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개는 훌륭하다' 톺아보기

"강형욱이 와도 안 돼" 제작진도 철수시킨 고민견, 과연 달라졌을까?

너의길을가라 2022. 7. 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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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이 와도 안 돼요."



우렁찬 짖음이 아파트 현관문을 뚫고 나왔다. 촬영을 위해 제작진이 집 안에 들어가자 끼룩이(수컷, 4살)는 맹렬하게 짖어댔다. 펜스를 뛰어넘을 듯 점프를 했고, 발을 펜스 위에 걸친 채 경계했다. 보호자의 강단있는 통제에도 제어가 어려웠다. 결국 <개는 훌륭하다> 최초로 만남과 동시에 제작진이 철수하는 특단의 조치가 이뤄졌다. 제작진은 현관 밖과 방 안으로 피신했다.

하지만 끼룩이는 외부인이 방에 있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맹렬한 짖음과 공격성에 제작진은 완전히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보호자가 끼룩이와 내부 상황을 직접 촬영해야 했다. 잠시 후, 끼룩이는 다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무슨 일인지 바깥을 살펴봤더니 배달 기사가 다녀간 것이었다. 이렇듯 끼룩이는 발소리처럼 작은 인기척에도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현재 끼룩이는 집 안에 설치된 펜스 안에서 살고 있었다. 펜스를 설치한 건 외부인에 대한 끼룩이의 경계심 때문일까. 보호자는 집에 할머니가 계실 뿐더러 15살 노령견 바비도 함께 살고 있어서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펜스를 설치했다고 대답했다. 끼룩이는 실내외 산책을 제외하면 3년 반 동안 펜스에서만 살아온 셈이다. 그 삶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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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다른 문제는 없을까. 끼룩이는 산책할 때는 제법 얌전했다. 예민하기 그지 없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사람이 지나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다만, 자신의 덩치와 비슷한 대형견을 만나면 흥분을 하고 경계했다. 공격 자세를 취했고, 당장이라도 달려들려고 했다. 제어를 잘하는 편인 보호자도 그럴 때는 버거워했다.

또, 보호자와 가족들은 끼룩이에게 밥을 주는 걸 두려워했다. 평소에는 정해진 루틴이 있었다. 산책 후 끼룩이가 펜스 밖에 있을 때 밥을 주는 식이다. 하지만 끼룩이가 이미 펜스 안에 있는 상황에서는 밥을 떨어뜨려줬다. 왜 그래야 하는 걸까. 보호자의 언니는 끼룩이에게 밥을 주다가 양팔을 모두 물려 2주간 입원 치료를 해야 했다. 예측이 불가능한 공격성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보호자는 자신이 자가면역뇌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병원에 입원해 있던 3주 동안 끼룩이가 변한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면 끼룩이가 공격성을 띠지 않았을 거라고 여기며 죄책감에 빠져 있었다. 과연 그럴까. 훈련을 받기 위해 알아봤지만, 여러 이유로 거절당했다. 돌아온 대답은 '강형욱도 안 된다는 것'. 결국 끼룩이는 작년부터 경계성 완화 약물 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다.

"예민함을 다르게 말하면 보호자를 잘 살피는 개들이기도 하요. 보호자의 여러 근황들을 굉장히 궁금해하고 살피는 개들이기도 해요. 몸의 변화가 한순간에 일어났다기보다는 분명히 몸의 변화는 있었을 거고, 개들은 알아요." (강형욱)



강형욱은 자신이 오한 때문에 아팠을 때 옆에서 반려견이 지켜보고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보호자의 아픔이 원인이 돼 공격성으로 발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정확한 사실은 심층적인 상담과 끼룩이를 만나봐야 알 수 있으리라. 강형욱은 집에 연로한 할머니가 계시고, 보호자는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태라며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형욱이 현관에 들어서자 끼룩이는 어김없이 펜스에 올라타 짖어댔다. 경계는 계속됐고, 짖음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강형욱은 조심스럽게 거실로 들어와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했다. 그는 끼룩이를 가까이에서 보니 '라이카(Laika)'인 것 같다며 혈통의 비밀을 밝혀주었다. 라이카는 러시아의 토착견으로 사냥 본능이 강한데, 두꺼운 이중모에 다리가 길며 귀가 뾰족한 특징이 있다.

