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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맨 프로젝트? 기득권 인정한 <무한도전>의 자신감

너의길을가라 2015. 3. 2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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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28일 방송된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은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이슈+] 초심 잃은 '무한도전', 그 옛날 '몸개그'가 그립다 라는 기사를 통해 일기장에 쓸 법한 개인적 바람을 드러냈던 윤기백 기자도 이번 방송을 보면서 배꼽을 꽤나 많이 잡지 않았을까? 자, 서론 아닌 서론은 이쯤하고 본격적인 글을 시작해보도록 하자.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위(14%) <무한도전>이 선정됐다. 이젠 새삼스럽지 않은, 당연히 받아들일 만한 결과다. 오히려 "<무한도전>이 아니면 어떤 프로그램이 1위를 하겠어?"라는 반문이 자연스레 따라오기까지 한다. 굳이 <무한도전>을 소개하면서 식상한 수식어들을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무.한.도.전.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참고로 2위는 <삼시세끼-어촌편>이었다.


지난해 11월에 터진 '그 녀석'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무한도전>은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김태호 PD를 중심으로 5명의 멤버들은 결속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무한도전>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존재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물론 그 특정한 개인에 유재석은 예외이겠지만. 특히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대박은 위기를 반전시키는 최고의 카드였고, 덕분에 <무한도전>은 '그 녀석'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토토가'를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5인 체제의 한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유재석을 축으로 하고 있지만, 팀을 나눠서(혹은 자연스레 팀이 나눠지는) 미션을 기본 패턴으로 삼고 있는 <무한도전>은 홀수보다는 짝수일 때 훨씬 더 구색이 잘 맞는다. 제작진과 팬들도 6명을 가장 이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래도 (카메라 속에 담긴) 5명은 너무 외롭게 비친다.


그리하여 제작진이 꺼내든 카드가 '식스맨 프로젝트'였다. 10주년을 맞이한 <무한도전>은 올해 5대 기획을 발표했는데, 그 첫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공석(空席)이 된 여섯번째 멤버 '식스맨'을 선발하는 것이었다. 식스맨 선발은 영화 <킹스맨>을 패러디한 컨셉으로 진행이 됐는데, 지난 14일과 21일에는 각각의 멤버가 식스맨 후보 21명을 직접 만나 면접을 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김영철과 주상욱, 광희, 류정남, 장동민, 전현무, 데프콘, 이서진, 김지석, 김지훈, 서장훈, 홍진경, 박진영, 박진영, 최시원, 강균성, 이기광, 헨리, 니엘, 홍진호, 유병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21명이 1차 후보로 출연했다. 오늘 방송에는 그 가운데 최후의 8인이 공개됐다. 전현무, 장동민, 서장훈, 홍진경, 광희, 최시원, 강균성, 유병재가 그 주인공이었다.


오늘 방송에서는 리액션을 확인하는 깜짝 환영식을 비롯해 자신에 대한 악플을 직접 읽는 등 후보들의 위기대처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다양한 웃음을 뽑아냈다. 이제 남은 단계는 (거짓말 탐지기를 통한 깨알 재미를 포함해) 8인의 후보의 자체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 4인을 골라내는 것이다. 어떤 후보가 '식스맨'으로 선정될 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식스맨'을 찾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지긴 했지만, 한편으로 불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무한도전>의 팬 가운데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고, 조심스럽게 비판적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무한도전>이라는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안달하는 지망생들을 지켜보며 갑(甲)질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애초에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지향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기획됐고, 또 그런 컨셉으로 방송을 만들고 시청자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제 그 누구도 <무한도전>의 멤버들을 두고 '평균 이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한민국 예능계에서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고, 팬덤의 절대적(이라곤 볼 수 없지만)인 지지를 받고 있다. 금전과 명예, 유 · 무형의 이득을 모두 얻었다. 그와 동시에 부담도 짊어졌겠지만.



다시 말하자면, <무한도전>은 최고의 권력이자 더할나위 없는 기득권이다. 몇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한도전> 제작진이 스스로를 기득권으로 인정하고, 그 사실을 숨기거나 애써 겸양을 떨지 않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식스맨' 프로젝트는 기존의 <무한도전>이 보여줬던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리 멤버가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되지 않겠어?'라는 자신감이 진하게 묻어난다.


방송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에 출연(얼굴을 내비치는 것)하는 것은 그 어떤 홍보보다 큰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탄탄대로'를 약속하는 보증수표를 받는 것과 매한가지라는 사실 말이다. 비교적 매우 잘 된 사례이긴 하지만, '토토가' 특집을 통해 90년대 가수들이 잃어버렸던 인기를 얻는 동시에 끊겼던 행사를 뛰며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지 않은가?


또,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것은 단순히 '이익' 차원을 떠나 방송인으로서 영광스럽기까지 한 일이다. 그만큼 <무한도전>이 갖고 있는 위상은 높고도 높다. 이를 모를 리 없었던 <무한도전>이 이젠 대놓고 '그게 사실이야'라고 인정하고 나온 것이다. 우리에게 적합한 멤버를 한 번 찾아보겠어. '너희들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자세가 되어 있는지 평가해 볼테니까 한번 준비해봐'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한도전>의 '갑질'을 눈을 치켜 뜨고 바라만 볼 일은 아니다. <무한도전>이 드러내놓고 '식스맨'을 찾는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는 까닭은 멤버 하차로 인한 제작진의 노이로제가 얼마나 극심했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방식의 검증(?)을 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터지리라는 보장은 없으므로, 결국 이번 프로젝트는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는 데 따르는 팬들의 반발과 불만을 완화하겠다는 장치적 성격을 지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제작진이 트위터나 인터넷 댓글 등 '빅 데이터'를 수집해 팬들의 의견을 유심히 살피는 것은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왁자지껄 쏟아지는 반응들은 자칫 내분(內紛)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제작진은 '식스맨'과 관련한 뜨거운 반응에 한껏 들떠 있을 것이다. 이 정도의 논란 정도는 가볍게 받아들이고 넘길 수 있을 만큼 제작진도 심적인 여유를 갖게 된 것 아닐까? 바로 이 부분이 앞으로의 <무한도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득권'을 인정한 <무한도전>, 그 적당한 자신감이 10주년을 맞이한 <무한도전>의 역사를 20년, 30년까지 이어가게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그 장구(長久)한 스토리에 (누구일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식스맨'이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큰 힘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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