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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수 탈락에 청원까지? '팬텀싱어3'의 부실한 심사와 설명 탓이다

너의길을가라 2020. 6. 1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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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4중창의 매력이 이런 것일까. 정녕 이것이 4명의 보컬이 만들어낸 소리란 말인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완벽한 화음에 흠뻑 취했다. 마치 천상계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JTBC <팬텀싱어3>의 모든 무대가 전율이었다. 아름답고 황홀했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미 훌륭한 기량을 갖춘, 자신의 분야에서 일정한 수준에 다다른 싱어들이 좀더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100%를 넘어 200% 이상을 끌어내고자 온힘을 쏟아낸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두드린다. 감탄의 넘어 경탄의 대상이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부끄러워진다. 나는 과연 내 삶에서 저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지난 12일 방송된 <팬턴싱어3>에서는 자유 조합 4중창 대결(5라운드)이 펼쳐졌다. 대망의 결승에 진출할 12명을 확정하는 중대한 기로였다. 심사위원 윤상의 말처럼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경연이기도 했다. 최종 멤버의 윤곽을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위 팀 멤버만 결승 진출이 보장되고, 나머지 3팀은 탈락 후보가 되는 방식이었다. 이 중에서 4명이나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첫 번째 무대는 리더 길병민이 중심이 된 '일 냈다' 팀이었다. 앞선 라운드에서 팀원을 잃었던 터라 최강의 조합을 구상했다. 존 노, 박현수, 김민석을 영입했고, 익숙한 멜로디의 'senza luce'를 불러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두 번째 무대는 소리꾼 고영열과 베이스 구본수가 의기투합해 안동영, 김성식과 '영열식구'라는 팀을 만들었다. 열정적인 스페인 곡 'Te quiero Te quiero'를 열창했다.


카운터 테너 최성훈은 소코, 강동훈, 황건하와 함께 '최강황소' 팀을 만들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가곡 '봄날에 물드는 것'을 선곡해 세 번째 무대를 꾸몄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노래였다. 마지막 경연은 유채훈, 박기훈과 정미성, 김바울로 구성된 '자기야 유채꽃 봐' 팀이었다. 영화 <원스>의 OST 'Falling Slowly'를 불렀다. 워낙 잘 알려진 곡이란 우려를 지워버린 환상의 하모니였다.

4팀 모두 경이로운 무대를 선보였지만,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의 점수는 엇갈렸다. 결과는 1위 '일 냈다' 팀, 2위 '최강황소' 팀, 3위 '자기야 유채꽃 봐' 팀, 4위 '영열식구' 팀 순이었다. 길병민, 존 노, 박현수, 김민석을 제외한 12명 중 4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윤상, 손혜수, 김문정, 김이나, 옥주현, 지용 등 6명의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구본수, 안동영, 소코, 강동훈을 탈락자로 선정했다.

다른 탈락자들도 안타까웠지만, 구본수의 탈락은 상당히 의외였다. 합격자의 이름이 차례차례 불리고 마지막 한 자리만 남겨놓았을 때, 당연히 구본수의 이름이 불릴 거라 예상했다. 왜냐하면 앞선 무대들을 통해 구본수가 보컬로서의 자신의 역량을 확실히 증명했기 때문이다. 'Libera'와 'Angel', 'Requiem' 등에서 구본수는 안정적인 베이스를 담당하며 심사위원과 대중의 호평을 받았었다.

 


마지막 무대가 된 'Te quiero Te quiero'에서도 구본수는 자신의 몫을 충실히 다했다. 심사위원인 옥주현은 "중심을 잡아주는 묵직함이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물론 조금 더 리드미컬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함께 건넸지만, 그것만으로 구본수의 탈락 이유가 모두 설명되진 않는다. 결국 납득하기 어려운 심사결과라며 <팬턴심어3> 제작진을 고발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심사 결과에 대한 의문, 탈락자 선정 및 순위에 대한 의구심 등 오디션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어김없이 논란이 뒤따른다. 이미 '프로듀스' 조작 사건을 경험했던 대중들은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물론 구본수 대신 불린 합격자들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심사위원들의 판단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건 탈락자 선정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미 3개월의 과정을 함께 거쳐왔던 출연자들의 실력 차이는 (몇 명의 에이스들을 제외하면) 종이 한 장 정도였다. 한 사람의 특출난 개인적 능력보다 4중창의 조화를 추구하는 <팬텀심어3>에서 보다 중요한 건 결국 '구성'일 테고, 심사위원들은 이번 시즌에 유독 강조됐던 'K-크로스오버'를 구현할 수 있는 멤버들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고영열 등 그런 선택들이 눈에 띠는 게 사실이다.


결승에 진출할 최종 12명을 뽑을 때, 그 선택의 이유를 밝혀주는 건 어땠을까. 애시당초 '점수'대로 합격자가 정해지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과정은 필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또, 탈락자에겐 결승까지 함께 가지 못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주는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탈락자들도, 시청자들도, 탈락자를 응원했던 팬들도 쉽게 납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대기업 채용 최정면접에서 떨어진 취업 준비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무지 '낙방 사유'를 알 수가 없어 아쉽다고 한다. 도대체 내가 왜 떨어진 건지 그 이유를 알아야 그 부분을 보강해서 다음 면접에 임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설명이 전혀 없어 쓸데없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팬턴싱어3>의 탈락자 선정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가까이는 결승 무대가 열릴 테고, 멀게는 다음 시즌도 있다. 앞으로는 '심사'에 좀더 무게감이 생기길 바란다. '전문'적인 평가가 뒤따를 때 신뢰가 생기는 법이다. 또, 설명이 자세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인생이 달려있는 결정적 순간들이 아닌가. 무엇이 부족했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섬세하게 분석됐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심사위원들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는 인상을 주면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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