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거꾸로 국방? 과잉보호? 병사 못 지키는 나라가 부끄러운 것!

너의길을가라 2015. 5. 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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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고성군에 위치하고 있는 GOP에서 벌어진 임 병장의 총기 난사 사건은 온 국민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관심병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같은 해 4월(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건 7월 30일부터) 군대 내에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윤 일병이 사망한 사건은 더욱 끔찍하고 잔혹했다. 도대체 군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구심(疑懼心)을 갖게 만들었다.


세계일보


이번에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군과는 무관한 자살사건이었다고 하더라도 가장 위험한 훈련이라 할 수 있는 사격 과정에 안전대책이 미흡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예비군 훈련을 경험해 본 대다수의 남자들은 애초에 예비군 훈련이라는 것에서 '긴장감'을 찾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테고, 어쩌면 이런 사단(事端)이 언젠가는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예측했을지도 모르겠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이 국민들에게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까닭은 그것이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비군은 실질적으로 군인 신분이 아닌 일반인 신분이라는 점에서 애초에 '명령'에 의한 '상명하복'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원활한 훈련을 위해 '협조'를 구하고, 원활한 귀가를 위해 '협조'를 하는 관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 한겨레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이 지역 어딘가에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같이 훈련을 받겠지)이라는 정보만 있을 뿐, 직업이 무엇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직접 대화를 나눠보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다. 게다가 그의 '정신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 무엇으로 짐작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이들을 통제해야 할 지휘관들도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군대라면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거나 낌새를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 최 씨의 경우에는 군 복무 시절 관심병사였고 우울증 병력도 있었지만, 이를 관리한다는 것은 개인정보 유출 등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어 난처한 부분이 있다.



<세계일보>는 '사건 당시 사격이 이뤄진 20개 사로에 배치된 조교가 불과 6명뿐이었던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그나마도 절반이 이등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허술한 사격장 안전관리에 대한 비판여론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사격장에서 1개 사로마다 현역 조교를 배치하고 총기 안전고리(이건 매우 중요하다)를 의무적으로 채우게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1개 사로마다 한 명씩 조교가 배치되어 있었다면 이번 총기 사고에 좀더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근원적인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또, 절반이 이등병이었다는 것에 방점을 찍으며 안전관리가 허술했다고 지적했지만,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은 아니다. 오히려 군기가 조금이라도 들어 있는 이등병이 좀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 머니투데이


핵심은 '실탄 지급'이고, 김대희 군인권센터 운영위원의 말처럼 "실탄을 지급하기에 앞서 최소한의 인성검사를 통해 지급 대상을 선별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인명을 아주 손쉽게 앗아갈 수 있는 사격 훈련에 있어 군이 지나치게 나태하고 허술한 관리를 했던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래서 이와 같은 사건이 또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갔다가 죽어서 돌아오는 개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작년 총기 난사 사건과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병사 보호'가 우리 사회의 큰 숙제로 대두됐습니다. 이번엔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으로 '예비군의 안전한 훈련 보장'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나라의 부름을 받아 나라에 봉사하고 희생하는 현역 병사와 예비군들은 아무 탈 없이 군 복무하고 훈련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과잉보호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군인이 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나라가 군인을 지켜야 할 것 같은 지금의 풍조는 어색해도 너무 어색합니다. (… ) 강군을 육성해도 모자랄 판에, 보호받는데 익숙한 약골을 양성하는 것 아닌지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안전한 병영과 훈련 환경 조성에만 몰두하다가 강한 군대를 놓칠까 걱정됩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답답합니다.


[취재파일] 거꾸로 국방.."나라가 군인 지킨다" SBS


한편, 이번 사건을 다루고 있는 SBS의 김태훈 기자의 기사는 자칫 불편하게 읽힌다. 도대체 무엇이 과잉보호라는 것일까?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임 병장에서부터 윤 일병, 그리고 예비군 훈련장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은 명백히 군의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다. 김 기자는 '보호'라는 프레임을 설정했지만, 이는 국가(군)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친 젊디 젊은 군인들에게 당연히 보장해주어야 할 조건들이다.



가혹행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구타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 예비군 훈련장에 가서 총에 맞아 죽거나 부상당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 어떻게 '과잉보호'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를 두고 '보호받는 데 익숙한 약골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강한 군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바로 안전한 병영과 훈련 환경이 조성될 때에야 가능한 것이다. 자랑스러운 군대가 될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국방부는 부랴부랴 사격장에 CCTV를 설치하고, 방탄 성능이 좋은 신형 헬멧과 방탄복을 착용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나섰다. 하지만 과연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주먹구구식 땜질 처방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해결해서 더 이상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대한민국의 군대는 '부끄러운' 공간인 채로 머물 것인가. 그리고 그런 군을 바꾸는 당위를 두고, 어느 누가 '과잉'이라고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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