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감시자들>, 설경구와 한효주는 살렸지만 정우성은?

너의길을가라 2013. 7. 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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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시자들>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영화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산해서 계획을 세우는 제임스(정우성)와 같은 사람은 어쩌면 존재할 수도 있다. 눈으로 본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확히 기억하는 하윤주(한효주)와 같은 존재도 실존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정 시간에 한 치의 오차없이 도착하는 대한민국 경찰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감시자들>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영화이다.


우스갯소리 아닌 우스갯소리로 글을 시작했지만, <감시자들>은 흥미로운 요소를 여럿 가지고 있는 영화다. 한마디로 장점이 많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이야기 자체가 매력적이다. 오로지 감시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감시반'의 시각에서 범죄자를 잡는 스토리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훔치는 자'들이 중심이 된 영화로는 <오션스> 시리즈가 있고, 한국 영화에서는 <범죄의 재구성> 혹은 <도둑들>이 있다. 반면, '잡는 자'들이 중심이 된 영화들은 많았지만, 단순 형사들이 몸으로 부딪치는 육체파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감시자들>처럼 체계적인 협업 플레이가 부각이 돼서 '발랄하고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이야기'만 흥미롭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그 외에도 연출이나 음악, 조명, 편집 등의 영화 외적인 요소들도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전반적으로 <감시자들>은 그런 부분에서 흠잡을 내용은 없었다. 또,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한 조합을 이끌어냈다. 연기 외적으로 구설수에 올라있는 설경구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더할나위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마치 배의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주듯 전체적인 연기의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생활연기에서부터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카리스마도 돋보였다. '꽃돼지' 한효주도 그의 역할에 딱 맞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어쩌면 칙칙하고 어두울 수 있는 영화에 화사함과 싱그러움을 불어넣었다고나 할까? '신참'이라는 극중 역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갖고 있는 순수한 느낌을 무리없게 표현했다. 


물론 <감시자들>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정우성'이다. 영화의 초점이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감시자들'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우성'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병풍'의 느낌마저 살짝..! 물론 극중에서 '정우성'은 신비로워야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천재 살인귀'의 컨셉인 만큼 그럴 법도 하다.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정우성'에 대한 이야기는 비중이 적어도 너무 적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영화 후반부에 '1대多 싸움'의 훌륭한 액션을 보여주긴 했지만..)


게다가 경찰 중 한 명은 반드시 희생당한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상 필요한 부분이 되긴 했지만 무난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또, '정우성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영화의 끝부분은 조금 김이 빠졌다. 천하의 '정우성'치고는 허무한 결말이 되어 버린 인상이다. 


뒷부분에 아쉬운 점을 나열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감시자들>은 재미있는 영화다. 스트레스도 확 풀리는 만큼, 영화비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아, 반가운 소식도 있다. <감시자들이 개봉 25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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