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농구선수 이현호, 청소년 훈계의 씁쓸한 결말..

너의길을가라 2013. 5. 14. 07:09
반응형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담배를 피우는 중 · 고등학생 한 무리를 발견했다고 하자.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하겠는가? 선택지는 간단하다. 

1. 훈계를 한다. 
2. 못 본 척 하고 지나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2번을 선택할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무서움'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훈계'의 미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섣불리(혼자서 혹은 맨몸으로!) 가르치려 들었다간 되레 '집단폭행'을 당하기 일쑤다. '겁에 질린' 어른들은 이제 그 누구도 청소년들의 비행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 <노컷뉴스>에서 발췌 -



어제(13일),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이현호 선수의 '청소년 훈계'는 '윤창중 태풍' 속에서도 꽤나 화제가 됐다. CBS 기사를 인용하자면, 




이현호(32)는 지난 12일 오후 7시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다가 중·고등학생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봤다. 아이와 함께 있었기에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다시 한 바퀴를 돌고 와서도 학생들이 그대로 있는 모습을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결국 이현호는 그들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때리고 폭언을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청소년 2명의 머리를 때린 혐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폭력' 부분이다. 이현호 선수는 "욱하는 마음에 안 좋은 말을 했다. 실수로 손이 먼저 간 것은 사실이다. 남학생 2명, 여학생 3명의 머리(뒤통수)를 손바락으로 쳤다."고 말했다.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학생들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에 기분이 상해 직접 신고를 했다고 한다. 당연히 부모에게 연락을 취했을 테고, 이 상황을 접한 부모들은  완전히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5명 중의 3명은 '훈계해줘서 고맙다'면서 흔쾌히 합의를 했지만, 나머지 2명은 '우리 아이를 왜 때렸느냐'며 끝내 합의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이현호 선수는 즉결심판을 받게 됐고, 향후 즉결심판 출석 통지서를 받게 되면 법원으로 출석해야만 한다. 


이현호 선수는 폭력에 대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잘못은 잘못이다. 폭력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하지만 나도 아이가 있으니까, 학생들의 부모님들께도 죄송하고 사죄드린다" 필자도 '폭력'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이다. 상황이 상황이지만, 이현호 선수가 192cm에 95kg의 건장한 체격이라는 점도 감안을 해야 한다. (물론 그 정도의 체격이 되지 않으면 '감히' 훈계를 할 엄두도 못 냈겠지만..) 하지만 상황이나 진술 내용으로 볼 때, 이현호 선수가 가한 폭력은 그리 심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충분히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포함되는 범위라고 보여진다. 또, 이현호 선수가 나쁜 마음에서 한 행동도 아닐 뿐더러, 대화를 통해 충분히 오해를 푸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오토바이를 탔던 학생이 나한테 많이 혼났는데 부모님께서 그냥 가시겠다고 하더라. 너무 미안했다. 형도 어렸을 때 해봤고 이게 안 좋은 걸 알기 때문에 혼낸 거라면서 학생의 연락처를 받았고 앞으로 밥도 같이 먹고 농구장에도 놀러오라고 했다. 부모님께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씀하셨다"


합의에 응하지 않은 부모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담배를 피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의 부모로서는 어쩌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잘못이 없는데 폭행을 당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 사정을 고려하고서라도 아쉬움이 많이 남고 찜찜하기만 하다.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이야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겠지만, 무작정 아끼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진정으로 자식들을 위하는 방향이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현호 "청소년 훈계, 또 할 수 있을까요?"


훈계 과정에서 행해진 폭력은 잘못된 행동(아이들이 먼저 공격적인 행동을 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이었지만, 청소년들이 탈선 현장을 지나치지 않았던 이현호 선수의 행동은 훌륭하고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필자는 그런 이현호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더 이상은 용기 있는 이현호 선수의 모습을 다시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경찰서에서 4시간 정도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 와이프와 늦게까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통화 말미에 이현호는 "앞으로는 그런 청소년들을 봐도 그냥 지나가게 될 것 같다"



용감한 한 개인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이현호 선수의 사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청소년 문제'가 특별히 '용기 있는 한 시민'에게 맡길 문제일까? '청소년 훈계'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는 행동인가? 


여러 명의 아이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한 두 명의 어른들이 '훈계'를 위해 개입한다고 하면, 십중팔구 감정적인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급기야 '폭력'이 수반되는 과정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청소년들만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 서툰 것은 아니다. 이현호의 경우처럼, 어른이 스스로의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먼저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다아무리 잘못된 행동을 '훈계'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잘못된 훈계'는 결코 긍정적인 효과를 낳지 못한다. 또, '무리'를 이루게 되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더욱이 어른들에 대한 존경과 공경이 사라진 이 시대가 아닌가? 소위 '훈계'라고 하는 행위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서두에 언급했던 사건들처럼 되려 당하기 십상이다. 


결국 이 문제는 '용감'한 개인이 나서서 풀 문제는 아닌 것이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역시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맞벌이 부부가 전체 부부의 40%를 차지하고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산산조각난 상황, 공교육이 무너져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파탄난 현실, 사회가 그 구성원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들을 바로잡아 나가야만 한다. 분명한 것은 아이들은 어른들을 모방하고 배워나간다는 점이다. 지금 아이들의 모습이 곧 지금 어른들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