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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박보영, <힘쎈여자 도봉순>은 '힘쎈 여자'로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걸까?

너의길을가라 2017. 2. 26. 23:46



"내 이름은 도봉순. 도봉구 도봉동에 사는 도봉순.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좀 많이 특별하다. 나에겐 비밀이 있다, 남들과 다른. 난 힘이 세다. 그것도 아주 많이."


와우, 매력 폭발이다. '러블리' 박보영이 JTBC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돌아왔다. 기존의 사랑스러움에 '상큼함'까지 장착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낭랑하고, 연기에 자신감도 가득하다.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전작인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었다면, 이번엔 어마어마한 괴력을 지녔다. '힘이 세다. 그것도 아주 많이.'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시내버스를 간단히 멈출 만큼, 그리고 어린이집 버스 기사를 폭행하는 건달들을 속시원하게 혼내줄 만큼. 


괴력의 시조, 행주대첩의 여전사 박개분으로부터 시작된 괴력의 역사는 모계 혈통을 따라 도봉순에게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힘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의롭지 않은 곳에 힘을 쓰게 되면 '벌'을 받게 되고, 급기야 '힘'을 잃게 된다. 탐관오리의 앞잡이로 사리사욕을 탐했던 선조 '가욱방'은 나병으로 쓸쓸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도봉순의 외할머니는 시장에서 남자 하나 잘못 패서 폭풍 설사를 하고 치질까지 걸렸다. 잘나가던 역도 선수였던 도봉순의 엄마 황진이 여사도 '탐심'을 부리다 그만 힘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도봉순은 힘을 숨긴 채 살아야 했다. 눈앞에 '불의'가 펼쳐져도 참을 수 있는 건 참았다.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는 범죄자를 보고도 모른 척 지나쳤다. 꾹, 정말이지 꾹 참았다. 그렇게 27년을 버텼다. 세상의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디 정의로운 도봉순의 천성을 어찌하겠는가. 괴력을 사용해 건달 무리를 응징하던 중 게임 회사 아인소프트의 대표 안민혁(박형식)에게 숨겨 왔던 비밀을 들키고 만다. 안민혁은 "사방이 온통 적"이라며 도봉순을 자신의 자신의 경호원으로 고용하기에 이른다. 



밤 11시로 시간대를 옮긴 JTBC의 승부수


<인수대비>부터 시작해서 <유나의 거리>, <송곳>, <욱씨남정기>, <청춘시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그리고 <솔로몬의 위증>까지. '명품'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호평을 받았던 드라마들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JTBC 주말 드라마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간대를 계속해서 변경해 돌파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밤 8시 30분대로 옮긴 후에는 tvN 드라마의 직격탄을 맞았다.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는 JTBC 드라마에 그야말로 좌절을 안겼다.


밤 11시로 시간대를 옮긴 건 과감한 승부수였다. '볼 게 없었던' 심야 시간, 시청자들은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을 선택했다. 1회 시청률 3.829% (닐슨코리아 기준)로 '대박' 조짐을 보이더니, 2회에선 5.758%까지 치솟았다. 무려 1.929%나 상승했다. 오랫동안 깨지지 않았던 JTBC 금토 드라마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전 기록은 <밀회>(2014)의 마지막회 시청률인 5.372%였다.) 단 2회만에 세운 기록에 JTBC는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좀더 일찍 시간대를 변경했다면, 쓸쓸히 종영해야 했던 드라마들이 '빛'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믿고 보는 박보영, 그가 가진 힘


"너희들! 다음에 또 내 눈에 띄면 그 다음에 발, 그 다음 다리, 그 다음은 어딜까~"


<힘쎈여자 도봉순>이 성공적인 출발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전적으로 박보영 덕분이다. 그는 작은 체구와 괴력이라고 하는 언밸런스하면서 비현실적인 설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능청스럽게 그리고 어색하지 않게 표현해낸다. 체구가 작은 학생을 괴롭히는 일진 무리를 발견하고, 그들을 혼내주는 박보영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박장대소하게 만드는데, 엄지 손가락을 절로 들게 만들 정도다. 아마도 박보영의 진짜 전성기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해맑은 미소를 띠고, 수줍은 표정을 하고 있다가도 갑자기 '걸크리쉬'한 모습을 보여준다. 비음이 들어간 애교 섞인 말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이고, 그러면서도 할 말을 똑부러지게 다 하는 그의 모습은 통쾌함을 자아낸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CG와 음악 등을 통해 B급 정서를 숨김 없이 드러내는데, 만개(滿開)한 박보영의 연기가 한 데 어우러지면서 파괴력을 더하고 있다. 이는 KBS2 <김과장>의 정서와 닮아 있는데, 박보영의 활약ㅇ은 인생 연기를 펼치고 있는 낭궁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힘쎈 여자'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힘쎈여자 도봉순>은 '힘쎈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일종의 '전복'이다. 매일마다 협박 전화를 받는 등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는 안민혁은 도봉순을 개인 경호원으로 채용하고, 도봉순은 안민혁을 밀착 마크하며 그를 경호한다. 다시 말해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보호한다. 물론 실제로 도봉순이 안민혁을 '지킨다'라고 표현하긴 어렵지만, 이런 관계 설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여리여리한 여자 주인공을 완력이 센 남자가 지킨다는 기존의 문법을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랑' 앞에 도봉순은 자신의 '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한 채 약해진다. 아마도 '힘쎈여자'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체화된 탓일 게다. 그래서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 인국두(지수) 앞에서는 괴력을 숨긴 채 '조신한 여자'가 된다. 목소리도 작아지고, 행동도 작아진다. 쪼그라드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병원에서 정체 불명의 범죄자가 피해자를 납치하는 걸 놓치게 만드는 등 민폐를 끼치는 인물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안민혁과 있을 때, 도봉순은 도봉순 답다. 그리고 그 모습이 훨씬 더 사랑스럽다. 


이쯤되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힘쎈여자 도봉순>이 '힘쎈 여자'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단순히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정'이었을까, 아니면 그와 같은 '전복'을 통해 선입견과 편견으로 가득찬 세상에 시원한 어퍼컷을 날리고 싶었던 것일까. 과연 도봉순은 자신의 양팔을 좌우에서 잡고, "데려가겠습니다.", "여기 둬."라며 마치 '물건' 취급하는 두 남자 사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 '대응'이 그려질 3회의 첫 장면이야말로 <힘쎈여자 도봉순>의 (앞으로의) '흐름'과 '가치'를 결정지을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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