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경비원 분신 APT 입주민의 경비원 폭행과 황보의 경비아저씨 발언

너의길을가라 2014. 12.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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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의 50대 경비원 이 씨는 아파트 입주민의 상습적인 언어 폭력에 시달리다 지난 10월 7일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이 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11월 7일 사망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아파트의 명예가 실추됐다면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 등 용역노동자 106명에게 전원 해고 통보를 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53조(조정의 개시)

① 노동위원회는 관계 당사자의 일방이 노동쟁의의 조정을 신청한 때에는 지체없이 조정을 개시하여야 하며 관계 당사자 쌍방은 이에 성실히 임하여야 한다.


제54조(조정기간)

① 조정은 제53조의 규정에 의한 조정의 신청이 있은 날부터 일반사업에 있어서는 10일, 공익사업에 있어서는 15일 이내에 종료하여야 한다.


이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일반노조 모 아파트분회는 11월 29일 찬반 투표(찬성 71.81%)를 진행했고, 그 결과에 따라 1일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냈다. 노조는 조정시한이 만료되는 11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에 있었다. 이런 상황이 마뜩잖았던 것일까? 아니면 진짜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20대 입주민이 아파트 정문 경비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편의상 그 입주민을 A라고 부르자. A는 지난 10일 오후 6시 40분쯤 경비원 이 씨(56)를 아파트 상가 근처로 불러 다짜고짜 "왜 나를 쳐다보느냐"고 물었다. 경비원 이 씨는 "쳐다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지만, A는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결국 이 씨는 코뼈가 주저앉는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일방적인, 의도적인 폭행에 화가 날 법도 한데, 경비원 이 씨는 A의 가족들의 거듭된 사과에 결국 합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일반노조 관계자는 "분신 사건 이후 경비원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가 재발하지 않도록 요구해 왔는데 이 아파트에서 또다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좌시하지 않고 공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인 황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경비 아저씨들에게 잘하고 싶지만 우리 아파트 아저씨들을 보면 그 마음이 뚝 떨어진다. 화를 낼 수 없으니 화가 난다. 그냥 '내가 죄송해요'라고 하는 것이 낫다"며 "힘드시면 일 그만두셨으면 좋겠다. 경비 아저씨 눈치 보는 세상이 되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자신의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글이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글이었고, 더구나 정확한 상황적 맥락이 드러나지 않아 오해만 커지고 말았다. 결국 황보는 글을 삭제하고, 11일 "적절치 못한 글 죄송합니다"고 사과했다. 물론 아파트 입주민으로서 불성실하거나 불친절한 경비원이 있다면, '정당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전적으로 황보의 말에 했을 때, 주민에게 짜증을 내는 경비원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기적으로 애매한 글이라고 할지라도 황보에게 가해지는 지나친 비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실 -


불친절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근본적인 이유'이다. 여러분의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나요? 라는 글에서도 썼지만,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경비원을 '짜증'으로 내몰고 있지 않을까? 언제 해고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주민들로부터 비인격적인 대우에 노출되어 있는 경비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을 발휘해보는 건 어떨까?


주민과 경비원의 상생(相生)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성북구 석관동의 두산아파트에서는 전기료를 절약해서 내년 경비원의 임금을 1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심재철 씨(45)는 "경비원을 자른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해고 경비원도 고통을 겪고 주민들도 불편하다"고 밝혔다. 이런 것이 바로 감동 아니겠는가? 더불어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 예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황보와 같은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는 그리 다르지 않다. 물론 그 불친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명백히 잘못된 부분은 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작정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근원적인 이유들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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