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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과 장혁이 싸우면? 언제까지 '연예인 싸움 순위' 매길 건가

너의길을가라 2021. 4. 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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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서는 '꾹사부' 김종국 편이 이어졌다. 지난 주 방송에서 김종국은 18년 동안 주말 예능을 할 수 있었던 롱런이 비결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언급했다. 유재석은 <런닝맨>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며 웃음 소재로 삼기도 했다. 2020년 SBS 연예대상을 수상한 김종국에게 '사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김종국과 제자들의 대화는 '승부욕'으로 이어졌다. 제작진은 김종국의 '찐친'인 차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다가 이승기가 "연예인 싸움 실력자 얘기가 나왔"다고 운을 띄웠다. 차태현은 예상했다는 듯이 "아직도 다들 결론이 나지 않은 거지?"라고 맞받아쳤다. 이승기가 "(제가) 길거리 싸움을 하면 장혁 형을 이길 수 없다고 했거든요."라고 본론을 꺼냈다.


차태현은 "혁이가 또 다크호스"라며 함께 있던 장혁에게 전화를 건넸다. 장혁이 절권도를 그만두고 10년째 복싱을 하고 있다고 하자 김동현은 김종국도 예전에 복싱을 했는데, 복싱으로 붙으면 누가 이기냐고 물었다. 승부욕에 대한 대화는 결국 '싸움'으로 번졌다. 장혁은 "네(김종국)가 이긴 걸로 해 그냥, 종국이가 이겨요"라며 폭소를 자아냈고, 친구를 이겨서 뭐하겠냐는 말로 마무리했다.

'연예계 싸움 순위(혹은 서열)'는 예능의 단골 소재다. 과거에 힘 꽤나 썼던 남자 출연자들이 출연하거나 씨름이나 격투기 등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하면 벌어지는 풍경이다. 서로 자기가 더 잘 싸운다고 거들먹거리거나 상대방을 인정하고 꼬랑지를 내리는 식이다. 은근한 기싸움과 자존심 대결이 웃음 포인트가 되는 구도는 <집사부일체> 이전에 MBC <라디오스타>에서도 자주 펼쳐졌다.


지난 3월 10일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김동현은 "줄리엔 강이 매긴 서열 때문에 밤잠을 못 이뤘"다며 그 순위에 "내가 없다는 것보다 사람들이 자꾸 '누구랑 싸우면 이기냐"고 물어보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은 신계라고 설명했다. 인간계에 있는 줄리엔 강과 싸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기준에 입각한 순위를 발표했다.

그동안 <라디오스타>는 '연예인 싸움 서열'을 웃음 소재로 대놓고 활용해왔다. 지난 2월 3일에는 줄리엔강이 출연해 싸움 순위를 언급(하는 바람에 김동현이 반격)했다. 홍기훈, 박남현, 이동준, 김진수, 김창렬, 윤형빈 등 '싸움'으로 유명한 연예인들이 출연할 때마다 싸움 순위를 매겨달라는 요청이 빠지지 않았다. 2013년에는 아예 '전설의 주먹'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언제까지 남자 연예인들이 예능에 출연해 '싸움의 서열'을 매기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걸까. 가뜩이나 폭력에 대해 더욱 민감해진 시기가 아닌가. 연예인들의 학교 폭력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누가 더 잘 싸우냐를 두고 경쟁하듯 대화하는 모습은 단순히 '예능'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애시당초 싸움 자체가 폭력인데, 거기에 순위까지 매기는 건 적절하지 않다.

'연예인 싸움 순위(서울)'는 예능의 오랜 레퍼토리였다. 손쉽게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였다. 마초 성향이 다분한 남자 연예인들의 자존심을 살살 긁으면 이내 수컷 본능을 발현돼 방송 분량이 확보됐다. 일부 언론들은 그 내용을 가십거리로 소비했다. 당장 <집사부일체>가 방송되자 ""연예계 싸움 1위는" 김종국 장혁도 인정한.."과 같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싸움'을 두고 순위를 매기는 일은 불필요하다. 미련한 일이고, 어리석은 일이다. 굳이 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격투기 등 프로의 세계에 있는 이들에게만 매기면 된다. 싸움은 아무리 잘 포장해도 결국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잘하는 게 자랑스러운 일일까. 시대가 변한 만큼 예능도 이제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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