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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게임이 된 여성 폭력, 유흥업소가 된 김밥집.. 드라마가 미쳤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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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게임이 된 여성 폭력, 유흥업소가 된 김밥집.. 드라마가 미쳤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4. 19. 17:36

장면 1.

정체불명의 남성이 여성(과 그의 아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유리창을 깨고 칩입했다. 그리고 여성을 향해 위협을 가했다. 검은 가죽장갑을 착용한 괴한은 공포에 질린 여성을 내동댕이친 후 발로 걷어차는 등 폭력을 이어가더니 심지어 목을 조르기까지 했다. 놀랍게도 이 장면은 가해자의 시점에서 그려졌다. 공포에 질린 여성, 폭행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장면 2.

유흥업소 운영하던 여성은 동료들과 함께 의기투합해 김밥 가게를 차렸다. 음식은 맛이 없었지만, 식당은 오픈하자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그 비결은 직원들의 '미모'와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이었다. 고등학생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 손님들은 이들의 미모에 감탄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손님들은 "예쁜 무릎 깨질라"라며 걱정을 했고, 교복입은 학생들도 입을 벌리며 미모에 감탄했다.

위에서 묘사한 장면 1은 JTBC <부부의 세계> 8회의 한 씬(scene)이고, 장면 2는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 14회의 내용이다. 전자는 과도한 폭력성으로 시청자들을 기겁하게 했고, 후자는 낯뜨거운 호객행위를 연출해 보는 이들을 기함하게 했다. 시청률 20%가 넘을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 두 편이 같은 날(18일) 시청자를 향해 '테러'를 가한 셈이었다.


<부부의 세계>에서 선우(김희애)가 집에 침입한 괴한(의 정체는 박인규(이학주)인 것으로 드러났다)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는 장면은 드라마 전개에 있어 꼭 필요했던 것일까? 물론 선우를 향한 태오의 복수심을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장면 1과 같은 연출은 도가 지나쳤다. 저리 세밀하고 적나라하게 폭력을 묘사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지 않고도 폭행이 있었음을 보여줄 방법은 충분히 많다.

특히 가해자의 시점에서 폭행 당하는 선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연출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실제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들의) 범죄가 만연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폭력 전시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많다.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로 작용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15세 관람가에서 폭력을 마치 VR 게임처럼 연출한 부분은 상식 밖이다.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성 상품화' 장면은 더욱 참담한 기분을 들게 만든다. 강초연(이정은)은 유흥업소를 그만두고 김밥 가게를 차리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갑자기 차린 식당의 음식 맛이 좋을 리 없다. 가게엔 손님은 없고 파리만 날린다. 이때 동업자인 이주리(김소라)와 김가연(송다은)은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호객행위에 나서며 손님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몰려드는 손님들은 죄다 남성이다. 이들은 김밥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 직원의 '성'을 소비하기 위해 식당을 찾는다. 화려하게 치장한 이주리와 김가연은 요란하게 유흥업소 식 접객 행위를 이어간다. 사이다를 폭탄주 만들듯 따르기도 한다. 그들은 "여기가 주점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이냐"라는 주변 상인들의 문제제기에도 "술 파는 것도 아닌데.."라며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드라마에서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게 당연시 되는 장면들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방영되고 있다. 성접대를 보여주는 상황 설정들이 여과없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처럼 현실의 성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영방송 KBS의 낡은 사고방식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또, 시대착오적인 장면을 쓴 양희승 작가의 해명도 필요해 보인다. 


이쯤되면 드라마들이 미쳤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극본'도 문제이고, '연출'도 문제일 뿐더러 '방송국'의 책임도 문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을 향한 폭력이 마치 오락거리나 게임처럼 가볍게 다루고, 여성의 성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걸 당연시하는 드라마들의 존재는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에 수많은 남성들이 아무런 죄책감없이 가담할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준다. 

그 누구도 이 장면들이 문제가 될 거란 의문을 품지 않았던 거라면 정말이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문제가 되더라도 일단 화제를 끌면 그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뒷감당은 한참 뒤의 문제이니 말이다. 게다가 경험칙상 방송통신심의워원회의 제재(권고나 주의)라고 해봤자 방송국 입장에선 크게 겁이 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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