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나우 유 씨 미2>, 마술과 폭로가 만났을 때

너의길을가라 2016. 7. 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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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방송된 MBC <마리텔>의 1위는 돌아온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차지했다. 그가 기록한 시청자 수(17,302명)과 점유율(48%)은 (백종원과 이경규에 비할 순 없지만) '마술(magic, 魔術)'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그 '관심'은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케이퍼 무비(Caper movie, 무언가를 훔치는 과정과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는 영화)에 '마술'을 접목시킨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2013)>은 2,718, 22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케이퍼 무비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세계 15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전작의 기세를 몰아 제작된 후속편 <나우 유 씨 미2(Now You See Me 2)>는 스케일이 훨씬 더 커졌고, 이야기의 짜임새도 탄탄해졌다. 무엇보다 세계적 일루셔니스트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마술'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 경쾌한 액션과 함께 버무려진 유쾌하고 세련된 마술쇼를 구경하다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갈 정도다. 특히 월터(다니엘 래드클리프)의 함정에 빠져 연구소에 잠입해 '칩'을 훔쳐나오는 장면은 '기립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짜릿하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두 가지 잔상이 스쳐갔다. 첫 번째는 <조선마술사>였다. '마술'이 흥행의 보증수표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영화(628,568명)이기도 하다. 칙칙하고 무거웠던 <조선마술사>는 마술이 가진 '힘'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채 가라앉고 말았다. 또, '로맨스'에 너무 치중한 탓에 마술의 '맛'이 영화 속에 녹아나지 못한 탓도 컸다. 다만, '로맨스', 그러니까 '사랑'을 '마술'과 연결한 지점은 매혹적이었다.


순간의 번뜩임이면서 영원성을 지향하는 마술과 사랑은 닮아 있다. 현실을 뛰어넘는 초월성을 지닌, 전복(顚覆)이면서 혁명과도 같은 마술과 사랑은 닮아 있다. 사랑은 마치 마술 같고, 마술은 그 자체로 사랑이라 할 만 하지 않은가? <조선마술사>는 마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였다. 이제 자연스럽게 두 번째 잔상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마술의 속성은 그렇다고 치고, 그렇다면 마술이 가장 효용 있게 사용될 수 있는 '장르'는 무엇일까?




그 분야는 바로 '폭로(暴露)'가 아닐까? 마술 사기단 '포 호스맨'은 런던에서 펼쳐지는 피날레 무대에서 세계의 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온 세상의 컴퓨터를 조종하고,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빼내려고 하는 '악당'들의 음모를 시원하게 까발린다. 그 카타르시스는 포 호스맨의 멤버들의 개인 마술(그 중에서 다니엘의 쏟아지는 비를 멈추고, 심지어 중력을 거슬러 비를 다시 하늘로 올려보내는 마술은 압권이다)과 함께 상승 효과를 일으키다가 절정을 이루는데, 전해지는 쾌감이 상상 그 이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폭로'는 지난하고 처절한 싸움이다. 국가의 비리를 비롯해서 기업이나 단체의 범죄를 고발하는 내부자 혹은 언론의 고발은 '성공'보다는 '실패'의 예를 찾기가 쉽다. 기나긴 법정 다툼으로 번지기 십상인 이러한 고발들은 '물타기 기사'에 의해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곤 한다. 그뿐인가? '털면 먼지가 나기 마련인' 연약한 고발자에 대한 '인격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포 호스맨'과 같은 '폭로 대행업체(?)'가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경쾌하고 유쾌하게!



<나우 유 씨 미2>는 설계자 다니엘(제시 아이젠버그)를 위시해서 최면술사 메리트(우디 해럴슨), 현란한 손기술을 자랑하는 훈남 마술사 잭(데이브 프랭코) 거기에 여성 멤버로 합류한 4차원의 룰라(리지 캐플란)까지 '포 호스맨'은 각자의 캐릭터를 확고히 했을 뿐 아니라 '팀 플레이'까지 장착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리더인 딜런(마크 러팔로)의 과거사가 밝혀지고, 그가 안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서사의 전개'까지 완수해낸다. 


또, 라이벌 구도로 그려졌던 태디어스(모건 프리먼)와의 이야기도 마무리 되면서 <나우 유 씨 미> 시리즈는 2기로 넘어갈 발판도 마련했다. 해리포터로 우리에게 익숙한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소시오패스 악당 월터로 등장하는데,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눈길을 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여름, '포 호스맨'이 펼치는 스펙터클한 마술쇼는 이미 관객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적실 준비를 마쳤다. 그들의 짜릿한 '폭로'를 만끽해보자. 그래도 착각은 하지 말자. 현실의 폭로는 마술처럼 간단하지도 짜릿하지도 경쾌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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