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악플, 우리는 왜 악플을 다는가?

너의길을가라 2013. 10. 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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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댓글을 보기 위해 기사를 클릭한 경험이 없는가? 가끔 촌철살인의 댓글을 기대하며 기사의 댓글란을 확인하곤 한다. 긴 글이 아니라 짧은 문장의 절묘한 언어 구사를 확인할 때마다 '희열'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와, 어쩜 이렇게 재치가 넘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모든 댓글이 '감탄사'를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욕설과 비방, 이른바 '악플'들도 수두룩하다. 댓글이 가지고 있는 '배설'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것은 도저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없이 저질스럽다. 특히 연예인들이 그 무차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최근 백지영의 악플러 고소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백지영 악플, "댓글에 무뎌졌었는데 그땐 저주하고 싶었다"

백지영 악플러들, 간곡한 선처호소 "용서해달라.."


지난 7월, 백지영은 자신에 대해 악의적인 악플을 게재한 소위 '악플러'들을 수서경찰서에 고소했다. 악플러들이 백지영에 대해 단 악플들은 글에 옮기기도 참담할 정도로 반인륜적인 것이었다. 그들은 유산의 아픔을 껶고 있던 백지영에게 "2세가 불쌍하다", "백지영 담배 피우고 나이 많고 자업자득이다" 등의 글을 쓰고, 유산된 백지영의 2세 합성 사진을 유포하는 천인공노할 짓까지 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후 경찰 조사가 이어졌고, 악플러들은 '용서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백지영의 소속사 측은 "우리는 경찰 측에 '용서해줄 생각이 없다'는 뜻을 다시 한번 전달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선처를 베풀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유 악플러 네티즌 고소취하, 사회봉사 200시간


악플러들에게 선처를 베풀어야 할까, 아니면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할까? 아이유의 경우에는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접고, 악플러 네티즌에 대한 고소를 전격적으로 취하했다. 이에 따라 아이유의 결혼설, 임신설 등을 퍼뜨린 A씨는 사회봉사 200시간을 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사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악플러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문제는 이것이 계속 되풀이 된다는 사실이다. 인기의 반대급부라고 하기엔, 인격을 말살하는 이런 악플들은 너무 지나치다. '선처'가 답일까, 아니면 '강경 대응'이 답일까? 피해자(연예인)와 소속사로서도 난감할 것이다. 실제로 악플러가 어린 학생이거나 멀쩡한 직장인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이미지적인 측면에서는 이익일 테니까.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사람들은 왜 악플을 다는 것일까? 아니, '우리'는 왜 악플을 다는가?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 소장은 "첫 번째는 개인적인 욕구, 두 번째는 사회적인 욕구인데요. 개인적인 욕구는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거죠. 또 하나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특히 젊은 사람들이 사회에 불만도 많고, 바꾸고 싶고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큰 거죠. 악플은 기본적으로 이런 심리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우월감… 분노…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에 악플 중독


<동아일보>는 서울대와 한양대에 재학 중인 악플러 2명을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디시인사이드 '서울대갤'에서 활동(?)하는 A씨는 지금까지 무려 3만 개의 악플를 달았다고 한다. A씨의 경우에는 '학벌'과 관련한 악플들을 많이 달았는데, 이는 '지나친 자기 우월감이 악플을 통해 나타나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한양대생 B씨의 경우는 "온라인에서 선동하는 좌파들을 보면 화가 난다. 이를 고치려는 의도로 악플을 단다"라며 자신의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또, B씨는 "댓글을 통해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나면 쾌감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B씨의 경우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강박증'이 표출된 케이스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악플을 달면 파급효과가 크고 자기 자신의 존재감이 일시적으로 높아진다는 착각에 빠져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악플 다는 행위를 마치 유명 스타를 칼로 찌른 뒤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과 비슷하게 여기면서 중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악플의 군중심리


서울대 곽금주 교수는 '악플의 군중심리'를 우려하면서, "파급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무슨 행위를 하는지 판단이 안 된다. 문제는 누군가의 잘못된 판단도 쉽게 파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의 마녀 사냥'이 만연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오늘 내가 달고 있는 리플이 잘못된 판단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무심코 달고 있는 악플 때문에 누군가 희생되고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며 성찰을 요구한다. 물론 이러한 요구가 얼마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석하게도 한쪽에선 백지영에게 악플을 단 악플러에 대해 '정의'의 이름의 심판을 내리면서, 다른 한쪽에선 또 다른 피해자를 찾아 언제든지 악플을 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악플'과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미묘한 지점은 나의 것은 지나칠 정도로 쉽게 정당화된다는 점이다. 최근 가장 '악플'의 사랑(?)을 받아온 '클라라'나 '김흥국'에게 쏟아진 댓글들을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클라라의 경우에는 '거짓말(거짓 해명)', 김흥국의 경우에는 '음주운전'이라는 원죄가 있지만, 그것이 악플을 정당화할 순 없다. 잘못을 질타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과 수위가 '악플'이 되면 그건 그냥 '악플'일 뿐이고, 그런 악플을 다는 우리는 그저 '악플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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