에 가면 다행이지만, 가지 않겠다고 떼라도 쓰면 그보다 난감한 일도 없다. 입이 바짝 마르고, 두통이 몰려온다. 어르고 달래거나 단호하게 제압해야 한다. 물론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를 파악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난 29일,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우애 좋은 형제(9세, 11세)의 부모가 오은영의 도움을 요청했다. 엄마의 가장 큰 고민은 금쪽이(9세)가 학교에 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영상 속에서 금쪽이는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엄마는 학교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조되는 긴장감을 지켜보는 게 고통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이유를 몰라 속만 타들어 갔다.

금쪽이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엄마는 잠에서 깬 금쪽이에게 등교 스케줄을 설명해줬다. 하지만 금쪽이는 방문을 걸어 잠그며 저항했다. 옷을 입기 싫어서 발차기를 했고, 격한 몸부림을 쳤다. 엘리베이터에서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학교 근처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싫어!'를 연발했다. 실랑이가 계속 이어졌다. 5개월째 계속된 등교 전쟁,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상이다.

엄마는 금쪽이를 학교에 보내겠다는 의지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안감힘을 쓰며 버티는 금쪽이를 상대로 완력을 사용해 조금 강압적으로 이끌었다. 정형돈은 엄마의 완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은영은 어떻게 봤을까. 그는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소원 성취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떼를 쓴다면 달래기보다 번쩍 안고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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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눈에는 얼핏 무서운 엄마로 보일 수 있지만, 엄마의 완력은 아이의 안전을 위한 단호한 표현이라고 칭찬했다. 또, 아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도 잘한 일이라며 '쌍따봉'을 보냈다. 가까스로 교실 앞에 도착했지만, 금쪽이는 엄마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엄마는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아무리 강한 엄마라도 자식을 떼어 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마음을 다잡은 엄마는 자리를 떠났고, 금쪽이는 엄마가 떠난 자리를 말없이 지켰다. 선생님은 익숙한 듯 복도에 의자를 옮겨준 후 다시 한번 설득에 나섰으나 소용없었다. 급식 시간, 금쪽이는 다른 친구들과 급실실로 가지 않고 어디론가 향했다. 엄마의 차 안이었다. 엄마는 도시락을 챙겨와 금쪽이를 먹였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걸까.

자세히 보니 금쪽이는 기름을 먹고 있었다. '케톤 식이요법'이었다. 금쪽이는 2020년 10월 뇌전증 증상을 보였고, 2주 후 두 번째 증상이 발현됐다. 병원에서 뇌전증 진단을 받고 케톤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혹시 등교 거부의 원인이 케톤식 때문일까. 오은영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점심시간마다 교실을 비우는 금쪽이는 식사를 하며 친구와 마음을 나눌 수 없다고 답했다.

대뇌의 세포들은 서로 전기 회로처럼 정보를 전달하는데, 뇌전증은 마치 합선이 발생한 것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병명으로는 (소아) 간질인데, 부정적 인식 탓에 뇌전증으로 변경됐다. 뇌전증은 전신에 강직과 경련이 발생하고 거품을 무는 '전신성 발작'과 금쪽이처럼 5~10초 가량 의식을 잃는 '소발작', 발작 중 의식은 유지되지만 입꼬리가 실룩거리는 '부분 발작'으로 구분된다.

- 놓치기 쉬운 뇌전증 증상
1. 멍하니 무언가를 바라본다
2. 물이나 침을 흘린다
3. 입을 오물거린다
4. 아무 말을 한다

뇌전증은 증상이 다양해 진단이 어렵고, 원인도 매우 다양하다. 복합적인 이유가 대부분이고,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오은영은 치료를 받으면 예후가 좋기 때문에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고 독려했다. 한편, 케톤 식단은 정해진 비율의 지방과 당류를 정해진 시간 안에 섭취하는 방식인데, 하루 동안 130ml 생기름을 3번 복용해야 한다. 금쪽이가 싫어할 법 했다.

케톤 식단은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도 권고한 식사법으로 6개월 지속했을 때 환자의 64%에서 증상이 절반 감소했고, 1년 이상 지속했을 때 77%에서 중상이 절반 감소했다고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2010년 발표) 누구보다 힘든 건 금쪽이지만, 매번 정확한 계량부터 음식 종류, 시간까지 고려해야 하는 엄마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부모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엄마는 7년 다닌 회사를 그만둘 정도로 헌신했다. 노력을 기울이는 건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금쪽이의 건강을 위해 가족 전부가 생활 계획표대로 움직였다. 오은영은 엄마가 군인 같다고 말했다. 그 계획성과 철두철미함이 금쪽이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유연한 사고와 주체성 발달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학교 거부와 주체성이 관련있다는 얘기였다.

