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우선, 일상에서 증명하라!

너의길을가라 2013. 4. 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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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법률 문제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당신은 편의점(혹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현금을 계산을 했다. 거스름돈을 건네받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이후 거스름돈을 계산해보니, 내가 받아야 할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당신은 그 돈을 돌려주지 않고 그냥 챙기기로 한다. 이 경우, 무슨 죄가 성립하게 될까? 




정답은 (통설에 의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다. 만약 거스름돈을 건네받는 중에 과다한 거스름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경우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설과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설이 대립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이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그때 당신의 선택은 어떤 것이었는가? 양심에 따라 과다한 거스름돈을 돌려주었는가. 아니면 '땡잡았다'며 주머니(혹은 지갑) 속에 그 돈을 챙겨 넣었는가. 대부분의 경우, 굳이 그 돈을 돌려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리화)하고 돈을 챙겼을 것이다. (필자가 인간의 선의를 지나치게 왜곡하고 있는 것인가?) 계산을 잘못하거나 실수를 한 직원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자신에게 찾아온 사소한 '행운'에 기뻐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사소한 '행운'에 대해 법적 잣대를 들이댈 의사는 없다. 단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행운'이라고 여기는 일들이 다른 누군가에겐 '불행'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령, 그 편의점 알바가 근무 시간이 끝나면 정산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돈이 비게 되면(이른바 빵꾸) 어떻게 될까? 상냥하고 듬직한 점장이 그 '빵꾸'를 채워줄까? 아니면 본사에서 책임을 져줄까?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없다. 그 '빵꾸'는 오로지 알바의 몫이다.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에서 빠져 나가게 된다. 


대형마트라고 다를까? 계산원이 실수를 했다고 하자. 우리는 그 실수를 트집잡을 수 있다. 손님은 왕이니까! 상대방이 '왕'에게 대항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서 불쾌감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약간의 '행운'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룰루랄라, 그렇게 끝인 걸까? 누군가는 이때 발생한 '불행'을 책임져야만 한다. 그걸 너그러운 '대기업'에서 해결해주는 것일까?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불행은 고스란히 계산원들에게 돌아간다. 편의점 알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월급에서 깎여 나간다. 


이쯤되면 반문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럼 실수를 안 하면 될 것 아니야!" 맞는 말이다. 애초에 실수를 하지 않으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가 상대하는 대상이 '기계(도 실수를 하지만)'가 아닌 한, '실수'는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 과도한 노동시간,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인해 누적된 피로 등은 실수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서비스업'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는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우리는 '손님은 왕'이라는 말을 좋아하고 몸소 실천한다. 마치 내가 甲이라도 된 것인마냥.. 곧 나도 乙로 돌아가 甲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은 잊고서 말이다. 간혹, 내가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본 적이 있다.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면 안 되는 것일까? (언제 불행으로 바뀔지 모르는) 약간의 '행운'보다 누군가의 '웃음'을 만드는 것이 더 보람되고 즐거운 일이 아닐까? 


필자는 세상을 바꾸는 건,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불신지옥'이라는 말로 '전도'에 임하는 이상한 종교인들을 자주 마주친다. 혹시 그 말에 혹해서 종교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는가? 그런 식의 단순무식과격한 전도는 오히려 반감을 사기 마련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만 증폭시킬 뿐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모욕하고, 악으로 몰아간다고 '변화'가 일어날까? 정치적 구호를 부르짖는다고 사람들이 마음을 움직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일상에서 증명하는 것'밖에 없다. 만약 당신이 평소에 주변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근사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주변사람들은 당신을 존중할 것이다. 당신의 말에 귀를 귀울이고, 당신의 말을 판단의 비중 있는 근거로 활용할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당신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정치를 바꾸고 싶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우선 '일상'을 바꿔야 한다. 정치적 언어로 접근하기보다 일상의 언어로 접근해야 한다.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배려하면 된다. 보다 근사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러면 그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서두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보자. 우리에게 떨어진 '행운'이 다른 누군가에게 '불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 행운이 언젠가는 또 다른 불행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자.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는 것을 떠올리자. 일상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자. 지금 우리가 실천하는 친절 하나가 어느새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어쩌면 믿기지 않는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세상을 바꿔 온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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