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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기·옹성우·신승호, '열여덟의 순간'의 캐스팅은 완벽했다

너의길을가라 2019. 7. 3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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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위태로워 보여도, 당장 조금 미숙할지라도 매일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열여덟의 성장기. 그들의 순간을 들여다 보는 감성 청춘 드라마, JTBC <열여덟의 순간>(심나연 연출, 윤경아 극본)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첫회 3.009%(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2회에서 2.354%로 주춤했지만, 3회 3.169%, 4회 3.393%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동시간대 방영중인 tvN <60일, 지정생존자>(4.421%)와 선의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열여덟의 순간>은 "학원물을 보는 시청층을 조금 더 넓히고 싶었"다는 심나연 PD의 말처럼 기존의 학원물과는 차별화된 느낌이 강하다. 심 PD의 바람처럼 30대까지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깊이가 있고 관점도 흥미롭다. 또, 감각적인 연출과 음악 구성, 색다른 편집점 등이 돋보인다. 열여덟의 시각과 감성을 포착한 부분이나 학교 및 교육의 문제점을 조곤조곤 짚어나가는 대본의 완성도도 높다. 무엇보다 김향기, 옹성우, 신승호 세 명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비 맞지 말라고. 할 말. 굉장히 안 좋으니까. 비 맞으면."


<열여덟의 순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배우는 옹성우일 것이다. 그가 워너원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아이돌이었다는 점은 드라마 시작 전부터 수많은 의문을 자아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심나연 PD는 최준우라는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옹성우라는 사람이 딱 떠올랐다면서 "(옹성우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봤고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생각과 확신이 있었다"고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었다.


PD의 설득과 무관하게 존재했던 우려는 첫 회 방송과 함께 씻은 듯 사라졌다. 옹성우는 준우의 외로운 감정들을 더할나위 없이 잘 표현해 냈다. 표정과 눈빛, 대사 등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4회까지 진행된 현재, 유수빈(김향기)과는 설렘 가득한 로맨스를, 마휘영(신승호)과는 날카로운 대립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제 옹성우가 아닌 준우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옹성우가 앞으로 열여덟 준우의 성장통을 어떻게 연기해 나갈지 기대가 된다. 



"전학생, 너 귀신? 무슨 애가 색깔이 없어. 분하지 않아? 존재감 없이 사는 거."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천만 배우에 등극한 김향기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착실하게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정우성과 함께 출연한 <증인>에서 자폐아 지우를 연기하며 주목을 받았고, 다수의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그리고 4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해 자신의 연기 내공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뛰어난 캐릭터 이해력과 전형적이지 않은 대사 처리, 섬세한 감정 전달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향기는 <열여덟의 순간>에서 욕심 많은 완벽한 엄마 윤송희(김선영)의 엄격한 관리를 받으며 자란 우등생 유수빈 역을 맡았다. 엄마의 사랑과 욕심을 이해하면서도 "엄마의 생각만이 정답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고 싶어"라고 말하는 똑부러진 딸이다. 평범하지만 강인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아이다. 남들과는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준우에게 관심을 갖고 점차 호감을 느끼게 된다. 현장에서 '선배'인 김향기는 극의 중심을 잡으며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불쌍하잖아. 너 같은 애들. (...) 괘씸해서, 그냥 고분고분 소리없이 짜지면 될 일을 자꾸 문제제기 하니까. 감히, 나한테."


옹성우와 김향기에 가려지긴 했지만, 신승호라는 배우의 발견도 <열여덟의 순간>의 큰 수확이다. 신승호는 천봉고 2학년 3반의 반장 마휘영 역을 맡았다. 마휘영은 외모, 성적 등 무엇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학생이다. 게다가 부모님의 재력을 바탕으로 학교 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금수저' 휘영의 권위는 부담임인 오한결(강기영)을 뛰어넘는데, 그 비정상적 상황은 교실 내에 묘한 위화감을 형성한다. 


휘영은 겉으로는 모두가 신뢰하는 반장이지만, 실제로는 완벽주의자인 아빠의 폭력과 강압에 시달리는 상처투성이 열여덟이기도 하다. 아빠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진짜 불쌍한 소년이기도 하다. 그런 휘영의 유일한 탈출구는 수빈이었지만, 준우의 등장은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만다. 그 감정은 곧 적대감으로 나타나게 됐다. 신승호는 신인답지 않게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면서,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얼굴을 능숙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미숙함과 순수함 그리고 위태로움과 성장, <열여덟의 순간>은 그 살얼음과 같은 경계를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그 자체로 찬란했던 순간들을 흡인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향기, 옹성우, 신승호 세 배우의 열연이 있다. 청춘물의 특성이라면, 캐릭터의 성장과 함께 배우들의 성장이 맞물린다는 점인데, 과연 드라마의 후반부에 이 세 명의 배우들이 얼마나 성숙해져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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