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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신혼일기 2>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 11. 5. 16:48


○ 신혼일기 2 - 장윤주 & 정승민

3.172% → 2.061% → 1.714% → 1.533%

○ 신혼일기 2 - 오상진 & 김소영

2.013% → 2.025% → 1.931% → 1.647%


tvN <신혼일기 2>가 쓸쓸한 종영을 맞이했다. 한마디로 '실패'했다. 1%대로 곤두박질한 시청률의 초라함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쌀쌀하다. 오상진 & 김소영 편은 사실상 육아일기와 다름 없었던 장윤주 & 정승민 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신혼' 그러니까 갓 혼인한 느낌을 최대한 살려내는 데 방점을 뒀다. 그런데 달콤한 사랑이 넘치는 신혼을 담은 일기가 이토록 찬바람을 불어일으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차갑기가 세상을 얼려버릴 듯한 이 냉기의 까닭은 무엇일까? 



tvN <신혼일기>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의 '저격' 프로그램 성격이 강했다. 가상 결혼이 주는 가벼움과 장난스러움을 제거하고, 실제로 결혼한 (연예인) 부부가 출연함으로써 사실감을 높였다. <우결>의 치명적인 문제점이었던 '시청자에 대한 기만'을 제거하고 리얼함을 강조함으로써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겠다는 의지가 각별했다. '가짜'에 신물이 났던 시청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꿰뚫었던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신혼일기> 시즌 1이 방영됐을 때 시청자들은 뜨겁게 화답했다.


구혜선 & 안재현이 출연했던 시즌 1은 5.585%라는 높은 시청률로 시작했다. (그가 직접 연출을 맡은 건 아니지만) 나영석 PD 버전의 '우리 결혼했어요'는 어떤 그림일지 시청자들이 얼마나 궁금해하고 기대를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급격히 떨어지게 시작했다. 2회부터 하강곡선을 그리더니 최종회인 6회에선 3.187%까지 하락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명백히 둘로 갈렸다. 신혼의 달달함이 보기 좋았다는 평가가 있었던 반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상당히 많았다. 


5.585%가 3.187%가 되는 동안 제작진은 '뭔가 잘못됐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무런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대안을 마련할 수 없었던 탓인지 <신혼일기>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누를 범했다. 또 다시 한적한 전원주택과 자연 속에 신혼부부를 데려다 놓고 그들을 관찰했다. 모든 것이 완벽히 갖춰진 생활, 외부에서 오는 걱정거리가 전혀 없는 평온한 '비일상적' 삶이었다. 동물과 음식, 매번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던 요소들이 뻔하게 반복됐다. 



첫 번째 잘못은 '식상함'이었다. 과거 <삼시세끼>가 개척했던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과 평안은 이제 그 특별함을 잃어버렸다. 그 뒤로 워낙 많은 프로그램들이 나 PD의 그것을 벤치마킹 했기 때문이다. JTBC <효리네 민박>이 제주도를 더할나위 없이 보여주고 있던 터라, 장윤주 & 정승민 편의 풍경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또, 오상진 & 김소영은 안구 커플이 이미 다녀간 강원도 인제의 집을 찾았는데, 계절이 달라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큰 감흥이 없었다. 이제 자연'만'으로는 부족한 시기가 온 것이다.


동물과 요리를 '예쁘게' 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시도는 워낙 반복적으로 활용되는 터라 이제 클리셰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요리가 삶의 한 부분인 것은 분명하지만, 나 PD의 프로그램에선 지나치게 강조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음식에 과도할 정도로 분량이 배정된 걸 보고 있노라면, 또 다른 버전의 <삼시세끼>를 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변화'에 방점이 찍힌 '변주'가 아니라, '자기복제'의 느낌을 주는 '반복'은 위험하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고민없는 반복이 아니라 치열함이 묻어 있는 변주라는 걸 기억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잘못은 보다 결정적이다. <신혼일기 2>는 '판타지를 직조하는 데 실패'했다. 나영석 PD의 최대 강점은 시청자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것이었다. <삼시세끼>가 전원 생활에 대한 향수를 일깨웠고, <윤식당>이 은퇴 후의 자영업에 대한 이상적 그림을 그려줬던 것처럼 말이다. 시청자들은 TV를 바라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아련한 생각을 품었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위로를 얻었다. 그런데 <신혼일기 2>는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냉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번에 캐스팅된 두 부부의 '매력'이 역부족이었다. 안구 커플만큼의 화제성도 없었고, 예능으로서의 '재미'도 떨어졌다. 게다가 두 사람만 '격리'된 채 있다보니 집들이를 제외하곤 별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다보니 채널은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비현실성'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결혼의 잠재적 고객(?)인 청년들은 한가롭게 남의 신혼 생활을 들여다보며 웃을 수 없다. 그만큼 절박하고 절실한 절벽에 내몰려 있다.



게다가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비혼'이 시대적 화두가 되어가고 있는 추세가 아닌가. 더 이상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필연적으로 다가올 '현실'도 아니다. 더 이상 '낭만적인 결합'이 아니란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예쁨'만을 강조하는 <신혼일기 2>가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었겠는가. 남편 혹은 부인과 함께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 햇살을 만끽하고, 여유롭게 음식을 해먹고, 한가롭게 낮잠을 자며 시간을 보내는 삶. 한편으론 더할나위 없는 이상적 모습이겠지만, <신혼일기 2>가 그린 판타지는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었다.


<신서유기>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예능의 본질인 '웃음'을 사냥하면서도 '예능의 다큐화'라는 시대적 조류를 따라갔던 나영석 사단에게 <신혼일기>는 상징성이 큰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진짜'에 방점을 찍었지만, <신혼일기>가 그려내는 신혼의 일상들은 '진짜' 같지 않았다. 이쯤되면 예능에서 '웃음'을 빼버린다고 해서 '다큐'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채야 하지 않을까. '현실'을 짚어내는 능력이 포함될 때 '예능의 다큐화'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또, 진정성 또한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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