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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의 복귀가 유난히 더욱 반가운 이유는?

너의길을가라 2019. 6. 2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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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김태호 PD가 돌아왔다. 지난 2018년 3월 MBC <무한도전>이 종영한 뒤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던 그가 복귀한 것이다. 김태호 PD가 시청자들에게 '던진' 콘텐츠는 <놀면 뭐하니?>라는 제목의 릴레이 카메라였다. 그것도 요즘 '인싸'들이라면 누구나 계정을 만든다는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놀면 뭐하니?>는 특별한 기획(혹은 계획)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스타들의 일상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물론 정식 방송을 위한 미완성의 테스트 버전이었지만, 그 시도 자체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릴레이 카메라의 첫 주자가 유재석이었기 때문일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회 조회수는 하루만에 100만을 돌파했고, 21일 현재까지 215만 명이 이 영상을 감상했다. 총 5회로 구성된 <놀면 뭐하지?>의 누적 조회수는 504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김태호 PD의 컴백에 수많은 대중들이 반기고 나섰다. 이 뜨거운 호응은 그에 대한 기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유재석과의 재결합이라니 대중의 입장에선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김 PD의 컴백은 예능계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최근 예능은 일종의 '고착화' 현상을 겪고 있다. 힐링과 먹방, 여행 등 정형화된 예능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른바 '나영석 프레임'에 갇혔다는 비판이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나영석 PD의 힐링 예능이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에 대다수의 예능 PD들이 나 PD의 방식을 차용해 왔다. 그리하면 최소한 '중박' 이상의 흥행은 보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탈출>의 정종연 PD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적이 있다.



"나영석 PD는 갓난아기부터 할아버지까지, 전국민 온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을 목표로 하는 사람입니다.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예능'을 만든다는 건 정말 대단해요. '나영석 스타일'을 아무리 비판해봤자, 재미있다는게 중요해요. PD들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나영석 스타일'로 만들면, 지금 당장 어느 정도 재미도 있고 시청률도 잘 나오니까요."


시청자들은 불만을 호소하고 있지만, 방송가의 사정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방송사는 갈수록 도전을 꺼린다. 실패는 쓰고, 그 대가는 뼈저리기 때문이다. 가급적 타율을 높이려 하는 건 당연하다. 한편, PD들이라고 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이름값부터 높여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일단은 기존의 잘 먹히는 소재를 가져다 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유효하다.) 


무명의 PD들은 기회조차 잡는 게 어렵기 때문에 겨우 주어진 한번의 찬스를 도전으로 허비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설령 한다고 한들 파일럿에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주저하게 된다. '돌려쓰기'라는 말이 나올지언정 스타를 섭외해 화제성을 높여야 하고, 힐링이나 먹방, 여행 등 잘 먹히는 소재를 활용해야 한다. 가령,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났던 MBC <가시나들>은 뜨거운 호평을 받았으나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정규 편성이 불발됐다. 


이럴 때, (기회를 보장받는) 스타 PD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영석 PD는 실패로 귀결되긴 했지만, tvN <숲속의 잡은 집>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나 PD의 경우에는 원조이므로 그가 잘하는 것을 하는 걸 비판하기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크리에이터로서 독보적인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는 정종연 PD는 <대탈출>을 시즌제로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여기에 <무한도전>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던 김태호 PD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호 PD는 요즘 가장 핫한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복귀 소식을 알렸고, 기존의 소재와 구성을 따르지 않는 '신박한' 방식의 예능을 선보였다. 물론 그 또한 김 PD이기에, 유재석과의 협업이기에 유효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찌됐든 새로운 형태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분명 반가운 일이다. 아직까지 어떤 모습의 예능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존의 '예능 고착화 현상'을 뒤흔들 새로운 무언가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지난 20일, 김태호 PD는 유재석, 조세호 등과 새로운 프로그램 촬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MBC 측 관계자는 "디지털로 공개한 릴레이 카메라가 두 대로 이어진 후 연속선상에 있는 아이템을 촬영 중"이라면서 "단순 릴레이 외에 더 확대된 재미를 보여드리려 노력중"이라 밝혔다. "촬영 후 공개여부를 결정하고, 앞으로 당분간 실험은 계속될 예정"이라 밝혔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김 PD의 새 예능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키워 나갔다.


이쯤되니 더욱 궁금하다. 과연 김태호 PD는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 앞에 서게 될까. 거기엔 어떤 '도전'이 담겨 있을까. 더 나아가 그 도전은 예능계에 어떤 지각 변동을 일으키게 될 것인가. 고착화된 예능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이야기들이 김태호 PD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창작자로서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일 것이다. 여러모로 그의 복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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