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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이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 전 한지민에게 특별히 부탁한 까닭

너의길을가라 2022. 7. 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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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은 '보석' 같은 존재이다. 보고 있으면 '영롱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찬란하고 맑은 배우이다. 작품 속에서, 그리고 삶 속에서 한지민의 광채는 은은히, 하지만 또렷히 빛난다. 숨겨지지 않는다. 배우로서 한지민은 배역을 통해 관객과 시청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 왔고, 스크린과 TV 밖에서는 기부와 봉사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마지막 유퀴저는 배우 한지민이었다. 그는 특별한 홍보 이슈가 없음에도 <유 퀴즈>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우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일종의 유행(?)이다. 한지민은 <유 퀴즈>가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던 시절부터 시청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조세호는 '친구' 한지민을 반갑게 맞았고, 유재석은 한지민의 밀모그래피를 소개했다.


SBS 드라마 <올인>(2003)으로 데뷔했던 한지민은 22살이었다. 송혜교의 아역을 맡았지만, 둘의 나이 차는 고작 1살에 불과했다. 첫 현장에 대한 한지민의 기억은 끔찍했다. 연기를 배운 적도 없었기에 촬영 현장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지민은 "제가 너무 못하니까 진행이 안 되는 거죠. 저 때문에 늦춰지니까 망치는 것 같아 너무 힘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한지민은 <대장금>에서 장금이(이영애)의 친구이자 의녀인 신비 역을 맡으며 본격적인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장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지켜보며 연기를 배웠던 시기였다. 이후 한지민은 MBC <늑대>, KBS2 <위대한 유산>, KBS2 <경성 스캔들>에 차례로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착실히 쌓아나갔다. 그리고 MBC <이산>의 성송연 역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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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짧지 않았던 시간 동안 있었던 많은 어려움들이 제게는 참 큰 무게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한지민)



주제는 자연스럽게 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미쓰백>으로 이어졌다. 아동학대라는 예민한 주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냈던 영화로 한지민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하지만 <미쓰백>은 제작 당시 난항을 겪었다. 한지민이 주연을 맡았다는 이유로 투자나 배급사를 찾기 어려웠다. 대중이 한지민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미지와 백상아라는 배역이 상반되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지민은 차가운 시선을 이겨내기 위해 '더 잘해보자!'고 스스로 다짐했고,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흡연까지 배우는 열의를 보였다. 관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노력을 인정받은 한지민은 2018년 청룡영화상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청룡영화상 무대에 오른 그는 수상 소감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었다.

영화가 개봉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웠지만, 초반 흥행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컸으리라.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더 잘됐을까.'라는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한지민은 '내가 잘해냈어'라는 느낌보다 영화가 더욱 인정받았으면 하는 생각에 눈물을 흘린 것이라고 회상했다. 함께 고생했던 제작진들에게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후반부에 터질 영옥의 이야기는 한지민이 아니면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노희경)



2022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우리들의 블루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지민은 극중에서 다운증후군 정은혜 배우와 쌍둥이 자매 역을 연기했다. 노희경 작가는 후반부에 터질 영옥의 이야기는 한지민이 아니면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2007년부터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국제기아질병문맹퇴치기구 JTS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쳐오며 인간적인 신뢰를 쌓았다.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다운증후군 정은혜가 출연한 만큼 촬영장에서 조금씩 배려가 필요했다. 배우가 다운증후군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다운증후군 바우가 출연하는 건 드라마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정은혜와 스태프들이 겪을 어려움을 예상했기에 노희경은 한지민에게 '네가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지민의 역할이 중요했다.

극중 정은혜의 그림을 보고 오열하는 장면이 있는데, 한지민은 "이 친구가 어릴 때부터 재능을 발견했던 게 아니라 어려움을 겪었는데, 누군가의 얼굴을 보면서 그렇게 해냈다는 게 감격스러워 눈물이 막 쏟아졌"다고 회상했다. 한지민은 오열 장면 촬영은 마지막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감정이 처음부터 올라와 먼저 촬영하고 싶다고 제안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편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의 먼 친척 조카 중에서 다운증후군 친구가 있거든요. 근데 아무래도 사람들과의 교류가 조금은 어렵고 눈을 마주치거나 감정 컨트롤에 있어서 예민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 친구가 현장에 있을 때 어떻게 적응을 할까 걱정이 되고, 대사량이 많기 때문에 가능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근데 모두가 사랑으로 은혜를 감싸주고 앞에서 조금씩 조금씩 도와주다 보니까 나중에 프로처럼 잘하게 되더라고요." (한지민)



한지민과 정은혜의 활짝 웃는 모습이 담긴 촬영장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정은혜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한지민은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소통하고, 눈을 마주치는 모습, 가끔 자신을 혼내기도 하는 상황이 감동 그 자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우리들의 블루스>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랐는데, 정은혜라는 배우를 만나 기적 같았다고 말했다.

특병한 홍보 이슈가 없었던 한지민은 갑자기 홍보하고 싶은 게 있다고 운을 띄웠고, 유재석은 그것이 정은혜가 주연으로 출연한 다큐 영화 <니 얼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 정은혜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니 얼굴>은 현재 1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은혜의 영화가 더욱 사랑받기를 바라는 한지민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지민 언니, 같이 연기하면서 즐거웠고 정말 행복했어. 그리고 내 생일날 파티도 재미있었어. 또 나를 기억해줘서 고맙고 사랑해."(정은혜)



정은혜의 인터뷰 장면 후 마지막 질문이 주어졌다. 한지민은 행복할까? 한지민은 언제 행복한지 생각을 해보면 대단한 행운이 없더리도 무탈한 게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대답했다. 나이가 들수록 이별랄 일이 많아진다며 재작년에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지민은 엄마와도 같았던, 사무치게 그리운 존재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퀴즈를 풀고 100만 원의 상금을 획득한 한지민은 사비를 보태 정은혜에게 달려갔다. 그는 정은혜에게 '관객들과의 대화' 자리를 선물했다. 한지민은 <우리들의 블루스>가 정은혜라는 보석 같은 존재를 찾아내 주는 계기가 됐다며 마냥 기뻐했다. 노희경이 왜 한지민이어야 한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한지민이라는 사람, 그 영롱한 보석에 대해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된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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