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개는 훌륭하다' 톺아보기

가짜 공격성을 보이는 고민견을 바꿔놓은 강형욱의 '4無 훈련'

너의길을가라 2020. 10. 6. 22:32
반응형


'미니핀'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니어처 핀셔'(Miniature Pinscher)는 쾌활하고 활발한 성격을 지녔다. 핀셔는 독일어로 '테리어(Terrier)'라는 뜻인데, 테리어종답게 미니어처 핀셔도 용감하고 겁이 없다. 과거에 쥐 잡는 개로 손꼽힐 정도로 유전적으로 공격성을 지니고 있다. 자존심이 센 편이라 몸집이 큰 상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5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등장한 고민견 콩이(수컷, 10살)는 미니핀답게(?)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외부인을 향해 맹렬하게 짖고, 산책 도중에 만난 개에게 달려들었다. 사람에게 입질을 한 적도 2번 있다고 했다. 물론 보호자에게 콩이는 천사 같은 존재였다. 이혼 후 자녀 양육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유일하게 웃음을 준 친구가 바로 콩이였다.

보호자는 콩이가 안겼을 때 주는 따뜻함에 많이 의지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콩이와 함께 본가로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보호자는 2년 전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아버지의 외로움을 달래드리기 위해 본가로 옮겨오게 됐는데, 콩이가 아버지만 보면 사정없이 짖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80대 아버지와 콩이가 서로 잘 지내도록 도와달라는 게 보호자의 바람이었다.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거든. 근데 딸이 좋아하는 개니까.." (보호자의 아버지)

보호자의 아버지가 거실로 나오자 얌전하던 콩이는 짖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보호자는 익숙하다는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콩이는 왜 이렇게 짖는 걸까. 보호자는 콩이가 아버지를 아직까지 외부인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보호자는 콩이가 계속해서 짖자 다른 방으로 데려가 간식을 줬다. 콩이 입장에선 그걸 칭찬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콩이의 문제는 단순히 보호자의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만이 아니었다. 외부인의 경계가 심했다. 당연히 촬영을 하고 있는 제작진에게도 공격성을 표출했다. 보호자를 제외한 모두가 공격 대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외부인과의 접촉도 많지 않았고, 사회성도 많이 떨어졌다. 게다가 교육이나 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역시 보호자의 과한 애정이었다.

수제자 이경규와 게스트로 출연한 성시경, 오마이걸의 승희는 멍뚱히 서서 입질의 대상이 돼야 했다. 세 사람은 차례대로 공격을 당했다. 물론 입마개를 한 상태라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콩이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다행히 성시경은 콩이의 입질에도 차분하게 대응해 오히려 콩이를 당황시켰다. 짖고 달려들면 사람들이 도망갔었는데 그러지 않으니 놀랐던 것이다.

또, 보호자가 방으로 들어가 있자 콩이의 공격성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보호자의 '괜찮아'라는 말과 스킨십이 콩이의 공격성을 더 자극했던 것이다. 콩이는 강 훈련사에게도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다리 쪽으로 달려들고, 잠시 뒤에는 손을 향해 입질을 했다. 입마개를 하지 않았다면 아찔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 훈련사는 콩이를 단호히 제압하며 혼을 쏙 빼놓았다.

위로 솟구쳐 있던 콩이의 꼬리는 어느새 아래로 쓱 내려갔다. 강 훈련사는 콩이의 공격성을 낮추기 위해 '4無 훈련'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무분별한 애정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콩이를 소파에서 내려보내고 보호자와 심리적 거리가 생기도록 했다. 또, 콩이가 짖을 때 애정으로 오해할 수 있는 행동을 못하게 했다. 외부인에 대한 콩이의 공격성은 보호자와의 애정을 확인하는 수단이었다.

"콩이가 자꾸 물어보는 거예요. '우리 좋아하는 사이 맞지?' 애정 관계가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해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 뭐냐면 '그럼 내가 지켜줄게!' 아버지가 싫지 않아도, 제가 싫지 않아도 싫은 것처럼 달려들기도 해요. 가짜 짖음이나 가짜 공격성들이 많이 있거든요." (강형욱)

두 번째는 간식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주지 말라는 게 아니라 간식 없이 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다. 다시 말해서 목적 없는 간식을 남발하지 않아야 했다. 세 번째는 끌려가지 않기였다. 강 훈련사는 산책을 할 때 콩이에게 끌려다니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동안의 산책은 콩이가 줄을 당기면 보호자는 끌려다니는 식이었을 게 분명했다. 산책 훈육이 필요했다.

네 번째는 공격성에 공감하지 않기였다. 강 훈련사는 지금까진 콩이가 짖으면 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막이를 주는 방법으로 상황을 모면하게 바빴다면 이젠 그저 앉히는 것으로 제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콩이 입장에선 짖기만 하면 보호자가 간식을 주거나 달래주는 등 상황들이 유리하게 흘러가니 짖는 걸 쉬운 해결책으로 삼았던 것이다. 강 훈련사는 그 연결고리를 끊게 했다.

"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뒤뚱뒤뚱 걸으시잖아요. 콩이가 무서울 만해요. 또, 막대기로 하는 행동이 일반적으로 개들이 겁이 나는 행동이에요." (강형욱)

마지막으로 한 가지가 남았다. 콩이와 아버지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가. 사실 이 문제는 앞선 교육들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콩이가 짖으려 할 때마다 간식 냄새를 맡게 해 오로지 보호자에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고, 외부인을 향해 짖지 않고 얌전히 있을 때 간식을 줌으로써 좋은 기억을 남겼다. 그렇게 하니 더 이상 아버지를 향해서도 공격성을 띠지 않았다.

한편, 강 훈련사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의 걸음걸이가 콩이의 입장에서 무서울 수 있고, 지팡이 역할을 하는 막대기를 움직이는 행동 또한 개들을 겁나게 한다고 설명했다. 개를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도 콩이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였다. 원래 변화는 쌍방향적인 법이다. 강 훈련사의 노력 덕분에 콩이와 아버지의 관계는 한결 나아졌다. 보호자도 마음 편히 웃을 수 있게 됐다.

사실 강 훈련사가 제시한 '4無 훈련'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방송을 통해 계속적으로 보여줬던 훈련이었다. 그가 보호자에게 "정말 간단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던 건 그 때문이리라. 여전히 많은 보호자들이 실수를 한다. 외로워서 맞이한 반려견에게 과한 애정을 주고, 규율 없이 제멋대로 하게끔 내버려둔다. 여전히 <개는 훌륭하다>가 필요해 보인다. 보호자가 보호자다워지는 그 날까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