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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탁집 아들을 내세운 ‘백종원의 골목식당’, 막장 드라마를 쓰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8. 11. 22. 10:25


한숨이 절로 나왔다. 논란의 ‘홍탁집 아들’은 일주일 동안 달라진 게 없었다. 엄마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닭볶음탕을 조리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하라는 백종원의 미션을 깔끔히 무시했다. 홍탁집 아들은 하루에 고작 한번 연습(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을 하다가 마지막 날이 돼서야 부랴부랴 움직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엄마의 말로는 9번을 했다고 했으나 홍탁집 아들은 서른 번쯤 했다고 부풀렸다.

어설픈 거짓말은 곧 들통나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요리는 눈을 통해 그 숙달된 정도를 금세 확인 가능한 분야가 아닌가. 닭 손질부터 벌써 어설펐다. 어쩔 줄 몰라하는 손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그건 백종원의 날카로운 눈매에 긴장한 탓이 아니었다. 그저 허술한 것이었다. 닭을 자르는 소리는 균일하지 않았고, 잘린 닭들의 모양도 일정치 않았다. 또, 세제와 설거지거리가 있는 싱크대에서 닭을 씻는 기초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닭에 대한 공부도 부실해 내장을 빼지도 않은 채 조리를 시작하려 했다. 그뿐인가. 여전히 냉장고의 어디에 어떤 재료가 들어있는지 여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아들이 안타까웠는지 엄마는 계속해서 힌트를 주려 애썼고, 백종원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요령과 벼락치기의 결말은 비참했다. 참다못한 백종원은 결국 폭발했다. 과연 이 ‘드라마’의 결말은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최근 들어서 그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까지 요식업 경영의 노하우와 요리 기술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에게 백종원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주된 스토리 라인이었다면, 최근에는 장사에 대한 기본도 갖추지 못한 사장님들을 정신적으로 개조(!)하고 심지어 문제적 인간들에 대한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까지 나서고 있다. 이걸 솔루션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이렇듯 갈등과 문제 해결이라는 드라마적 요소는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높이고 시청률 상승에 기여했다. (5%대였던 평균 시청률은 7%대까지 높아졌다.) 재미를 본 제작진은 어느 순간부터 슬슬 선을 넘어버렸다. 점점 더 문제적 참가자를 섭외하고, 점점 더 문제적 상황을 연출하는 데 골몰하는 듯 보인다. 흥미로운 건 그럴수록 그 골치아픈 난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백종원의 능력과 권위가 더 빛나게 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그의 따뜻한 인간미도 칭송받는다.

히어로 영화로 비유하자면 최악의 빌런을 소환해 백종원의 영웅적 면모를 드러낸다고 할까? 저 빌런들이 백종원의 교화를 받고 변해가다니! 웬만한 연속극보다 흥미진진하고 몰입도가 높다. 칼럼니스트 위근우는 '징벌 서사'라는 개념을 통해 접근했다. 그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장르는 징벌"이라면서 "이런 징벌적인 서사 및 쾌감에 대한 당위적 근거를 마련하는 대신 백종원이라는 존재의 권위로 알리바이를 대체"했다고 지적했다.

또, 위근우는 백종원이 "사우디에서 돌아온 삼촌"이라는 화법을 사용함으로써 "아버지의 권한을 대행하는 형태"를 띄었다고 설명했다. 좀더 들어보자. “<골목식당>에서 보여주는 백종원의 모습은 자신의 경험에 절대적 지위를 부여하고 복종을 요구하는 가부장적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백종원의 솔루션은 컨설팅보다는 훈육에 가깝다. 그의 권위는 엄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구현된다.” 위근우는 백종원에게서 답답해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엄한 벌을 내리려는 아버지를 발견한 모양이다.


일리있는 지적이라 생각하고,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백종원의 솔루션을 단순히 ‘징벌’의 개념에 가둔 채 이해하긴 어렵다. 백종원이 요구하는 건 식당을 운영하는 데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저인 기술과 노하우이다. 그는 일방적으로 벌을 내리고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서 이뤄지는 컨설팅은 일정 부분 훈육적 성격을 띠게 마련이다. 반면, 돈까스 사장님을 대하는 백종원의 태도에는 존중이 담겨 있지 않던가.

일각에서는 위근우의 지적을 백종원에 대한 저격으로 받아들여 발끈하기도 하지만, 위근우가 겨냥하고 있는 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제작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질문은 제작진에게로 향해야 한다. 제작진은 많고 많은 참가자 중에서 왜 굳이 ‘홍탁집 아들(의 엄마)’을 선발했을까? 결국 필요했던 건 ‘드라마’이고, 그것이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면 ‘막장’일수록 더 좋다는 (최소한)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백종원의 해결책이 군기잡기에 가깝다는 위근우의 비판에 동의하진 않지만, 제작진이 왜 자꾸만 백종원의 영역이 아닌 지점에 백종원을 자꾸만 끼워넣으려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백종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제작진도 그러리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게다. 하지만 이건 장기적으로 볼 때 유익한 방식이 아니다. ‘홍탁집 아들’의 경우 어찌어찌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이런 막장 드라마를 계속 쓰게 된다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농후하다.

초심을 떠올리는 게 필요한 건, 저 솔루션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자영업자들만이 아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들도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되새겨 봐야 하지 않을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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