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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의 김남길과 김아중, 스스로 명불허전임을 증명하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 8. 17. 23:03


명불허전(名不虛傳) : 명성이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 이름이 날 만한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는 <비밀의 숲>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가장 완벽한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던 tvN <비밀의 숲>의 빈자리를 채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전작이 받았던 경이로운 찬사와 뜨거운 사랑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텐데, tvN <명불허전>은 우려에 비해 훨씬 부드럽게 바통 터치에 성공했다. 시청자들도 마음속이 허전하던 차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법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나 만족하는 눈치다. 첫회 2.715%에 불과했던 시청률은 2회에서 3.995%로 급등했다. 과연 <명불허전>은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명불허전>은 조선시대를 왕복하는 메디활극이다. 그러니까 그 지겨운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tvN <시그널> 이후 타임슬립 드라마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터라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쌓여있었기 때문에 우려가 상존했던 게 사실이다. KBS2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의 경우에는 2.2%까지 곤두박질치며, 역대 드라마 최저 시청률 5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 않던가. 그러나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만듦새'에 있고, '잘 만들면 재미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명불허전>은 (아직까진) 증명해 냈다.

 

 

 

 

"태의 허임은 평소 신의 기술을 가진 자로 일컬어져 평생 구하고 살린 사람이 손으로 다 헤아릴 수 없다. 그간 죽어가던 사람도 일으키는 효험을 많이 거두어 명성을 일세에 날렸으니, 침가(針家)들이 추대하여 으뜸으로 삼았다." 『침구경험방』의 발문(이경석) 중에서 


<명불허전>은 '침술의 대가' 허임(김남길)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소환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런데 왜 굳이 허임이었을까. 우선, 허임은 '조선 최고의 명의'라 일컬어지는 허준과 동시대를 살았지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한 인물이다. 허준의 경우에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이 다뤄졌고, 이미 확고한 이미지가 맺혀져 있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허임의 경우는 흰 도화지나 다름 없었다. 다시 말해 그리는 대로 그려지게 돼 있었다. 


MBC '여왕의 교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아니다.)는 허임을 두 얼굴을 지닌 이중적인 캐릭터로 묘사했다. 그는 조선 최고의 침술 실력을 갖췄지만, 천출이라는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혜민서 최말단 참봉의원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허임은 좌절하기보다,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는다. 낮에는 백성들을 치료해주는 의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몰래 고관대작들을 찾아가 치료하고 돈을 챙기는 것이다. 출세를 못할 바에야 돈이라도 많이 벌자는 속물적인 인물인 것이다. 

 

 

 

 

 


작가가 아무리 캐릭터를 잘 만들었다고 해도 누가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텐데, 아마도 김남길은 허임 역에 최적의 배우였던 모양이다. 그의 얼굴에는 진지함과 장난기가 공존하는데, 그 다양한 얼굴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허임이라는 양면적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김남길은 MBC <선덕여왕>, SBS <나쁜남자>, KBS2 <상어> 그리고 영화 <판도라>, <어느날>을 통해 단단히 다져왔던 자신의 연기 내공을 마음껏 발휘하는 듯 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남길은 "저 밖에는 이곳에 올 기력조차 없는 위중한 병자들이 참으로 많사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후 시간은 양보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며 성인군자와 같은 표정을 짓다가도, "‘조선 최고 의원님’이라는 말도 한 두 번이지, 너 같으면 지겹겠냐 안 지겹겠냐. 너 돈 있냐. 나도 낮에 그만큼 침을 놨으면 밤에는 딴 짓 좀 해야하지 않겠냐."며 180도 다른 얼굴을 만들어 버린다. 그뿐인가, 조선시대에서 갑자기 2017년으로 넘어와 겪게 되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노련함마저 갖췄다. 발군의 연기력이다.

 

 

한편, 허임과 함께 드라마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최연경(김아중)은 신혜병원 흉부외과 펠로우로 현대의학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인물이다. 그 이유는 할아버지 혜민한의원 원장 최천술(윤주상)과 어머니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최연경은 누구보다 프로페서널한 의사다. 학업이 우수하고, 실력이 출중할 뿐만 아니라 수술에도 적극적이다. 환자에 대한 책임감 역시 강하다. 자신의 환자는 절대 죽이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한다. 걸크러시한 매력을 발산하고, 차가운 외면을 지녔지만, 한편으로는 상처와 비밀로 가득한 인물이다.


'프로페셔널'과 가장 어울리는 배우를 꼽는다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김아중이다. 그는 SBS <싸인>(2011), <펀치>(2014), <원티드>(2016)를 통해 '장르물의 여왕'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법의학자, 검사, 배우 등 전문직을 완벽히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더니 이번엔 의사까지 능수능란하게 연기해낸다. 말썽을 피우는 환자를 향해 "네가 병원에 온 이상, 그리고 내 환자가 된 이상 널 살려야 하는 게 내 의무고 책임이야. 그러니까 내가 너 꼭 살려."라며 거침없이 말하는 최연경 역을 연기하는 데 김아중은 최적의 배우임에 틀림없다. 

 

 

 

 

 

좋은 작품과 매력적인 캐릭터만 골라내는 김아중의 선구안은 가히 명불허전이다. 물론 그의 탄탄한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말짱 도루묵'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아중은 눈빛과 시선, 그리고 발성과 발음 등 배우로서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을 모두 장착하고 있는데, 자연스레 시청자들은 그에게 빨려들어가게 된다. <명불허전>까지 '성공'하게 된다면, 김아중이라는 배우의 가치는 상상 그 이상으로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드라마 초반에 조성해둔 반짝반짝하는 흐름을 잘 이끌어 가야 한다. 


한의학을 바탕으로 하는 허임과 현대 의학을 추구하는 최연경, 과거와 현재의 두 사람의 첫만남은 분명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설정과 캐릭터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한층 끌어올렸다. 앞으로 두 인물이 만들어 나가는 좌충우돌 스토리가 얼마나 쫄깃하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명불허전>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본방 사수'를 외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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