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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연말 시상식에는 공동, 쪼개기, 돌려막기, 나눠먹기 그만!

너의길을가라 2022. 1. 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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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2021년 연말 시상식과 함께 왔다. 지난해 말 시청자들은 연달아 방영되는 6개의 시상식을 봐야했다. (시상식의 성격이 없어진 가요대제전은 제외하고) 지상파 3사의 연예 대상과 연기 대상이 어김없이 연말을 채웠다. 실제로 SBS 연기대상은 12월 31일 밤에 시작해 1월 1일 새벽까지 진행됐다. 신년 카운트다운 때문에 시상식은 고무줄처럼 끝도 없이 늘어졌다.

연말 시상식을 두고 매년 쓴소리가 이어진다. 좁게는 수상자 논란에서 넓게는 시상식의 무용론까지 다양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상파가 주관하는 연말 시상식의 권위가 땅바닥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과거 '국내 대중문화의 성대한 축제'에서 '집안 잔치'로 전락한 지 오래다. 문제는 달라질 조짐이 없다는 것이다. 2022년에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시상식의 장면들을 꼽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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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오전 7시 비행기로 올라왔는데, 12시에 올라간다고 얘기를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거의 새벽 1시가 다 됐더라고요." (이효리)
"하루 안에 끝나는 연예대상을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오늘도 이렇게 또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유재석)
"너무 길어요, 그쵸?" (이효리)

도대체 시상식은 왜 이렇게 긴 걸까. 불필요한 내용들을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면 안 될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시상식에 초대된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MBC 연예대상에서 유재석과 이효리는 시상식이 너무 길다고 성토했다. 예고했던 시각보다 1시간 가량이나 지체된 탓이다. 두 사람은 부디 2022년에는 하루 안에 끝나는 연예 대상을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지는 게 연예대상만의 일은 아니다. KBS 연기대상과 SBS 연기대상은 장장 4시간 동안 이어졌다. 시상식이 지나치게 길다보니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시청자 입장에서 지루할 수밖에 없다. 한편, MBC 연기대상은 축소 진행을 통해 130분 만에 마무리됐는데, 이는 자성의 노력이라기보다 제작한 드라마가 적고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은 탓이다.

비단 시상식의 문제가 '길이'에만 있는 건 아니다. '공동 수상'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고질적인 문제이다. '집안 잔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게다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SBS 연기대상은 신인 연기상 부문에서 남녀 통틀어 6명에게 공동 수상을 안겼다. 또, 최우수상과 우수 연기상, 조연상 등 거의 전 부문에서 2명씩 공동 수상했다.


'쪼개기 수상'은 또 어떠한가. SBS 연기대상은 2019년 중편, 장편, 미니시리즈로 나눠 시상을 하다가 2020년 중편과 장편드라마를 하나로 묶고, 미니시리즈를 '장르/액션'과 '판타지/로맨스'로 세분화했다. 그런데 2021년에는 '장르/판타지'와 '코미디/로맨스'로 구분해 시상했다. 1년 만에 바뀐 수상 기준을 두고 특정 작품의 수상을 의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KBS 연기 대상도 '공동 수상'과 '쪼개기 수상'을 남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트로피의 수만 무려 51개에 달했다. 신인상은 남녀 3명씩 6명이 공동 수상했고, 우수상은 미니시리즈/일일드라마/장편드라마 부문으로 나눠 총 10명이 공동 수상했다. 최우수상, 조연상 인기상 등 대부분 공동 수상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베스트 커플상은 무려 7팀이나 됐다. 상의 의미는 퇴색됐다.


연예 대상 쪽으로 눈을 돌리면 '돌려막기'가 '안습'이다. KBS와 MBC는 유력한 연예 대상 후보조차 내놓지 못했다. 그만큼 화제가 된 프로그램을 만들지도 못했단 이야기다. 신선한 시도를 하기보다 기존의 틀에 안주한 탓이다. 그러다보니 대상 후보에 새로운 인물도 없었다. KBS는 <1박 2일> 시즌4에서 활약한 문세윤을 선택했고, MBC는 유재석에서 6번째 대상을 안겼다.

한편, SBS는 '나눠주기'로 눈살을 찌푸렸다. <미운 우리 새끼> 출연자들이 단체로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미운 우리 새끼>의 대상 수상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MC 신동엽은 "누가 대상을 탈까 궁금해 하며 지켜본 시청자들, 이 자리에 함께 계신 다른 분들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냥 한 새끼만 주지"라는 그의 말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2019년 김구라는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 (시상식을)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구색을 맞추려 하지 말고 제대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그동안 지상파 연말 시상식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많이 나왔다. 또, 방송 환경도 급격히 변화했다. 시청자들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 웨이브, 티빙의 자체 드라마와 예능에 훨씬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상파는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상파는 '그들만의 잔치'에 머물고 있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상의 권위를 높이고, 받는 사람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시상식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가령,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OTT 웨이브를 통한 공동 시상식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물론 올해도 딱히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속 외치다보면 언젠가는 '메아리'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2022년 연말에는 '공동 수상', 쪼개기 수상', '돌려막기', '나눠주기'가 없는 멋드러지고 근사한 시상식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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