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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인 '해치', 정일우·고아라의 아쉬운 연기가 맥빠진다

너의길을가라 2019. 2. 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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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SBS <해치>는 역시 '구슬이 서 말'이었다. 우선, '사극'라는 장르의 이점을 손에 쥐고 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인 tvN <왕이 된 남자>가 버티고 있지만, 여전히 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와 기대치는 여전하다. <해치>가 지상파 시청률 1위(6%-7.1%-6.4%-6.9%)를 기록하면서 다른 경쟁작들에 비해 약간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 수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극은 웬만하면 쪽박을 차지 않는다.


또, 훗날 영조(英祖)가 되는,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연잉군 이금(정일우)을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소설가 김영하가 말한 '주인공의 세 가지 요건(충분한 시련, 분명한 목적의식, 최소한 한 번의 기회)'을 갖춘(출) 연잉군은 충분히 매력적인 영웅적 인물이었다. 역사 속의 '언더독(Underdog)'을 소환함으로써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당시 전설적의 동물인 '해치(獬豸)'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사헌부(司憲府, 조선 시대 3사 중 하나로 관리들의 비리를 감찰하는 기구)를 전면에 내세워 '정의 구현'이라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적폐 청산, 사법부 개혁 등 시대적 요구가 해소되지 못한 채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가 구현하는 '정의 구현'의 쾌감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의로운 사헌부 감찰 한정석(이필모)은 그런 짜릿함을 극대화할 인물이다. 


이제 남은 건, 주인공이 극복해 나갈 거악(巨惡)의 존재다. <해치>는 연잉군의 숙적으로 밀풍군 이탄(정문성)이라는 악(惡)을 설정하는 한편, 정권 장악을 꿈꾸는 노론세력의 우두머리 민진헌(이경영)을 이금의 정적(政敵)으로 내세웠다. 두 인물은 이금을 담금질해 군왕의 능력과 풍성을 갖추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밀풍군을 살인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는 '개차반'으로 만든 부분은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해치>가 그려나갈 이야기는 '천한 왕자' 연잉군이 영특한 머리를 지닌 만년 과거 준비생 박문수(권율), 무술과 수사에 능한 사헌부의 열헐 다모 여지(고아라), 저잣거리 왈패 조직의 우두머리이자 무술의 달인 달문(박훈)과 함께 힘을 모아 왕좌를 차지하는 모험담이다. 고난과 시련은 크면 클수록 좋다. 그럴수록 영웅의 진면모가 드러날 테니까. 시련을 겪은 영웅의 성공신화는 누구나 혹하는 이야기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렇듯 많은 구슬들이 잘 꿰어졌는지는 의문이다. MBC <이산>, <동이>, <마의>, <화정>의 극본을 썼던 김이영 작가는 어김없이 맛깔스러운 재료들을 잘 끌어모았다. 그는 사극의 성공 요소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하다. 이쯤되면 이야기가 쫄깃쫄깃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해치>는 뭔가 아쉽다. 그 부족함의 정체가 뭘까? 그건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가 아닐까? 


역시 드라마 내에서 중심축을 담당해야 할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아쉽다. 우선, 정일우가 연기하는 연잉군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연잉군은 왕의 혈육이지만, 모친인 숙빈 최씨가 무수리 출신인 탓에 왕실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겉도는 인물이다. 출생의 비극 속에 놓인 인물의 내면을 연기하는 정일우의 연기는 직선적이고 단면적이다. 게다가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대사가 자주 뭉개져 몰입도마저 떨어진다. 



고아라의 연기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그가 물불 안 가리는 열혈 다모라는 건 알겠지만, 그의 과장된 연기가 사극에 녹아들지 않고 물 위의 기름처럼 뜬다는 인상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주연 배우들의 부족함을 메꾸고 있는 조연 배우들의 열연이다. 밀풍군을 연기하는 정문성, 박문수를 연기하는 권율, 한정석을 연기하는 이필모 등은 <해치>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동력이자 활력소다.


분명 <해치>는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한 드라마다. 경쟁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그 장점들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제 아무리 구슬이 많으면 무엇하겠는가. 제대로 꿰지 못하면 빛을 발할 수 없다. 그 역할은 누가 하는 것일까? 역시 '배우'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일우 · 고아라, 두 젊은 배우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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