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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의 기행 대결?<미운우리새끼>에겐 변화가 필요하다

너의길을가라 2017. 7. 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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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치(閾値) : 생물체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나타내는 값


자극은 달콤하지만, 곧 무뎌진다. 관중들은 매번 '더(more)'를 외친다. 이렇게 되면 애초의 자극은 무의미하다. '3'에도 환호하던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정도 세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5'의 자극을 제공해야 하는 시점이 곧 다가오고, 어느덧 '10'의 자극을 꺼내들어야 하는 타이밍에 봉착한다. 그런데 이 일을 어찌할까. 이제 관중들은 '10'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린다. 자극을 위한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설정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렇다, 자극으로 맺어진 동맹은 깨졌다.

 

 

김건모는 집안에 횟집 수족관을 들여놓고, 소주병으로 트리를 만든다. 자장면 투어에 이어 소주 기행을 떠나고, 재료 손질을 비롯해 무려 5시간이 소요되는 '대왕 김밥'을 만들고 스스로를 대견하다 여긴다. 커다란 대야에 소주를 가득 붓더니 급기야 분수대를 설치해 뿜어져 나오는 '소주 분수'에 얼굴을 들이민다. 머리에 양각으로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도 하고, 태양열로 라면 끓이기에 도전한다. RC카(무선조종차) 대회에 참가한 그는 "편하게 RC를 하려고 아직 결혼은 안 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의 엄마는 또 한번 뒷목을 잡아야 했다.


'개그계의 신사'의 이미지로 오랜 기간 연예계 생활을 해왔던 박수홍은 '클로버'로 커밍아웃을 시도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까지 노출하며 엄마를 경악시켰고, 급기야 엄마의 반대로 결혼에 이르지 못한 '상처'를 끄집어내며 '이제부터 내 마음대로 살 거야!'라고 선언한다. 대중은 그의 '변신'은 반겼고, 박수홍은 방송을 '활용(인지 이용인지)'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영리하게 성취해 나갔다. 급기야 'Sorry Mom'이라는 노래로 '가수'로 데뷔까지 하지 않았던가. 손발 오그라드는 민망함은 오로지 무대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몫이었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지저분함', '더러움' 외에는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던 토니안은 최근 집 리모델링을 마쳤는데, 기행의 달인 김건모를 뛰어넘는 역대급 기행을 벌였다. 집안에 편의점과 와인바를 차린 것이다. 진열대에는 과자 등 음식들이 가득했고, 업소용 음료수 냉장고도 갖춰져 있었다. MC 신동엽은 "미쳤구나, 애들이"라고 경악했고, 이 장면을 지켜보던 엄마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제기했고, 철없는 '돈지랄'에 불쾌감을 표현했다. 


높아져 가는 '역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출연자들은 좀더 강한 '자극'을 찾고,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자극은 결국 파국을 낳는다. 상식선을 넘어선 행동들은 처음에는 '기행'이라 이름 붙여져 호기심 어린 눈빛을 이끌어 내지만, 그것이 누적되면 신기함은 사라지고 그저 '엽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시청자들은 저들만의 '연예인 놀이'를 지켜보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고, 끝내 SBS <미운우리새끼>라는 프로그램에 비호감을 넘어 적대감을 드러내는 데 이르렀다. 


이상민 투입은 제작진이 꺼낸 '신의 한수'였지만, 반복되는 '기행 대잔치'는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갉아먹을 뿐이다. 한때, 21.5%(39회)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은 그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타며 18.6%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높은 수치임에 분명하지만 하락세라는 추세를 부정할 순 없다. '개국공신' 김건모와 김제동의 하차와 맞물려 등장한 박수홍이 <미운우리새끼>에 공헌한 바가 크지만, 이미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준 그들이 계속 출연하는 건 이제 민폐와 다름 없다. 집안에 편의점을 차린 토니안의 처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이쯤되면 박수칠 때 떠난 허지웅과 그 엄마의 선택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미운우리새끼>라는 프로그램의 본령이 '아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은 엄마들의 욕망'을 채워주고, 그 욕망이 담긴 시선을 '모성(母性)'으로 미화하는 동시에 정당화시켜 당연하고 온당한 것으로 만드는 데 있지 않았던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0~50대 남성들을 '아가' 취급하고, 여전히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로 여겨 '엄마의 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미운우리새끼>의 '진짜' 주인공이 철부지(인 척 하는) 아들이 아니라 '엄마'이기에, 시청자들이 정작 원하는 것은 아들의 사생활이 아니라 엄마의 반응이기에, 오늘도 <미운우리새끼>의 아들들은 열일한다. 더욱 철딱서니 없는 짓을 하면서 엄마를 놀래키기 위해 애쓴다. 마치 기행 대결을 보고 있는 듯 하다. 박수홍의 수족관을 보고서 이에 자극을 받은 김건모가 아예 거대한 횟집 수족관을 들여놓은 것처럼 말이다. 누가 누가 엄마를 더 경악케 하는지 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KBS2 <안녕하세요>가 설정이라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시청자들을 계속해서 분노시키는 작태를 멈추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운우리새끼>도 철없는 아들들의 기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청률과 화제도에서 방송사에 더할나위 없는 황금알을 가져다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건모보다 그의 엄마 이선미 여사를 대체할 수 없기에 당분간은 지금의 출연진 구성이 유지되겠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미운우리새끼> 제작진은 멤버를 교체하는 수순으로 비난을 돌파하려 할 것이다.

 

시청률의 하락과 시청자들의 비난 쇄도라는 상황에 직면한 제작진의 선택은 무엇일까. 어떤 것이 됐든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프로그램의 '본질'에 대한 고민까진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행 퍼레이드'로 진행되고 있는 악순환만큼은 끊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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