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26년>을 봤습니다. '그 사람'과 그를 '오빠'라고 부르는 그녀

너의길을가라 2012. 12. 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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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집을 나와 헌혈을 하러 갔습니다. 요즘엔 주로 혈소판 헌혈을 하는데, 오늘은 대기자가 있더군요. 같이 온 두 사람이 모두 혈소판 헌혈을 한다기에 기다릴 시간이 없어 혈장 헌혈을 했습니다. 헌혈을 마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데, 나온 김에 <26년>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건너편에 있는 영화관으로 향했죠. 






'26년', 흥행 심상찮다…벌써 30만 명 육박




1980년 5월, 대한민국 국군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전대미문의 비극이 발생했다. 이때의 사망자, 부상자 수는 6.25 전쟁 이후 최대로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총 4,122명에 달한다. 당시 군의 권력자는 이 만행을 발판으로 대한민국 11대 대통령이 되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의 단죄대상인 그를 우리는 '그 사람'이라고 부른다.




사실 <26년>은 꼭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개봉한다는 사실 자체도 놀라울 정도로 제작 당시 난행을 겪었던 영화죠. 그런 만큼 '고마움'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볼 거라 다짐했었습니다. 개봉한 지 3일.. 흥행은 잘 되고 있는 걸까요? 기사를 찾아보니, 다행스럽게도 30만을 돌파하면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이미 <화려한 휴가>를 통해서 광주의 비극이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었죠. 마찬가지로 <26년>도 '그 날'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그 시대에 갇혀 있지 않고 '현재'를 이야기합니다. '그 날'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살해 당했던 사람들의 아들과 딸이 전면에 배치됩니다.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상처'를 이야기 합니다. 


오프닝 이후에 이어지는 애니메이션은 가히 압도적입니다. 당시의 상황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주는데요. 그 임팩트가 생각보다 강렬합니다. 거기서부터 울음을 참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하죠? 


상상력이 가미된 만큼, '복수'가 성공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다들 갖게 될 텐데요. 관객들의 탄식이 쏟아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죠. "그냥 쏴버려!" 이런 말들을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옵니다. 물론 그랬다면 당장의 '통쾌함'을 나눌 순 있었겠죠.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죠. '그 사람'이 오늘도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26년>을 보는 관객들이 모두 그 날의 광주를 알고 있진 않을 겁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도 있을 테고, 역사에 무관심했던 성인들도 있겠죠. 만약 관객들이 영화를 감상한 후, '그 인간 아직 살아 있어?'라는 의문을 갖고 기사를 검색한다면.. 다음과 같은 뉴스들을 접하게 될 겁니다.



전두환 ‘은닉재산’ 딸에게 증여 드러나


전두환, 올해도 어김없이 ‘모교 나들이’


‘재산 29만원’ 전두환 일가, 씀씀이는 재벌 회장님


전두환 전 대통령 육사 '사열' 논란 확산



어처구니가 없죠?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아마 이런 기사들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전두환 “박근혜 6억 줬더니 3억 돌려줘” 왜?


박근혜, 전두환이 준 돈-성북동집 어디 썼나


“전두환 오빠, 박근혜에 불법 통치자금 수백억 건넸다”


"정수장학회, 그녀가 '오빠' 라 부르던 전두환의 생계용 배려"



2012년, '그 사람'은 여전히 떵떵거리며 배부르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오빠'라고 부른다는 그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합니다. 그녀의 지지율은 45%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고 합니다.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아마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기를 죽이고 있던 자들이 어깨를 펴고 거리를 활보하게 되겠죠? 저는 끔찍하기만 합니다. 


'상처'와 '아픔'은 아물지 않았습니다. 당사자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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