"(보호자가) 다쳐서 공격성이 나온 거라면 보호자한테 그러면 안 돼요. 보호 공격성은 보호자가 다치면 주변 사람을 경계하는 거예요." (강형욱)



가족들은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보호자의 언니의 경우에는 상당히 큰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공격성의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몸이 아팠던 보호자의 부재가 끼룩이의 보호 공격성을 이끌어냈던 건 아닐까. 강형욱은 그 가능성에 대해 부정했다. 지켜야 할 보호자에 대해서도 공격성을 보인다는 게 그 명확한 이유였다.

다들 강형욱의 솔루션을 기다리고 있었다.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강형욱은 주저했고, 머뭇거렸다. 무슨 까닭일까. 그건 바로 끼룩이 때문이었다. 그는 3년 반 동안 펜스 안에 갇혀 살았던 끼룩이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행복한 삶은 아니었으리라. 무엇을 하면 좋을까. 강형욱은 강한 압박 훈련을 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고민에 빠졌다.

강형욱의 말을 들은 보호자는 왈칵 눈물을 흘렸다. 보호자라고 왜 모르겠는가. 1평 남짓한 펜스, 그 좁은 공간이 끼룩이가 살기에 적절한 환경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했다. 함께 살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끼룩이를 저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그만 감정이 북받쳐 올랐으리라. 그렇가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하면 끼룩이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우선, 끼룩이의 현재 상태를 파악해 봐야 했다. 훈련을 하려면 장소 이동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훈련장에 나오니 아무런 문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곧 겅계심을 활용할 줄 안다는 뜻이었다. 강형욱이 줄을 건네 받자 끼룩이는 갑자기 공격성을 보였다. 마치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마냥 강하게 들이받았다. 강형욱이 보호자를 뒤로 이동시켰고, 끼룩이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강형욱은 끼룩이가 자기 나름대로 보여줄 수 있는 패를 다 꺼냈다며, 이런 개들은 밥상을 엎을 줄은 알지만 다시 덤비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난 듯했다. 강형욱의 경험상, 끼룩이는 그저 '짜증 부리는 개'였다. 보호자의 부재가 방아쇠 역할을 했을 수는 있지만, 그 이전부터 공격성을 보이고 있었다. 끓는 물이 넘친 것일 뿐이다.

훈련 목표는 '공격성을 낮추고 보호자 앞에서 평온하기'로 잡았다. 다른 가족들도 끼룩이를 통제할 수 있으려면 먼저 보호자부터 완벽한 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강형욱은 끼룩이 같은 기질의 개를 통제하려면 아주 강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고, 보호자는 강단 있게 훈련에 임했다. 다행히 끼룩이는 보호자를 리더로 인식하고 있었다. 훈련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본적인 통제 훈련이 마무리됐고, 게스트로 출연한 영탁과 함께 실전 훈련이 이어졌다. 영탁이 조금씩 접근하자 끼룩이의 시선이 돌아갔는데, 그럴 때마다 이름을 불러 시선을 집중시켰다. 또, '앉아'를 통해 통제했다. 훈련의 성과는 굉장히 놀라웠다. 영탁이 계속해서 다가가도 끼룩이는 요지부동 꿈쩍도 하지 않았다. 훈련 전보다 훨씬 좋아져 깜짝 놀랄 정도였다.

마지막에는 이경규에게 목줄을 넘겨주고 보호자는 멀어져 보기로 했다. 처음에 보호자는 의구심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강형욱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끼룩이는 이경규에게 반응하지 않고, 보호자 쪽으로 따라 움직였다. 강형욱은 끼룩이가 사람에게 무조건 달려드는 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만약 포식성이 있었다면 입마개 여부를 떠나 분명 달려들었을 것이다.

보호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끼룩이의 현재 상태는 괜찮아 보였고, 미래도 밝아 보였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희망을 불어 넣었다. 끼룩이의 환경을 개선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내지는 못했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보호자는 친구, 자식 같은 존재인 끼룩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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