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는 건 몇 살 때부터일까?

너의길을가라 2012. 4. 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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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는 건 몇 살 때 부터일까?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공중도덕'이라는 딱딱한 말로 바꿔도 좋고, 구체적으로 '길에 침 뱉기'나 '길에 쓰레기 버리기' 등으로 바꿔도 무관하다. 어차피 같은 이야기니까.) 신호등을 가장 잘 지키는 연령층은 '유아원과 유치원을 다닐 나이의 아이들'인 것 같다. 그들이 인식 체계에서는 '빨간불'은 멈춰야 하고, '파란불(엄밀히는 파란불이 아니지만)'은 앞으로 가도 된다는 절대적인 신호니까.


어제 있었던 일이다. 작은 도로의 횡단보도 신호등은 대개 잘 지키지 않기 마련인데, 나보다 몇 걸음 앞서 있었던 엄마와 아이는 빨간불을 보고 횡단보도 앞에 멈춰섰다. 거기까진 매우 평화로운 세상이었다. 반대편에서 교복을 입은 수컷 무리들이 신호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내 앞에 서 있던 아이는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 앞에 혼란을 겪은 듯, 엄마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어~ 빨간불인데.." 


교복을 입은 수컷, 다시 말해서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은 그 사회의 '질서'에 '반발'하기 시작한다. 좋은 말로는 '도전'한다. '사회적 약속'을 '제약'이나 '통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신호등 같은 건 우습게 여기게 된다. '내가 왜 이걸 지켜야 돼? 내가 건너고 싶으면 건너는 거지.'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에게 세상은 오로지 자신을 위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혹은 신호등을 지키는 모습을 '약한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중학교 친구 중에 H라는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신호등을 지키곤 했다. 우리는 궁금해졌다. 과연 H가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도 신호등을 지킬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4~5명으로 구성된 검증단은 H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동선에서 잠복했다. 쉿, H가 저 멀리에서부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H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 섰다. 마침 빨간불.. H는 건널 것인가, 멈춰설 것인가. 


이 이야기는 뒷맛이 쓴 영화가 아니다. H는, 건너지 않았다. H에게 그것은 자신과의 약속이었던 것 같다. 그냥 지켜야 하는 것. 별다른 이유가 없이 당연히. '빨간불'이잖아~'


우리들이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는 건 몇 살 때부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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