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MB, 경북대에서 명예 박사? 명예학위 남발의 대표적 사례

너의길을가라 2014. 6. 2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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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박사'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엄청난 양의 기사가 쏟아진다. 대부분 누가 어느 대학에서 무슨 명예박사를 수여받았다는 내용이다. 그 '누가'에는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서 재벌의 총수들, 웬만한 정치인들은 모두 해당 된다. 학위 수여에 대해 각 대학들은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붙이겠지만,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유명인, 더 정확히는 정계와 재계에 힘 있는 사람을 '학위'를 매개 삼아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대학들의 행태가 가히 천박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참고적으로 좀 알아보자면,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명예 학위 수여 기록은 1978년(또는 1979년) 옥스퍼드 대학교 측이 영국의 주교 라이오넬 우드빌에게 수여한 것이라고 한다. 자세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대한민국에서는 누가 가장 먼저 명예 학위를 받았을까? 바로 맥아더 장군이다. 1948년 서울대학교는 더글러스 맥아더에게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사유는 '한국의 자유해방에 공헌한 공로'였다. 그리고 한국인 최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었다.


상식을 묻는 퀴즈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이야기는 그만두고, '명예 박사' 학위의 남발 실태를 살펴보자. 국내 대학들이 1년 동안 수여하는 명예박사 학위가 평균적으로 180여 개에 이른다고 하니 그 남발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명예박사님만 해도 무려 4404명에 달한다. 이것이 2012년까지의 통계이니 그동안 300여 명 정도는 더 늘었다고 보면 얼추 들어맞을 것이다.



한편, 지난 12일 경북대 경영학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예경영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을 해 한바탕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경북대가 뜬근없이 무슨 이유로 이 전 대통령에게 명예 박사 학위를 수여하고자 하는 것일까?


김채복 경북대 경영학부장은 "대학 본부 측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 추천이 들어와 지난 12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이를 심의했다. 명예박사 학위 수여와 관련해서는 교수들의 투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2일 전체 교수회의가 열렸고,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 2/3가 찬성하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하기로 결정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조용히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나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 확인된다. 바로 경북대학교가 학위수여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경북대 학위수여규정 제6장 제30조에는 '대학원장의 추천, 대학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해당 학부에서 공적 조서를 만들어 추천을 하고, 대학원 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학위 수여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학위 수여에 있어서는 이 전 대통령 측과 먼저 학위 수여 여부를 협의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규정을 어기게 됐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수여하는 '명예 학위'라는 것이 사실상 '거래' 혹은 '뇌물'의 성격으로 변질됐다는 것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명예 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이유도 재미있다. 물론 아직까지 분명하게 공표되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국가 경영에 이바지한 공로'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과연 어느 누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안정적으로 경영'했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모교인 고려대가 그런다면 이해라도 해보겠지만,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경북대가 아무도 수긍할 수 없는 사유로 '명예 박사'를 수여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 사건의 배후(?)에는 함인석 경북대 총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경북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보면, "총장님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서 학위를 수여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 대학구성원 일부만 알고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치하에서 무려 5년 동안 단련(!)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쯤되면 '척하면 척' 알아들었을 것이다. 



- <오마이뉴스>에서 발췌 -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에 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북대 교수회와 학생회 등이 벌떼처럼 일어섰다. 지난 24일 총학생회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일어난 원전 마피아, 소통의 부재, 서민경제의 파탄과 같은 과오들은 학위 수여의 이유인 '안정적 국가경영'이라는 이유에 합당하게 명예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될 수 있는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히며 명예 학위 수여에 반대했다. 


학위 수여식은 7월 16일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과연 경북대가 교수회와 총학생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 박사 학위 수여를 강행할까? 대답은 'YES'다. 이미 모종의 커넥션이 형성됐을 것이 뻔한데, 이 정도 반발에 굴할 리가 없다. 다소 잡음은 있겠지만, 명예 박사 수여식은 무사히 끝날 것이다. 



명예 학위(名譽學位)는 대학 등 학위 수여 기관에서 '학술적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학위 논문과 관계 없이 수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학술적 공로'라는 것이 매우 자의적인 판단 기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명예 박사'라는 학위의 가치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사실상 '뇌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등교육법에는 '박사 학위 과정 대학원을 둔 학교는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기 때문에 대학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명예박사 학위를 남발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돌아오는 대가는 얼마나 큰 것일까? 명예 박사 학위를 수여받는 사람은 이를 통해 명예를 얻을 뿐더러, 동문(同門)을 넓히고 인맥을 강화할 수 있다. 반면, 대학 측에서는 그 사람을 얻는다. 그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미국의 MIT, 코넬, 버지니아 대학은 명예박사 학위를 아예 수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제거한 것이다. '상아탑'으로서의 위치를 상실하고, 그저 '장사'를 하기에 바쁜 대한민국의 대학들에게 '학문적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라는 것은 그들에게 코웃음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결국 명예 학위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남발될 것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2009년 전남대학교는 정몽준 의원에게 명예 철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고자 했지만, 학생들의 거센 반대에 결국 학위 수여를 취소하기도 했다. 잘못된 명예 학위 수여의 취소 사례가 분명히 존재하기에, 학생들과 시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표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할 수 없고, 대학이 하지 않는다면 결국 학생과 시민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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