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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슬의생' 전미도, 진짜 이런 의사가 있다니! ('유 퀴즈' 노영선 교수)

너의길을가라 2022. 7. 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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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중환자실'은 낯선 개념이지만,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직관적인 네이밍 덕분이다. 이름을 듣는 순간, 환자를 살리기 위해 다급히 도로를 질주하는 응급차가 머릿속에 그러진다. 정확히게 개념을 정리하자면, '달리는 중환자실'은 심정지, 중증 외상 등 병의 증세가 아주 위중한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병원 간 이동을 해야 할 때 이동 수단이 되는 특수 구급차이다.

'개척자' 특집으로 꾸며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61회에는 길 위에서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국내 첫 '달리는 중환자실'을 만든 노영선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SMICU) 센터장이 출연했다. (그밖에 영화 전문 MC 박경림,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송골매의 배철수와 구창모가 유퀴저로 등장했다.) 수많은 생명을 이송시킨 도로 위 중환자실을 개척한 이야기는 울림이 있었다.

달리는 중환자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응급구조사, 간호사가 3인 1팀에 되어 이송 중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그 과정이서 필요한 조치를 하며 병원 간 공백을 책임진다. 하루에도 수 차례 중증 환자 이송이 이뤄진다. 2015년 시범 사업 출범 후 2016년 정식으로 의료 이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비해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국에 '달리는 중환자실'은 1대에 불과했고, 현재 2대(중앙·강남 이송단)를 운영 중이다. 노영선 교수는 지방에는 중환자 이동 수단이 없어서 이성 중에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JTBC 의학드라마 <라이프>가 도발했던 것처럼, '병원도 기업이고 의료도 산업'이라는 화두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달리는 중환자실'의 발목을 잡는 건 '운영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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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중환자실' 1대의 1년 운영비는 10억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많다고 느껴질 수 있는 금액이다. 아무래도 중환자실의 치료 환경을 그대로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고가의 의료 장비(30여 가지)가 가득 실리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이 24시간 근무해야 하므로 운영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영리추구와 공공의료 사이의 딜레마를 노영선 교수는 어떤 논리로 돌파했을까.

"한 사람 살리는 데 드는 비용을 약 2억 5천만 원으로 추산하는데 네 명을 살리면 예산을 맞출 수 있으니 네 명은 꼭 살리겠습니다." (노영선 교수)



외국의 응급의료 체계를 공부할 기회가 있었던 노영선 교수는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신고된 환자가 중증 환자로 판단되면 직접 환자를 찾아가는 응급 의료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좋은 시스템이 있으면 도입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노 교수는 한국에도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안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렇게 '달리는 중환자실'이 탄생했다.

'달리는 중환자실'은 코로나 시국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 위중증 환자를 825차례 이송했고, 코로나 확진된 산모를 이송한 뒤 무사히 출산하는 사례도 있었다. 2020년 자료를 분석하면, '달리는 중환자실'로 이송한 환자의 24시간 내 응급실 사망률이 6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필요성을 인정받아 올해 9월부터 4팀으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밥값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들였던 사회적 노력과 투자에 대해서 사회에 환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노영선 교수)



한편, '달리는 중환자실' 말고도 노영선 교수가 연구 결과로 우리 사회를 바꾼 케이스가 몇 가지 더 있었다. '뒷좌석 안젠벨트 착용 의무화(2018년 9월 28일 도로교통법 개정)'에도 노영선 교수의 역할이 컸다. 언뜻 연결고리가 떠오르지 않는데 어떤 사연일까. 응급실에서 전공의로 일하던 노 교수는 교통사고 환자들 중 안전벨트를 메지 않은 케이스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의문을 품은 노영선 교수는 질병청 자료 24,000건을 일일이 분석했다. 그 결과, 안전벨트 미착용 시 운전자 사망률은 12배, 동승자 사망률은 5.5배나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벨트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이렇게 작성된 노 교수의 논문은 전 좌석 안전벨트 의무화의 주요 근거가 됐다. 한 사람의 연구 결과가 사회 문화를 바꾼 것이다.

또, '심폐소생술 교육 보급'에도 노영선 교수의 역할은 지대적이었다. 급성심장정지라는 질환에 학문적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다시 질병청 자료를 파고 들었다. 노 교수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심폐소생술 교육이 10% 증가하면 지역 내 심정지 환자 생존율이 1.4배 증가한다는 놀라운 결과를 도출해 냈다. 이 연구는 일반인 심폐소생술 교육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환자를 살리는 길이 한 가지 방법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나 연구를 통해서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에 같은 길을 가려는 후배들이 자신이 선 길에 의문을 느끼지 않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노영선 교수)



<슬의생> 전미도, 노영선 교수의 별명이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등장인물인 채송화 교수의 현실판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연구에 열정적인 모습까지 판박이다. 결혼을 포기할 정도로 공부를 재밌어 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게다가 서울대 의예대 99학번이라는 점과 '99즈 모임(노영선 교수의 경우에는 '잡다구리')'이 있다는 점도 닮았다.


노영선 교수는 자신의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는 환자는 살리는 길이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니라면서 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연구를 통해 환자를 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넓게는 연구를 통해 사회 시스템을 바꿀 수 있고, 좁게는 '달리는 중환자실'에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는 자신과 같은 길을 가려는 후배들이 의문을 품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응급의료를 받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고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영선 교수)



그렇다면 의사로서 노영선 교수의 바람은 무엇일까. 그는 잘사는 사람이든 못사는 사람이든, 사회적 지위의 고하와 관련없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가 이뤄져야 하고, 그 대표적인 예가 응급의료라고 말했다. 노 교수가 응급의학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게 의료는 공공의 영역이고, 응급의료 서비스에서 의료서비스 분균형을 바로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며 '저건 드라마니까 가능한 얘기지. 세상에 저런 의사가 어디있어.'라고 의심을 품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됐다. 물론 (소수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현실 속에도 '99즈'와 같은 의사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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