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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대상 받은 이영자, MBC에서도 제대로 평가 받길 바란다

너의길을가라 2018. 12. 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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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축하가 먼저다. KBS <2018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이영자였다. 데뷔 27년 만에 대상을 수상한 그의 얼굴에는 기쁨과 감격이 가득했다.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눈물을 흘리던 그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 이영자의 지지자로 무대에 올랐던 김숙은 '이영자가 대상을 한 번도 타지 못한 것에 놀랐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수많은 시청자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짐작한다. 받아야 할 사람이 이제야 받았다.


얼마나 울컥했을까. 인생의 부침을 여러 차례 경험했던 이영자였기에, 그가 다시 정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과 노력이 있었을지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또, 그의 수상이 의미있었던 건 KBS에서 여성 방송인의 대상 수상이 처음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높고 멀었던 '유리천장'이었다. 다시 한번, 이영자의 KBS 연예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일각에서는 이영자의 수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엄연히 방송사 별로 개최하는 시상식인 만큼 그 방송사에서 대상에 걸맞은 활약을 펼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게 마땅한데, 올 한해 동안 이영자의 활약이 뛰어났던 건 사실이나 KBS에서 대상을 받는 건 모양새가 좀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이영자의 활약이 도드라졌던 건 KBS가 아닌 타방송사였다.



지금의 이영자 돌풍이 시작된 출발점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의 먹방이라고 봐야 한다. 거기에서 시작된 바람이 올리브 <밥블레스유>와 JTBC <랜선라이프>까지 이어졌다. KBS에서 이영자의 객관적인 성적표는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8년째 진행해 오고 있지만, 새롭게 론칭한 <볼빨간 당신>은 1%대 시청률에 그치고 있다. 조금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대진운' 이야기가 시상식 내내 흘러나왔을까. 김숙도 '대진운이 좋다'고 운을 띄웠고, 이영자 역시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폐지까지 언급됐던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이 대상 후보에 포함됐을 정도였다. 신동엽은 "연예대상 저도 MC를 많이 봤었는데, 올해처럼 애매한 경우는 저도 처음이네요."라며 KBS 예능의 참담한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2018년 KBS 예능의 성적표는 한마디로 '낙제'였다. <1박 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등 기존의 장수 예능들로 겨우 체면 치례를 했지만, 새롭게 론칭한 프로그램들은 죄다 허탕을 치고 말았다. 그것도 <하룻밤만 재워줘>, <삼청동 외할머니> 등 어디에서 본 듯한 모방 프로그램들로 채워넣었다. 시청률도 못 잡고, 화제성도 모으지 못했던 한 해였다. 



KBS가 이런 부진한 성과 속에서 연말에 방송되던 연예대상을 굳이 한 주 가량 앞당겨 변칙적인 개최를 하면서 이영자의 화제성을 가로챘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이영자의 활약과 역량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다. 온갖 논란에 휩싸였던 <안녕하세요>가 8년 동안 방영될 수 있었던 건 이영자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기 때문이었다. 그가 보여준 공감 능력과 사이다 발언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안녕하세요>는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좋은'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오히려 고질적인 문제이 개선되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질타의 대상이 됐던 게 사실이다. 이번 연예대상에서도 시청자들이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은 <1박 2일>이었다. 결국 이영자의 대상은 '공로상'의 의미가 짙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연예대상이라는 게 상대 평가의 성격이 있는 만큼, 이영자의 수상은 문제될 게 전혀 없다. 


다만, 퇴색된 느낌이 조금 안타까울 따름이다. 2018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이영자가 자신이 맘껏 활약했던 MBC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길 바란다. 물론 박나래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버티고 있지만, 그래서 MBC 연예대상은 좀더 볼 맛이 날 것 같다. 누가 받든 인정하고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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