병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혼자 할 수 있는 작은 일조차 부모가 대신해주니 금쪽이는 자연스레 생활 속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졌다. 아무리 작고 쉬운 일이라 해도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 금쪽이는 가족과 함께라면 낯선 장소라도 괜찮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잔뜩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독립적 개인으로 있을 때 말 그대로 얼음이 됐다.

"금쪽이는 뇌전증 치료 과정의 주인공이에요. 주인공이라는 건 뭐냐하면 (질병을) 잘 알고 있어야 되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서 있어야 해요. 비켜서 있거나 아웃사이더가 되면 안 되고, 내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해야될 부분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야 돼요."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가 뇌전증 치료 과정에 있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데, 본인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치료의 주인공은 뒤로 빠진 채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만 애쓰는 양상이었다. 가족들이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 정작 금쪽이는 인식이 부족해 보였다. 오은영은 눈높이에 맞는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고, 형에게도 동생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금쪽이 형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형은 핫도그를 조리해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방에 들어가서 숨죽여 핫도그를 먹었다. 행여나 동생이 먹고 싶어할까봐 배려한 것이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창문을 열어 곧바로 환기시켰다. 놀이터에서도 군것질을 하면 안 되는 금쪽이를 위해 다른 아이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며 다녔다. 하지만 병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 과잉보호한다는 인상도 줬다.

금쪽이와 형이 다툼이 생겼을 때, 엄마는 전적으로 금쪽이 편만 들었다. 형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엄마는 형에게 사과할 것을 종용했다. 금쪽이가 형의 방에 가서 난장판을 만들었음에도 형에게 치우라고 지시했다. 형은 군말 없이 치우러 가서 몰래 탄식했다. 오은영은 형이 금쪽이에게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라 고마운 일이라고 설명하며, 인내와 억제를 강조하기보다 협동과 협조를 부탁하라고 조언했다.

"동생이 아프고 제일 많이 바뀐 건 뭐야?"
"난 착해야만 하는 거 같아. 나는 엄마 아빠한테 사랑받지 않는 것 같아졌어. 내가 (엄마 아빠를) 빼앗긴 거 같아서 슬퍼." (형)



오은영은 금쪽 형제의 마음을 돌아봐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 아이에게 질병이 생겼을 때 대부분 증상 호전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인데, 양육자의 진짜 목표는 경련이라는 문제가 아니라 '경련이라는 문제를 갖고 있는 아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쪽이가 매일 스스로 할 수 있는 선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연습하고, 그 과정에서 성취와 효능감을 느끼게 도와줘야 한다.

또, 금쪽이에게 병명을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 금쪽이는 외면하려 했다. 아빠는 누구나 아픈 곳이 있다며 차분히 설명했다. 스스로 덤덤히 넘길 수 있게 연습했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금쪽이는 자신이 치료 중이라는 사실을 친구에게도 말할 수 있게 됐다.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별다른 설명 없이 무조건 먹어야만 했던 케톤 식단에 대해서고 설명했다. 그리고 참기름 짜는 과정을 보기 위해 시장의 방앗간을 금쪽이와 함께 찾았다. 식재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식이요법의 부담감을 덜어줬다. 또, 금쪽이에게 직접 밥상을 준비하게 했고, 가족들이 함께 케톤 식단을 먹어보면서 거부감을 낮췄다. 이제 금쪽이는 스스로 케톤식 식단을 먹었다.


등교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바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등굣길의 이정표를 따라가며 스티커를 모아 칭찬 공룡을 완성하게 함으로써 성취감을 높였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교실 앞까지 도착했다. 고통의 연속이던 학교 가는 길이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에 남게 됐다. 이제 금쪽이는 스스로 학교에 갈 준비를 하게 됐고, 자신있게 교실로 향했다.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엄마는 사랑이 고픈 형을 위해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형은 '속마음 인형'에 하고 싶은 말을 녹음해 엄마에게 전했고, 엄마는 형의 바람을 들어줬다. 어려움을 딛고 잘 성장하고 있는 금쪽 형제가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자라길 응원한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을 엄마 아빠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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