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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배수와 김시은, <손 the guest> 부마자들의 신들린 연기가 놀랍다

너의길을가라 2018. 9. 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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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손'이 왔고, 그의 이름은 '박일도'라 한다. 귀신(鬼神)은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파고 든다. 내재돼 있던 울분과 분노를 포착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낚아챈다. 박일도에게 빙의(憑依)된 사람들, 그러니까 숙주(宿主)들은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야 겨우 저지할 수 있는 괴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이렇듯 박일도는 인간을 통제 불능 상태로 몰아넣는다. 무시무시한 악령이다.


무속인 집안에서 태어난 윤화평(김동욱)은 강신무(降神巫, 신을 받아 활동하는 무당)의 자질을 갖고 있는데, 그 예민함 때문인지 어린 시절 박일도에게 빙의된 적이 있다. 그리고 집안에는 비극이 찾아온다. 엄마(공상아)와 할머니(이영란)이 연달아 죽게 된 것이다. 당시 천주교 사제들이 화평을 대상으로 구마(驅魔, 사물로부터 악마를 내쫓는 의식)를 했으나, 그 과정에서 박일도가 최 신부(윤종석)에게 옮겨가고 말았다. 


아빠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던 최 신부는 끝내 자신의 아빠를 살해하고, 침대 밑에 숨어있던 동생 최윤(김재욱)까지 죽이려 든다. 화평은 자신을 죽이려드는 아빠(유승목)로부터 도망쳐 나와 언제든 도움을 청하라던 최 신부의 집에 찾아갔다가 그 앞에서 최일도의 기운을 느끼고 공포에 떨었다. 이를 우연히 발견한 강길영(정은채)의 엄마(박효주)가 집안으로 들어가 최윤을 구하지만, 자신은 빙의된 최 신부에게 목숨을 잃고 만다.



20년 전의 이야기다. 화평은 택시를 몰며 평범하게 살아 가는 듯 보이지만, 과거의 비극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전국을 떠돌며 '손'을 추적하고 있다. 강길영은 엄마의 뒤를 이어 형사가 됐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최윤(김재욱)도 형과 마찬가지로 구마 사제가 됐다.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과거의 비극적인 사연으로 얽혀 있는 세 사람은 박일도가 다시 출몰하자 의기투합한다.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을 표방하는 OCN <손 the guest>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우선, (앞서 살펴봤다시피) 영매와 사제 그리고 형사의 이야기를 촘촘히 얽은 이야기 구조가 흥미롭다. 게다가 김홍선 PD의 연출도 매끄럽다. 장르물의 대가답다. 또, '분노가 가득 찬 사람들의 일그러진 마음 속에 악령이 깃든다'는 설정은 사회적인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악령'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달리 읽을 여지가 충분하다. 


영매(靈媒) 역할을 맡은 김동욱과 사제로 분한 김재욱의 연기도 탄탄하다. 그러나 <손 the guest>의 진정한 공신은 바로 '손'에 빙의된 연기를 한 부마자(付魔者, 육신에 귀신이 들린 사람)들이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정말 귀신이 들린 사람 같았다. 물론 칭찬이다. 그만큼 경이로운 연기였고,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경탄스러운 열연이었다. 



첫 번째 빙의자였던 김영수를 연기한 배우는 전배수다. 터널 공사 도중에 사고를 당해 온몸에 마비가 왔지만, 사업주는 그의 산재(産災)를 외면한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 가족들은 점점 지쳐가고,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던 김영수는 무력감과 분노에 젖어든다. 그때 손이 찾아온 것이다. 전배수는 상실감에 빠진 가장의 모습뿐만 아니라 귀신이 빙의된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전배수의 진가는 퇴마 장면에서 여실히 발휘됐다. 귀신이 들린 김영수는 병원 침대에 사지가 결박된 상태에서 몸부림을 치고 구마 의식을 주재하고 있는 최윤에게 섬뜩한 말들을 쏟아냈는데, 전배수는 섬뜩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연극 무대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쌓아왔던 전배수는 조연과 단역을 오가며 시청자들을 만나 왔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했다. 



자살한 남자친구를 괴롭혔던 회사 직원들에 강력한 분노를 품은 채 '손'에 잠식당한 김륜희 역을 연기한 김시은의 열연도 강렬했다. 머리카락을 쭈뼛쭈뼛 서게 만들 정도였다. 결혼을 약속한 애인의 죽음에 대한 상실감, 행복한 미래를 빼앗긴 데에서 오는 좌절감, 가해자를 향한 극도의 분노감 등을 리얼하게 표현했다. 특히 구마 과정에서 최윤과 강길영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현혹시키려는 대목은 압권이었다. 


영화 <군도>를  통해 데뷔한 김시은은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쿠도 히나(김민정)이 운영하는 (지금은 폭파된) 글로리 호텔의 직원 귀단 역으로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눈에 쏙 들어왔다. 출연 분량은 적었지만, 비중은 결코 작지 않았다. "누가 너를 해하려거든 울기보다 물기를 택하렴"이라는 명대사의 대상이기도 했고, 거짓증언으로 구동매(유연석)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전배수와 김시은뿐만 아니라 폐차장 형제로 출연했던 이중옥(최민상 역), 백범수(최민구 역)도 드라마에 긴장감을 불어 넣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히려 낯선 얼굴이었기 때문에 더 살벌하고 공포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손 the guest>에는 막강한 조연 배우들이 기둥처럼 버티고 있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온몸을 불사지른 이들이 없었다면 <손 the guest>에 대한 반응이 이처럼 뜨거울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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