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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연예대상] 슈퍼맨뿐인 KBS, 백종원뿐인 SBS, 그나마 기대되는 MBC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9. 12. 24. 11:37


'일본의 사이영상'으로 불리는 사와무라상의 2019년 수상자는 없었다. 일본프로야구기구(NPB) 사와무라상 선정위원회는 엄격한 심사를 진행한 결과 마땅한 수상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수상자가 없는 시상식,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한 해 동안 상의 기준에 부합하는 선수가 없었다면 과감하게 '수상자 없음'이라 선언하는 것이야말로 상의 가치를 높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지상파의 시상식은 언젠가부터 기대감보다 실망감을 더 많이 주고 있다. 시상 부문을 늘려 온갖 상을 만들어 내고, 그래도 부족한지 공동 수상을 남발하는 촌극이 이어졌다. 게다가 '챙겨주기'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 상의 가치가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객관성을 잃고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방송사의 '집안 행사'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예대상 시상식도 마찬가지다. 지난 21일, 지상파 3사 가운데 KBS가 가장 먼저 연예대상의 포문을 열었다. 대상의 주인공은 예상했던 대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빠들이었다. 물론 이견의 여지가 없는 수상이었다.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2019년 한 해 동안 KBS 예능이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내세울 만한 프로그램이 마땅히 없었다.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가 그나마 화제성을 끌었고, 파일럿 가운데 자리잡은 프로그램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KBS 예능은 관찰 예능의 트렌드를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안일했던 2019년이었다. 그렇다면 관성처럼 시상식을 열기보다 (시상식을 열더라도) 반성이 먼저 아니었을까.

물론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출연자 논란 끝에 시즌을 마무리한 <1박 2일>의 빈자리를 채우며 편성 변경의 어려움까지 극복하며 효자 노릇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상을 줄 만큼의 임팩트 있는 활약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마저도 이동국을 제외하며 논란을 키웠다. 또, 2주에 며칠 가량 육아를 전담하는 걸 두고 '대단한 일'이라고 대상까지 안겨주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SBS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사실상 '백종원의 예능국'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백종원 의존도가 높아졌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화제성을 따라 갈 프로그램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백종원을 넘을 수 있는 건 백종원 뿐인 걸까. 추석 파일럿으로 소개된 뒤 하반기 정규 편성을 확정한 <맛남의 광장> 정도가 눈에 띤다. 지역 특산물을 홍보해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공익성이 호평을 자아냈다.

SBS 대표 예능이라 할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 <집사부일체> 등이 자리를 지켰지만, 2019년을 기준점으로 잡고 볼 때 특별한 활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미운 우리 새끼>의 경우에는 출연자 논란에 PPL 논란까지 겹치며 얼굴을 들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백종원이 또 다시 수상을 거부한다면 이번에는 '대상 없음'이라 발표를 해야 할 판이다. 그런 용기가 있을 리 없지만.

그나마 기대가 되는 시상식은 MBC 연예대상이다. 2018년 MBC 예능에 있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무한도전>의 종영이었다면, 2019년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김태호 PD의 복귀였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지만, 김 PD는 플랫폼과 캐릭터를 넘나드는 <놀면 뭐하니?>와 예능과 크라우드 펀딩을 결합한 <같이 펀딩>을 들고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예능의 길을 제시했다.


'유플래쉬'와 '뽕포유'로 <놀면 뭐하니?>는 8.9%까지 상승하며 동시간대 1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고, 무엇보다 트로트 신인 가수 '유산슬'을 통해 지상파 3사 통합을 이뤄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기세를 몰아 유재석은 다시 한번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태호 외에도 색다른 시도(<구해줘! 홈즈>, <공부가 머니?> 등)들이 눈에 띤다는 점에서 MBC 예능은 제몫을 했다.

올해도 시상식의 시즌이 돌아왔다. 한 해를 정리하고 마감하는 과정에서 고생한 이들에게 상을 건네주는 건 권장할 일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 '방송'을 통해 이뤄진다면 '내부 행사' 수준의 엉성함을 관대하게 봐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상'이라는 부문이 있다고 해서 억지로 수상자를 쥐어짤 필요는 없다.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가 없자면 '수상자 없음'이라 선언할 용기도 필요하다.

기존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급급했던 방송사,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기 바빴던 방송사가 '대상'을 낸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에겐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자화자찬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자성을 보여주는 시상식을 기대하는 건 여전히 요원한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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