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골목식당' 백종원의 매직이 통한다한들, 답도 없는 식당들을 어찌할꼬

너의길을가라 2020. 5. 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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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손님이 떨어지겠쥬! 기분 나쁜 맛이 나요."

지난 6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수원 정자동 골목'을 찾았다. 정조의 기운이 서려 있는 수원화성을 비롯해 수원종합운동장, 통닭거리 등 주변에 관광명소가 제법 있었음에도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골목은 텅 비어 있었다. 그곳에 터잡은 식당들도 매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손님이 없으니 달리 방도가 없었다. 사장님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다들 예전에는 장사가 잘 됐다고 하는데) 식당에 손님이 없어진 건 무엇 때문일까. 외부적 요인 탓일까, 내부의 문제 때문일까. 다시 말해서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진 골목의 영향으로 멀쩡한 식당들이 곤란에 처한 걸까, 아니면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큼의 '맛'을 보유하지 못한 식당 때문에 덩달아 골목까지 침체된 걸까.

물론 단일한 이유로 그런 결과가 도출될 리 없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식당들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골목이 침체됐기 때문에 식당들이 위기에 처한 건 아니란 뜻이다.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식당들을 보면 청결, 맛, 서비스 등 기본을 갖추지 못한 곳이 수두룩했다. 골목이 북적인다고 해도 (낙수 효과를 잠시 누릴 순 있겠지만) 금세 외면받을 것이다. 수원 정자동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식당인 '오리주물럭집'은 고모(요식업 경력 7년)와 조카(경력 4년)가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함께한 지는 1월 4개월이 됐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식당을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였다. 메뉴 구성, 서빙 스타일, 밑반찬 개수 등 전반적으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고모는 메뉴가 다양하길 원했고,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걸 선호했다. 조카의 생각은 그 반대였다.

의견이 다른 건 차차 조율하면 될 일이었다. 무엇보다 맛이 중요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합격점을 받았다. 백종원은 오리주물럭과 제육볶음을 시식하고서 고모와 조카 모두 요리 솜씨가 있는 편이라고 칭찬했다. 물론 그 평가가 '맛집'이라는 얘기는 아니었다. 백종원은 채찍보다 당근을 주기로 했다면서 "희망적이라는 거지, '이야 맛있다!' 이건 아니에요. 맛집 아니에요, 아셨죠?"라고 선을 그었다.


긍정적인 분위기였던 '오리주물럭집'과 달리 두 번째 식당 '쫄라김집'과 세 번째 식당 '떡튀순집'은 상당히 암울했다. 쫄면, 라면, 김밥을 함께 팔고 있는 '쫄라김집' 사장님은 요식업 경력이 도합 16년이나 됐지만, 분식 경험이 없다보니 여러모로 미숙함을 드러냈다. 가게를 알아본 지 3일 만에 인수했을 만큼 추진력이 있었지만, 그만큼 장사를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

무엇 하나 특색없는 메뉴들은 손님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고, 그나마 자신있는 쫄면도 싱겁기만 했다. 백종원의 요청으로 시식에 나선 김성주는 맵지도 않고 식초도 덜 들어갔다며 "그냥 졸면이에요"라고 혹평했다. 또, 주방이 2개라는 점도 골칫덩이였다. 사장님은 홀을 가로질러 주방을 옮겨가며 조리를 했는데,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게다가 메뉴도 많아 요리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더 심각한 건 '떡튀순(떡볶이, 튀김, 순대)집'이었는데, 사장님은 하루 매출이 0원이라고 말해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매출이 없다보니 월세도 밀리게 됐고, 결국 보증금도 0원이 됐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자 제작진은 결국 정인선의 매니저를 손님으로 투입해야 했다. 음식은 먹을 만 했을까? 정인선의 매니저는 고작 두 입만에 시식을 포기하고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점검을 위해 '떡튀순집'에 들른 백종원은 떡볶이 국물을 먹어보더니 "떡볶이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라며 의아함을 드러냈고, 튀김의 경우에도 튀김옷의 식감이 별로라고 지적했다. 호출을 받고 내려온 정인선은 '습한 과자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백종원은 떡볶이, 순대, 튀김이 따로 논다면서 이러니 손님이 떨어지는 것이라 지적했다. 가야할 길이 멀고도 험했다.

고작 첫 번째 이야기가 방송됐을 뿐이지만, 우리는 <골목식당> '수원 정자동 골목' 편의 결과를 알고 있다. 어김없이 백종원은 적절한 답안을 제시할 테고, 솔루션을 받은 식당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백종원 효과로 골목은 다시 북적이게 되리라. 물밀듯 손님들이 밀려오게 되면 스스로도 답이 없다고 자책하는 사장님들도 미소를 되찾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게 있다.

그렇게 찾아온 골목의 번영 역시 과거의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애초에 맛과 위생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고, 장사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식당들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그리고 절실함 없이 무기력한 사장님들이 변화 이후 얼마나 초심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내 탓'에 익숙하지 않은 사장님들은 금세 핑계를 찾아내고 합리화하는 데 힘을 쏟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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