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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남자친구' 속 엄마들은 하나같이 왜 저럴까?

너의길을가라 2019. 1. 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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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창조물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이라는 영역에 있어 하나의 상징이 됐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음으로써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낸 그들의 애틋함이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강렬하게 각인됐다. 한 가지 재미있는 가설은 앙숙인 두 집안의 격렬한 반대가 없었다면 두 사람의 사랑은 어린 시절의 치기에 그쳤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심리학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고 한다. 


'반대'가 역설적으로 얼마나 큰 '지지'가 되는지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tvN <남자친구> 속 차수현(송혜교)과 김진혁(박보검)의 사랑을 지켜 보면서 고전 속에서 유래한 사랑의 법칙을 떠올린다.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내 이뤄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앞에 수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몇 개는 간신히 넘어섰지만, 여전히 강력한 방해꾼들이 두 사람의 사랑을 저지하기 위해 길을 가로막고 있다. '대략난감'이다.


하나의 사랑이 완성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남자친구>를 보고 있자면 답답함이 몰려온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물론 남명식(고창석), 장미진(곽선영) 등 조력자가 없진 않지만, 차수현과 김진혁의 사랑은 여전히 러시아워(rush hour)의 교통 체증 같다. 나아갈 기미가 없다. 그 갑갑함 속에서도 단연 최고의 강적은 '엄마들'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도대체 저 엄마들은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이혼했다고 두 집안 관계가 정리됐다고 생각하면 네 착각이다. 네 아버지가 그 자리까지 어떻게 갔는지 잊지 않았지? 한 번 적을 뒀으면 넌 죽어서도 태경그룹 사람이다. 명심해."


대경그룹 회장 김화진(치화연)은 최악의 엄마다. 모든 불행의 시초이자 갈등의 중심축이다. 재벌가의 엄마들은 다 저 모양일까? 아들 정우석(장승조)을 꼭두각시로 키웠고, 정략결혼의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며느리에 대한 악행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혼을 한 뒤에도 차수현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았다. '3조 4항(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모든 권리를 잃게 된다)'으로 압박하고, 끈질지게 재결합을 요구한다. 미저리가 따로 없다. 


김화진은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전 며느리' 차수현을 계속 참석시켜 왔다. 자신의 생일 파티에 오라며 드레스코드까지 정해 줄 정도였다. 이번에는 전 시부의 기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차수현은 그 자리에 가는 대신 남자친구인 김진혁의 가족 모임에 참석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김화진은 분노를 터뜨렸다. 거기에 차수현의 아빠 차종현(문성근)마저 자신과 거리를 두자 가만두지 않겠노라며 동화호텔 회수 작전을 시작했다. 



"관계가 중요해? 난 가치가 중요해. 쓸모 있는 자식으로 살아."


김화진보다 더 경악스러웠던 인물은 차수현의 엄마 진미옥(남기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잖아. 엄마고 딸이잖아."라며 눈물로 하소연하는 딸에게 "쓸모 있는 자식으로 살"라고 잔혹하게 말하는 엄마라니,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알다시피 진미옥은 욕망의 화신이다. 남편 차종현을 정치인으로 이끌었고, 이번엔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유는 한 가지다. 자신이 영부인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다. 


진미옥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주변의 모든 걸 희생시켜 왔다. 딸도 예외는 아니었다. 차수현을 정략 결혼으로 내몰았고, 남편의 대권 가도를 위한 디딤돌로 삼으려 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김화진에게 철저히 고개를 숙여 왔다. 차수현이 전 시부의 기일에 가지 않자 "이것 좀 봐라. 내가 이번에는 꼭 좀 가라고 했는데!"라며 분노했다. 진미옥에게 딸의 생각, 딸의 행복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엄마는 아무리 생각해도 끔찍하다. 



"대표님,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우리 진혁이랑 제발 좀 헤어져 주세요. (...) 이러다가 우리 애는 상처받고 오래오래 사람들 말 속에서 살게 될 까봐 제가 겁이 나서 죽겠어요."


김화진과 진미옥, 두 쌍포의 활약(?)이야 더 이상 놀라울 게 없었지만, 김진혁의 엄마 주연자(백지원)가 선사한 고구마는 당황스러웠다. 김진혁과 차수현의 사랑을 확인한 주연자는 다짜고짜 차수현을 찾아가 '우리 진혁이와 제발 헤어져 달라'고 사정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아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였다. 차수현은 할 말을 잃었다. 어안이 벙벙했던 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얼마나 구시대적인 발상이란 말인가. 


"이제 난 깔끔하게 응원하기로 했다."고 말하는 김진혁의 아빠 김장수(신정근), "요즘 너 하는 거 보면서 배운다. (...) 너는 네 삶 행복하게 살고, 아빠는 아빠대로 제대로 살고."라 말하는 차수현의 아빠 차종혁, 드라마 속 아빠들은 하나같이 든든하고 쿨하다. 반면, 엄마들은 하나같이 이상하다. 무례하고 막무가내다. 자신밖에 모른다. 게다가 시대착오적이다. 굳이 이런 설정을 해야 했던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을까? 


이들의 모성은 후지다. 특히 주연자의 것은 더욱 후지다. 그는 왜 자신의 아들인 김진혁을 설득하기보다 차수현을 찾아갔던 것일까? 애초에 아들을 이해시킬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차수현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아들의 행복을 바란다면 더욱 그렇다. 김진혁과 차수현, 두 사람의 주체적인 사랑을 그려내기 위한 <남자친구>의 '장치'들이 너무 진부하다. 특히 그 장치들로 '엄마들'을 끄집어낸 선택은 지나치게 구시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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