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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빚만 17억" 백종원은 왜 자신의 실패 경험을 꺼내 놓았을까?

너의길을가라 2020. 5. 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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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안 하고 악에 받치는 거 하고 노력하고 악에 받치는 건 달라요. 내가 외롭게 노력하면서 악에 받치면 진짜 악으로 바뀌어요. 친절로 바뀌는 거고, 음식 수준으로 바뀌는 거고.. '내가 1000원짜리 팔아서 100원이 남더라도 무조건 이 손님 우리 가게로 오게 할 거야.' 이게 진정한 악이지. 장사하는 사람한테 진정한 악이 필요한 거예요."

방법을 모르면 정성껏 가르치면 된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차곡차곡 채워 넣으면 된다. 행여나 넘치면 덜어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의욕'이 없으면 정말 난감하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모든 일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애시당초 새롭게 시작할 의지가 없는 이에게 솔루션은 가당치도 않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따라서 관건은 의욕이다. 새출발을 위한 각오 말이다.

그러나 무기력에 빠진 누군가를 끄집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똬리를 틀고 동굴 깊숙한 곳에서 웅크리고 있는데 밖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닿을 리 없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수원 정자동 골목의 떡튀순집 사장님은 심각할 정도로 의욕이 없었다. 방송에 나와서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얼굴에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고,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그런 사장님의 가게가 멀쩡할 리 없다.

주방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던 백종원은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냉장고에는 재료들이 방치돼 있었고, 안쪽엔 성애가 잔뜩 끼어 마치 빙하처럼 거대하게 얼어 있었다. 제때에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은 탓이었다. 바닥은 신발이 쩍쩍 달라 붙을 정도였고, 화구도 삭아서 처참한 몰골이었다. 그걸 본 백종원은 "아니, 이걸 왜 청소를 안 했어요?"라며 경악했다.


사장님은 인수받을 때부터 오래된 것들이라 기름때가 안 벗겨졌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그건 분명 청소의 문제였다. 아무리 가르쳐 준 사람이 없었다고 해도 청소는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지 않은가. 화면을 보고 있던 김성주와 정인선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떡튀순집은 역대 최악의 위생 상태를 경신했다. 바닥을 덮은 신문지로 찌든 때는 숨겼지만, 사장님의 자포자기한 마음까지 가릴 순 없었다.


"사장님이 지금 해줘야 할 건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어요. 그래야 나도 도와줄 수 있어요. 우리 제작진도 헛된 짓은 하면 안 되잖아요. 이 프로그램이 아무 의지도 없고 아무 것도 할 생각이 없는 사람한테 억지로 옷을 깨끗하게 입혀서 '자, 보세요. 성공했죠?' 이런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그렇게 해봐야 몇 달 있다가 원래대로 돌아가면 아무 소용 없잖아요. 사장님도 이번 기회를 확 잡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럴려면 변한 모습을 보여줘야 돼요."

물론 사장님이 처한 상황이 객관적으로 나쁜 건 사실이었다. 매출이 없어서 보증금을 잃었고, 월세까지 밀리자 자포자기의 심정이 됐을 것이다. 무력감이 몰려왔으리라. 청소를 한다고 매출이 오르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씩 방치하다보니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다. 눈으로 찌든 때를 보면서도, 청소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의욕을 상실한다는 건 그만큼 무서운 일이었다. 과거 사업을 하다가 큰 실패를 경험했던 백종원이 그 사정과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백종원은 영업이 끝난 늦은 밤에 고된 몸을 이끌고 악에 받쳐서 청소를 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사장님을 자극했다. 따끔하게 문제를 지적하며 사장님의 의지가 있어야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어설픈 위로보다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난 사장님보다 더 크게 망했었어요. 빚만 17억 원 있었어요. 나는 잠이 왔겠냐고. 나도 죽으려고 했다니까. 근데 그걸 머릿속에 계속 갖고 있으면 성공 못했겠지. 일어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낀 거야. 빚을 갚아야 죽을 거 아니야. 이 가게로 일어나서 충분히 회복할 수 었어요. 희망이 있고."

쫄라김집 사장님의 상태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였다. 대출을 받아서 시작했던 주꾸미집 장사 실패로 억대의 빚을 지게 된 사장님은 그 옛날 생각에 사로잡혀 옴짝달싹하지 못히고 있었다. 지난 주 방송에서 유독 의욕 없는 모습을 보여준 건 그 때문이었다. 사장님은 매출 관리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어떤 메뉴가 잘 팔리는지도 몰랐다. 장사가 잘 될 리가 없었다.

그런 모습이 못내 안타까웠던 백종원은 사장님을 자리에 앉히고 상담을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사장님은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눈도 잘 맞추려 하지 않았다. 실패의 기억에 갇혀 밖을 보려 하지 않았다. 백종원은 사장님에게 자신이 겪었던 실패와 그걸 이겨냈던 과정에 대해 들려줬다. 욕심을 부리다 사업이 망해 17억 원의 빚을 지게 됐고, 그 때문에 죽으려고 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던 백종원은 재기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악에 받쳐 일을 한 끝에 결국 일어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백종원의 진심이 담긴 조언과 충고가 위로가 됐을까. 사장님은 조금씩 기력을 되찾아갔다. 백종원은 모든 가게의 기본 메뉴는 주인의 환대와 밝은 분위기인데, 쫄라김집은 들어왔을 때 분위기가 너무 우울하다고 꼬집었다.

백종원이 돌아간 뒤 홀로 가게에 남은 사장님은 옛날 생각을 털어버리려 애썼다. 독해지지 못했던 자신에게, 무기력했던 스스로에게 혼잣말을 하며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아서 짠했다. 우리라고 다를까. 누군들 실패를 원하겠는가. 또, 실패의 아픔에 갇히고 싶겠는가. 왜 멋지게 날아오르고 싶지 않을까. 허나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고, 사람은 약하기 마련 아닌가.

다행히 백종원을 만나는 '로또'와 같은 기회를 얻은 사장님들이 꼭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 의욕이 없었던 떡튀순집 사장님과 쫄라김집 사장님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다. 백종원이 그랬던 것처럼 진정한 악에 받쳐서 장사에 열을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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