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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과 학대로 굳어진 복종 관계, 강형욱은 훈련을 멈췄다

너의길을가라 2021. 10. 2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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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 훈련사와 이경규, 장도연은 한적한 시골 마을을 찾았다. 작은 뒷마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보호자와 반려견의 모습이 포착됐다. 마음껏 뛰어놀고 물놀이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몇 주에 걸쳐 도심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고민견들을 만나다가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개들을 만나니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루나 : 시베리안 허스키(암컷, 1년 10개월)
써니 : 알래스칸 맬러뮤트(암컷, 1년 5개월)

보호자는 대형견을 키우고 싶어 했던 바람의 바람 때문에 루나를 입양했고, 이후 남편이 맬러뮤트를 키우고 싶어해 써니를 데려와 '가족'을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일 2시간씩 놀아주고, 산책도 빼놓지 않을 만큼 애정을 쏟았다. 그렇다면 고민은 무엇일까. 첫 번째 문제는 루나의 식탐이었다. 루나가 음식을 보는 족족 다 먹어치워서 보호자는 마음 편히 식사조차 할 수 없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루나가 양말, 팔토시, 휴지 등 먹으면 안 되는 물건에 집착을 보이고 심지어 먹어버린다는 것이다. 휴지로 테이블을 닦던 보호자가 방심한 틈에 휴지를 입에 넣은 루나는 도망을 다녔다. 보호자가 계속해서 뺏으려 하자 발을 구르며 위협을 가했다. 온갖 방법에도 포기하지 않던 루나는 급기야 보호자의 손을 향해 입질을 했다. 위험한 상황이었다.


루나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루나는 써니에게도 입질을 했다. 으르렁거리고 목덜미를 무는 등 위협을 가해 써니를 복종시키려 했다. 써니가 소변을 지리면 그 냄새를 맡고 의기양양해 했다. 보호자는 써니가 처음 왔을 때부터 괴롭힘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때문에 펜스를 설치해 루나와 써니를 떨어뜨려 놓은 채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분리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그러고보니 거실에는 보호자와 루나뿐이었다. 써니는 펜스 안쪽에서 바깥을 한참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숨었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까. 영상을 지켜보던 이경규는 써니의 그런 모습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보호자는 처음 루나의 입질이 시작됐을 때 대처를 잘했다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았을 것 같다며 후회하며 자책했다.

'욕망의 화신' 루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강형욱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보호자와 상담을 시작한 강형욱은 한 가지 의문을 던졌다. 그는 루나가 써니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공격당한 써니를 분리(격리)하고 루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호자는 루나와 써니의 위치를 바꿔본 적이 있지만, 루나가 문을 열어 줄 때까지 짖고 문을 긁어 걱정이 돼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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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은 보호자가 '공공 기관의 공무원'처럼 누구의 편이 아닌 상태에서 냉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루나와 써니를 마당에서 만나게 한 후 파악을 해보기로 했다. 먼저 밖에 나가서 놀고 있던 써니는 루나가 다가오자 앉아서 대기했다. 루나는 써니의 코끝을 터치했다. 그러자 써니는 배를 보여주며 복종의 태도를 취했다. 둘에게서 상하관계가 뚜렷하게 보였다.  

만약 동생이 형 앞에서 겁을 잔뜩 집어먹고 두 손을 싹싹 빌며 제발 때리지 말라고 애원하면, 그걸 본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짜 엄마라면 동생을 쥐잡듯 잡은 형을 혼내야 하지 않을까. 강형욱은 자신이라면 이렇게 할 거라며 루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목줄을 잡고 통제에 나섰다. 강형욱은 규칙을 만드는 것이 보호자라는 걸 루나에게 인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나는 끊임없이 써니의 행동을 살폈다. 보호자가 써니를 예뻐하면 질투의 시선을 보냈고, 목줄을 놓으면 곧바로 써니에게 돌진했다. 그러면 써니는 도망치기 바빴다. 집에서 훈련을 이어나가기로 했지만, 써니는 털썩 누워버렸다. 루나에게 겁먹어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다. 훈련 내내 물리지 않기 위해 복종했던 써니는 문(탈출구)을 열자 그제야 몸을 일으켜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로 들어와도 루나와 같은 공간에 있자 써니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잔뜩 겁을 먹은 써니의 애처로운 모습에 보호자는 울컥하고 말았다. 써니의 깊은 상처를 너무 늦게 알아버린 미안함이 밀려왔던 모양이다. 루나의 문제 행동을 해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써니가 더욱 문제였다. 루나의 변화는 써니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어느 수준까지는 루나와 접촉하지 못하게 하고, 그 상태에서 써니가 다른 개들과 친화 과정을 겪으면서 정상적인 반려견 수준까지 회복한 후 루나를 만나는 게 순서예요." (강형욱)

강형욱은 공격성을 보이면 누르면 되지만, 무너진 마음을 끌어올리는 건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치유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강형욱은 야외 견사를 두고 각각의 공간에서 충분히 사랑받게 하고, 써니가 집에 더 많이 있도록 해주라고 당부했다. 또, 써니에게 필요한 건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것이며, 보호자가 포기하지 않아야 써니가 일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훈련은 성과를 보였다. 보호자가 보내온 영상에는 써니가 혼자 산책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한결 안정돼 보였다. 한편, 루나는 음식 앞에서 잠까지 잘 정도로 식탐이 진정된 모습이었다. 두 반려견의 관계는 나아졌을까. 다행히 루나는 써니 앞에서 가끔씩 장난도 치는 등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물론 좀더 시간이 필요하겠으나 장족의 발전이다.

두 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키우고자 한다면 '첫 만남'부터 세심히 신경을 써야 한다. 괴롭힘은 없는지, 상하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또, '공정한 보호자'가 되지 못하면 질투가 생기는 등 갈등 양상이 벌어질 수 있기에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부디 써니가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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