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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의 왕비>가 맞닥뜨린 암초, 아역을 어찌할 것인가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 6. 2. 13:01



"많이 생각해봤는데예. 아무리 생각해도 지는 대군마마랑 혼인해야겠어요."


곧 단경왕후 신씨(端敬王后 愼氏)가 될 어린 채경(박시은)의 당찬 고백에도 시청률이 하락하고 말았다.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왕비의 자리에 앉았던 비운의 왕비 단경왕후와 중종의 애틋한 사랑(그리고 연산군과의 미묘한 관계) 이야기를 다룬 KBS2 <7일의 왕비>의 초반 분위기가 밝지 않다. 1회 6.9%에서 2회 5.7%의 우울한 변화는 비록 초반의 성적표라고 하더라도 심상치 않게 여겨진다. 전작인 <추리의 여왕>의 마지막 회 시청률이 8.3%였던 것을 생각하면 채널 이탈층도 제법 많다.


한편, 동시간대 경쟁작인 MBC <군주>는 15, 16회에 12.0%, 13.6%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고, 1, 2회에서 6.3%, 6.8%로 부진한 출발을 했던 SBS <수상한 파트너>는 15, 16회에 8.4%, 9.3%를 기록하며 '역주행'의 시동을 걸고 있다. 이처럼 다른 경쟁작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터라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7일의 왕비>가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제작진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텐데, 드라마를 보면 다소 안일했다는 생각이 든다. 적극적인 타개책을 꺼내도 시원찮을 판국에 말이다.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같은 시간대에 또 다른 사극이 이미 방영되고 있는 점은 뼈아프다. 게다가 <7일의 왕비>와 <군주>는 '퓨전 사극'으로 (분위기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성격도 비슷하다. 또, '연산군'에 대한 피로감이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 시청자들은 불과 2주 전까지 MBC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을 통해 연산군을 봐야 했다. '또, 연산군이야?'라는 원성이 나올 법도 하다. 게다가 김지석이 워낙 훌륭한 연기를 펼쳤기에 '비교'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7일의 왕비>에서 연산군으로 분한 이동건의 매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걸 보면 이러한 우려는 한참 엇나간 셈이다. 데뷔 19년 만에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이동건은 그를 둘러싼 염려를 불식시키며 연산군 이융의 두 얼굴을 영리하게 연기하고 있다. 용포(龍袍)를 입고 있을 때는 기존의 연산군의 이미지를 살려 신경질적인 표정과 말투를 보여주고, 자연인으로서 채경과 함께 있을 때는 다소 풀어진 모습으로 다양한 표정들을 표현하고 있다. 또, 훗날 중종이 되는 이복동생 이역(백승환)을 향한 이중적인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2회만에 시청률이 하락하는 원인은 (미안하게도) 아역들에게 돌릴 수밖에 없다. 사극에서 '아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두 말 하면 잔소리와 같다.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기 전에 캐릭터의 뼈대를 잡고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초반의 교감이 실패하면 드라마의 성공은 매우 어려워진다. 이처럼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기에, 아역 연기자의 섭외는 매우 신중하게 이뤄지기 마련이다. 성인 연기자의 연기력 논란은 흔히 벌어지지만, 아역 연기자들의 그것이 드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7일의 왕비>가 맞닥뜨린 암초는 이 드문 것이다. 어린 이역 역을 맡은 백승환과 어린 채경 역을 맡은 박시은은 '벗'이 되면서 '달달한 로맨스'를 시작했지만, 그 설렘이 시청자들의 기대치만큼 올라오지 않았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어린 현치수,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어린 무휼로 출연하는 등 꾸준히 사극을 경험했던 백승환은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박시은의 경우에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다소 아쉬운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맛깔스러운 사투리와 몰입도 높은 연기"라며 한껏 추켜세우고 있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박시은이 구사하는 사투리는 상당히 어색하고 하이톤의 목소리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게다가 표정을 비롯해 전체적인 연기가 '업'돼 있어 과장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당연히 몰입을 방해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어린 연기자에게 쓴소리를 하는 게 썩 내키진 않지만, 드라마의 시청자로서 이런 문제제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사투리 레슨까지 받았다지만, 애초에 사투리를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무리수에 가까웠다고 보여진다. '은둔 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경상도 사투리를 집어 넣은 작가의 선택도, 사투리를 하지 못하는 연기자에게 속성으로 배우게 해서 연기를 시킨 연출자의 결정도 '최선'은 아니었던 셈이다. 소복을 입고 형장에 선 박민영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말광량이 소녀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박남정의 딸'과 '소속사 JYP'의 꼬리표를 떼기엔 한참 부족했다. 


이동건이 분전하고 있는 가운데 <7일의 왕비>가 반전의 계기를 잡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박민영, 연우진 등 성인 연기자들의 투입이 시급해 보인다. 무엇보다 박민영의 구원 등판이 절실하다. 출연작품마다 상대 배우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들며 '케미'를 자아냈던 박민영이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만 한다. 4회 중반으로 예정돼 있는 '전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7일의 왕비>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쳐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단경왕후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처럼, <7일의 왕비>의 시간도 그리 넉넉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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