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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집행정지 신청한 박근혜, '닥터 프리즈너'의 남궁민이 떠올라!

너의길을가라 2019. 4. 18.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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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집행정지는 일종의 제도이지만 의학적인 접근과 권력, 인물들이 맞물리지 않나. 그걸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황인혁 PD)

KBS2 <닥터 프리즈너>는 '형 집행정지'의 (판타지가 조금 섞여 있는) 교과서와 같은 드라마이다. 형 집행정지란 말 그대로 형(刑)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인데, 수형자에게 형의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판단될 때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뤄진다. 물론 '일정한 사유'에 해당돼야 하고, 검사의 지휘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그 판단은 꽤나 '정치적'이다. 단순히 '의학적인 판단'만으로 결정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하는 게 뭐지?"
"몸을 망가뜨려야죠"

나이제(남궁민)는 '형 집행정지'를 이끌어 내는 데 탁월하다. 그는 여대생 살인교사 혐의(영남제분 회장의 부인 윤 씨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인다.)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벌 사모님 오정희(김정난)를 찾아가서 형 집행정지로 꺼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오정희는 코웃음을 쳤다. 돈과 인맥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실패했는데, 듣도보도 못한 작자가 와서 하는 말에 신뢰가 생길 리 없다. 그러나 나이제는 오히려 더욱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인다.

판코니 빈혈. 나이제는 이름도 요상한 유전병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럴 듯하게 들렸을까? 오정희는 나이제의 지시에 따라 판코니 빈혈의 증세를 몸에 새기기 시작했다. 몸에 반점 모양으로 살을 태우고, 몸을 끊임없이 괴롭혀서 혈소판 수치를 떨어뜨렸다. 수면 시간도 하루 2시간으로 줄였다. 몸은 자연히 쇠약해졌고, 수시로 코피를 쏟을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오정희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고, 병원 특실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정희의 환심을 산 나이제는 그의 도움으로 서서울 교도소 의료과장이 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여성을 감금하고 폭행한 죄로 수감된 사이코패스 김석우(이주승)를 교도소에서 빼내려한다. 김석우가 재벌 아들이라는 걸 알고 거래를 한 것이다. 이번에는 양극성장애와 윌슨병이라는 유전병을 작전에 활용했다. 이렇듯 <닥터 프리즈너>는 형 집행정지를 다양한 인물들의 역학 관계를 흥미롭게 그려냈다.


드라마의 인기 덕에 형 집행정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그런 중에 현실에서 형 집행정지를 신청한 사례가 등장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지난 17일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에 형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기결수 신분이다.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관련 구속기간이 지난 16일 자정을 기준으로 만료돼 옛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확정된 2년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구속 기간이 도과했으므로 보석을 신청할 수 없고, 기소된 3건 중 2건의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므로 광복절 사면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형 집행정지가 수감 생활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그렇다면 형 집행정지를 신청한 '사유'는 무엇일까?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 등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불에 덴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 저림 증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유 변호사는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집권한 현 정부가 고령의 전직 여성 대통령에게 병증으로 인한 고통까지 계속 감수하라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라고 꼬집었다. 또, "극단적인 국론의 분열을 막고 국민 통합을 통한 국격의 향상을 위해서" 형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점을 감안해 국민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거들고 나섰다.

형사소송법 제471조(자유형집행의 정지)
①징역, 금고 또는 구류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형을 선고한 법원에 대응한 검찰청검사 또는 형의 선고를 받은 자의 현재지를 관할하는 검찰청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1.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2. 연령 70세 이상인 때
3. 잉태 후 6월 이상인 때
4. 출산 후 60일을 경과하지 아니한 때
5. 직계존속이 연령 70세 이상 또는 중병이나 장애인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6. 직계비속이 유년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7.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박 전 대통령 측이 '노리고 있는'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471조 제1항 제1호일 텐데,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검찰 측의 말마따나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에서 원칙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닥터 프리즈너>의 오정희처럼,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 윤씨가 형 집행정지 후 병원에서 '행복 실현'한 사례로 기준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 있었던 법무부의 공식 발표도 박 전 대통령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다름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자 법무부가 공식 자료를 통해 반박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으며 음식도 사먹는 등 식사도 잘 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 허리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닌 이상, 지난해 말까지 박 전 대통령은 충분히 건강했다.

물론 몇 개월 사이에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평소 건강 관리에 철두철미했던 박 전 대통령의 성향이나 지난해 법무부의 발표에 견주어 보면 박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타이밍도 공교롭지 않은가?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고 기결수로 전환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형 집행정지를 신청한 건 누가 보기에도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다. 

국민들은 2013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씨의 사례를 목도하며 형 집행정지의 투명성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 <닥터 프리즈러>에서 나이제가 형 집행정지를 조작해 내는 걸 지켜봄으로써 제도의 허점을 인식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말 법무부의 공식 발표마저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나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 신청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만큼,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검찰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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