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김성주와 조보아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꼭 필요한 이유

너의길을가라 2019. 2. 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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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세 명의 MC가 등장한다. 중심은 물론 백종원이다. 프로그램의 제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의 역할과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방송 내의 솔루션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방향에도 기여한다. MBC <무한도전>으로 치면 유재석과 동급이다. 가히 시작과 끝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백종원 원맨쇼' 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백종원이 골목의 식당들을 점검하는 동안 상황실을 지키는 건 나머지 두 명의 MC 김성주와 조보아다. 두 사람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상황실에서 모니터를 살피며 추임새를 넣는다. 맛깔스러운 리액션이 방송의 묘미를 살린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또, (가끔이지만) 백종원의 호출을 받고 식당으로 출동해 여러가지 업무를 부여받기도 한다. 김성주는 기계인간으로 변신하고, 조보아는 시식 및 홀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이렇듯 프로그램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김성주와 조보아가 가장 돋보이는 순간은 따로 있다. 기본적으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솔루션(solution) 과정을 담는다. '상황 관찰(및 파악) → 문제점 발견 → 지적 및 해결책 제시 → 수용 및 변화'의 단계를 거친다. 백종원은 전 영역에 간여하게 되는데, 우선적으로 음식의 맛을 보고 (대중적인 입맛을 기준으로) 솔직한 평가를 하게 된다. 그게 그의 일이니까.


이때 사장님들은 익숙한 가게를 떠나 낯선 상황실로 가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와 카메라 앞에 앉아 백종원의 신랄한 분석과 피드백을 온몸으로 받아내게 된다. 그 순간이 얼마나 떨리고 긴장될까. 아무쪼록 칭찬이 나오기를, 아니 지적사항이라도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백종원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사장님들의 얼굴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사장님들을 맞이하는 건 대부분 잔인한 혹평이다. 


아무리 솔루션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해도, 어떤 이야기도 달게 듣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고 해도, 부정적인 평가 앞에 온몸이 쪼그라드는 건 인지상정이다. 길 한가운데에서 발가벗겨진 기분이라고 할까. 사장님들은 어설프게 변명을 하거나, 강하게 부정(否定)하거나, 짜증과 불쾌감을 드러내는 식으로 '자기방어'에 나선다. 자칫 분위기가 싸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늘상 펼쳐진다. 



"그러면 사장님은 만약에 서울이나 수도권 가서 장사를 하시면 그에 맞게 하실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맞춰서 하시는 겁니다. 조금 기준을 거제도 쪽에 맞춰주셔야죠."


그럴 때마다 김성주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그는 뻘쭘하게 상황실로 옮겨 온 사장님들을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한다. 또,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 방송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돕는다. 가령, 충무김밥집 사장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보리밥-코다리찜집 사장님과 '띠'가 같다며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김성주 특유의 친화력과 진행 능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또,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 공감대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끄집어 내면서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선다. 사장님들의 말에 귀를 쫑긋 기울이며 자칫 놓칠 수 있었던 코멘트까지 빠짐없이 방송화시킨다. 또, 백종원의 날카로운 평가를 듣고 마음에 생채기가 생긴 사장님들의 마음을 달래고, 어떨 때는 사장님 편을 들어주면서 험악해질 수 있는 공기를 중화시킨다. 



"모시러 왔어요. 이쪽으로 가시면 돼요."


조보아 역시 사장님들과 관계맺기를 통해 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하다. 가령, 상황실로 이동하는 사장님들을 위해 건물 바깥까지 직접 나가 버선발로 맞이하는 식이다. 그 소탈함이 눈길을 끈다. 이렇듯 친근하게 다가오는 조보아 덕분에 사장님들은 보다 쉽게 마음을 열게 되고, 훨씬 더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다. 시식 때는 누구보다 냉정한 '표정'으로 평가를 하지만, 대화 속에서 그는 누구보다 따뜻하다.


한편, 청파동 편에서 논란의 피자집 사장님과의 소통을 전담한 것도 조보아였는데, 그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솔한 소통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주로 백종원과 트러블이 있는 사장님들의 경우에 조보아가 투입되는데, 그럴 때마다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해냈다. 이는 조보아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 얼마나 애정을 쏟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역할이 역할인지라 백종원은 (적어도 초반에는) '호랑이 선생님'이 될 수밖에 없다. 솔루션이 난항을 겪게 되면 후반에도 그 기조가 유지된다. 그래서 김성주와 조보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예능 프로그램다운 재미를 확보하고, 과도한 긴장을 완화시키고, 프로그램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이 없었다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지금처럼 원활히 굴러가긴 힘들었을지 모른다. 완벽한 역할 분담, 이상적인 조합이 아닐 수 없다.


P. S. 이 글을 쓰고 얼마 후, 조보아가 거제도 편을 마지막으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후임으로는 정인선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의 활약에 감탄을 넘어 감동하고 있던 터라 허전한 마음이 크다. 조보아의 방송 분량은 3월 말까지다. 이제 고작 한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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