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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차에 딱지 뗀 영국 주차단속원, 국가의 품격을 말하다

너의길을가라 2013. 10. 1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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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단속원은 주차 위반을 한 차량을 적발하고 스티커(딱지)를 발부한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위반 차량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것이라면 어떨까? 과연 그 주차단속원은 원칙에 입각해서 스티커를 발부할까? 아니면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몰라뵀습니다.'고 말하고 몸을 90도쯤 굽히며 물러날까? 




- <해럴드경제>에서 발췌 - 



힐러리 차에 딱지 뗀 영국 '열혈 주차단속원' <한국경제TV> 

 

경험칙에 입각해서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이라면 후자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실제로 영국에서는 전자의 경우가 벌어졌다고 한다. 지난 12일, 힐러리 클린턴은 체텀하우스상을 수상하기 위해 영국을 찾았고, 힐러리의 경호원들은 체텀하우스(오아립국제문제연구소)가 있는 런던 메이페어 지역의 세인트제임스 스퀘어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대기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힐러리의 벤츠 차량이 주차 요금(시간당 3.3파운드. 우리 돈으로 5,630원)을 내지 않고, 불법주차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발견한 한 주차단속원이 차에 다가가 스티커를 붙였다. 그러자 밴에 탑승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차량 밖으로 뛰쳐나와 주차단속원에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뻔한 것 아니겠는가? "이 차가 누구 차인줄 알아? 힐러리 클린턴의 차야!" 용감한 주차단속원은 심드렁하게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을까? "뭐, 어쩌라고."


결국 힐러리 클린턴에겐 80파운드(136,500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웨스트민스터 시의회의 대니얼 아스테어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은 요금을 내지 않고 45분 가까이 주차를 했다. 우리가 지위와 관계없이 누구든 공정하게 대우해야 함을 그도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런던 주재 미국대사관과 뉴욕의 '클린턴 재단'은 과태료 납부 여부에 대한 영국 언론들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힐러리 클린턴의 '그릇'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만약 힐러리 클린턴이 지도자의 품격을 보이려면 과태료를 재빨리 납부하고, 주차 단속원을 찾아 그의 흔들림없는 원칙과 소신에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힐러리를 위한 쓸데없는 오지랖은 접어두고, 만약 위의 상황이 발생한 배경이 영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었으면 어땠을지 생각을 해보자. 과연 영국의 주차단속원처럼 원칙과 소신을 지킬 수 있었을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런 불경(不敬)을 범했다간 그 자리에서 목이 날아가기 쉽상이니까. 



케이스가 좀 다르긴 하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한 경찰관도 그런 불경을 저지른 적이 있다. 오전 러시아워 타임에 교통정리를 하고 있던 의경B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적발했다. 재수없게도(?) 그 차량엔 타(他) 관할 경찰서장이 타고 있었다. 의경 B는 당황해서 경찰관 A를 호출했고, 의경 앞에서 모양 빠지는 짓을 할 수 없었던 경찰관 A는 과감하게 스티커를 발부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그 경찰서장은 경찰관 A가 근무하는 경찰서의 교통과장에게 연락을 넣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그 교통과장이 직접 찾아와 죄송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원칙대로 법을 집행하면 탈이 생긴다. 이것이 경찰관만의 일일까? 모르긴 해도 사회 전반에 만연한 문제일 것이다. 국가의 품격이란 무엇일까? 그것을 가늠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GDP가 올라가고, 국민소득이 높이지면 국가의 품격이 올라가는 것일까? 상대가 힐러리 클린턴의 차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에 전혀 굴하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주차단속원의 존재. 그 사람의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법과 질서 앞에 동등하게 평가되는 것이 당연한 사회. 이런 모습들이 진짜 국가의 품격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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