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맛집

[버락킴의 솔직한 맛집] 31. 쌈정식의 정석 '마장호수가든'에 감탄했다

너의길을가라 2020. 3. 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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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괜찮을까?'

마장호수가든은 외관만 놓고 보면 마치 쇠락(衰落)한 관광지에 위치한 식당처럼 보인다. 과거의 영광을 지닌, 오래된 단골만이 찾는 식당 말이다. 봄이 오기 전이라 그런지 몰라도 쓸쓸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식당으로 건너가는 붉은 철골 다리도 차갑게 느껴진다. 솔직히 첫인상은 별로였다. 선뜻 발길이 옮겨지지 않았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히려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간판 때문이었다. 빨간색이 선명한 그것은 미관상 보기 좋진 않았지만, 그것이 '새것'이라는 데 마음이 끌렸다. '간판을 바꿀 정도라면 이 곳은 완전히 쇠락한 식당이 아니다.' 뭐, 그런 생각이었다. 조심스럽게 들어가보기로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부는 깨끗했다. 손님들도 제법 있었다. (식사 시간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육부터 고등어, 더덕구이, 갈치, 닭백숙, 오리백숙까지.. 메뉴가 다양해서 고민스러웠지만, 처음 가 본 식당에선 역시 '기본'으로 주문하는 게 안전한 법! 고등어구이쌈정식과 더덕구이쌈정식을 선택했다. 다만, 2인분 이상씩만 주문할 수 있어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은 소규모 손님들의 경우에는 메뉴 선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마장호수가든은 여러 종류의 쌈을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채소들을 따로 비치해 두었다. 요즘 식당들을 가면 쌈을 쥐꼬리만큼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한편으로 이해를 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마장호수가든은 우렁쌈밥 전문이라 그런지 쌈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게 느껴질 정도였다. 신선한 채소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정갈하고 깔끔한 반찬들에 된장찌개와 더덕구이가 더해지니 푸짐한 한상이었다. 아직 고등어구이가 나오지 않았지만(보통 생선구이는 다른 요리들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린다), 눈앞의 음식들을 계속 방치할 수 없었다. 기다리는 건 무의미했다. 

더덕은 기관지 질환 안화,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는 건강 식재료인데, 구이를 하면 그 고소한 향이 일품이다. 양념까지 잘 되어 있으면 그만한 밥도둑이 없다. 마장호수가든의 더덕구이는 지나치게 매콤하다거나 간이 세지 않아 맛이 좋았다. 진한 된장찌개는 자꾸만 숟가락이 갔다. 조금 짠맛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반찬들이 슴슴하므로 중심을 잡아줄 것이다.

감탄하면서 밥을 먹고 있는데, 드디어 고등어구이가 등장했다. 저 압도적인 크기를 보라! 고등어까지 들어오니 밥상이 정말 가득차 보였다. 사장님에 따르면 냉동된 고등어가 아니라 살아있는 고등어로 조리를 하셨다는데, 통통한 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 했다. 그 맛이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다면, 현재 경기도 파주시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마장호수 출렁다리를 임시폐쇄(3월 28일부터 4월 5일)했다. 이는 방역당국이 종교시설, 일배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의 운영을 멈춰달라고 권고하며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청했던 것과 궤를 같이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야외에서는 공기의 흐름이 있고 2m 이상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를 할 수 있기에 공원 나들이 등 야외활동에 있어 큰 위험은 없다"는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의 말처럼 야외의 경우 실내에 비해 전염의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지 등은 위험성이 상존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마장호수 출렁다리가 임시폐쇄되면서 당분간 주변 상권은 매우 힘든 시기를 겪을 것으로 보이는데, 임시폐쇄가 끝나고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면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실 마장호수와 출렁다리 자체는 큰 매력이 없지만, 마장호수가든에서의 식사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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