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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을 다시 보게 한 <강식당>, 논란을 뛰어넘은 재미를 선물했다

너의길을가라 2017. 12. 6. 23:52


외전(外傳) : 만화나 소설, 게임 등의 작품에서 본편 외의 스토리를 다루는 작품


"나는 <강식당>을 한다는 걸 텔레비전을 보고 알았어. 아니, 나하고 상의를.. 얘기를 한 적 있니?" 강호동은 손사래를 쳤다. 주방에는 들어가 본 적도 없고, 달걀 프라이도 못 만든다고 엄살을 부렸다. tvN <신서유기>에서 멤버들과 농담처럼 '강식당을 차려보자'고 웃고 떠들었지만, 막상 메인 셰프가 돼 식당을 운영한다니 기겁할 만도 했다. 눈앞이 캄캄해진 강호동은 "지금이라도 돌이킬 수 있으면 빨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라며 막중한 부담감을 제작진에게 토로했다. 



하지만 천하의 나영석 PD에게 그런 죽는 소리가 통할 리가 없었다. 나 PD는 "형, 돌이키기에는 우리가 준비를 너무 많이 했어."라며 쐐기를 박았는데, 이미 가게 오픈을 위한 리모델링 작업과 사업자 등록까지 마친 뒤라고 설명했다. 메인 셰프인 강호동(과 멤버들)만 몰래 만반의 준비가 이미 갖춰진 뒤였다. <신서유기 4>에서 농담처럼 시작된 '손님보다 사장이 더 많이 먹는 식당'이 현실이 돼 돌아왔다. 그렇게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의 파란만장한 운명이 시작됐다.


<강식당>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윤식당>을 모티브로 한 패러디 프로그램이다. 사장인 윤여정을 필두로 신구, 이서진, 정유미가 타국(첫번째 시즌에선 발리의 작은 섬을 찾았었다)에서 조촐한 한식당을 연다는 콘셉트의 <윤식당>은 2017년 상반기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예능적 재미가 특출났던 건 아니지만, 지옥 같은 일터의 고됨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를 대리만족시켜 줬다. 또, '은퇴 후 자영업'이라는 판타지를 자극하며 '힐링'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성공했던 포맷을 취하고, 강호동의 이름을 내걸었다. <신서유기>의 멤버들(이수근, 은지원, 안재현, 송민호)들이 주방보조에서부터 주문, 서빙 등 가게 운영의 전반적인 업무에 투입됐다. 성공하지 않을 수 없는 조합처럼 보였다. 그러나 늘 그렇듯 성공은 당연하지 않다. 방송을 시작하기 전부터 제주도(또, 제주도야?)에 식당을 열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고, 인근에 위치한 동명(同名)인 상호의 식당 운영자는 항의성 글을 띄우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호의 대신 다소 냉담한 태도로 <강식당>을 맞이할 채비를 했다.


그런 분위기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으로서도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일까. <강식당>이 쟁취한 성공은 더욱 값져 보인다. <신서유기>의 '외전'으로 이름 붙여진 <강식당>은 첫 방송에서 5.448%(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화끈한 출발을 했다. <신서유기>의 최고 시청률 5.119%(시즌4의 10회)를 경신하며 본편의 인기도 넘어섰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교 대상일 수밖에 없는 <윤식당>과의 차별성도 뚜렷했다.



나영석 PD의 다른 작품들이 힐링을 전면에 내세우는 다큐 형식의 예능이라면, <신서유기>는 상당히 독특한 포지션에 위치해 있다. 오로지 '웃음'만을 향해 달려가는 기관차와 같다고 할까. 애초에 예능이 갖고 있(고 기대되)는 본질에 충실하다. <강식당>은 <신서유기>의 외전인 만큼 <신서유기>가 달리는 노선을 따른다. 또, <윤식당>이 판타지가 덧입혀진 가상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면, <강식당>은 철저히 리얼리티를 강조한다. 예능의 세계에서 (제작진과 출연자와의) 돈독한 팀워크는 곧 얄짤없다는 말과 동의어 아니겠는가.


오픈 준비를 하면서 멤버들은 멘붕에 빠졌고, 그러다가 진짜 싸우기까지 했다. 그 현실적인 모습이 웃음을 유발했다. 제작진은 그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자막을 넣어가며 친절히 설명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메뉴를 정하느라 3시간 동안 옥신각신하는 장면이라든지, 일반 돈까스보다 3배나 큰 초대형 돈까스 '강호동까스'의 고기를 망치로 펴느라 새벽까지 고생하는 모습도 웃음 포인트였다. 그런가 하면 갑자기 몰려온 손님들의 주문을 깜빡 잊기도 했고, 손발이 맞지 않아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한편, 시청자들은 <강식당>을 통해 <신서유기>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멤버들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의견 충돌로 다투고, 처음 경험하는 식당 일에 갈팡질팡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우리가 행복하자고 하는 거니까 너무 화를 내지 마", "자, 싸우지 말고 우왕좌왕하지 말고 괜찮아. 우리 잘하고 있는 거야."라며 중심을 잡아주는 강호동의 리더십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등 진지한 모습을 보여줘 몰입감을 높였다. 그러면서도 오랜 기간 쌓아온 호흡으로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 <강식당>은 <윤식당>을 패러디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신제품'이니 '복제품'이니 하는 논란은 불필요해 보인다. 애초부터 '외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탄생한 이벤트에 불과하니 말이다. 오히려 '콜라보(혹은 퓨전)'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흥미로운 실험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우선, <윤식당>과는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강식당>만의 웃음기 가득한 매력을 즐기기로 하자. 그러다 보면 곧 느림의 미학과 아름다운 풍경의 힐링이 가득한 <윤식당> 시즌2(2018년 1월 방송 예정)가 찾아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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